병은 더불어 있는 것이다
병은 더불어 있는 것이다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05.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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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의 한방의학] 병은 정다운 벗, 공경하는 친구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천연두는 과거에 마마라고 불렀다. ‘손님’이라고도 했다. 원래 ‘마마’는 임금이나 왕족에게만 쓰이는 존칭인데 천연두를 마마라고 부른 것을 보면 손님도 아주 큰 손님인 셈이다.

마마는 무서운 병이지만 맞서 싸울 것이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듯 잘 대접해서 돌려보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반면, 심한 병에 걸리면 천형天刑이나 천벌天罰과 같은 말도 썼는데 이는 병을 도덕적 차원에서 본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런 생각이 미신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막상 내가 암에 걸렸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암 같은 큰 병에 걸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처음 느끼는 것은 분노라고 한다.

‘왜 하필 내가 걸렸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나는 할 일이 많은데, 아직 죽으면 안 되는데’라고 하는 절망감이 든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가 어떤 사람은 희망을 찾고 어떤 사람은 절망에 빠진다.

오늘날 암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암은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술로 도려내거나 방사선을 쪼여 죽여 버리거나 암을 죽이는 약물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최소한 암 치료에 좋은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암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것이다. 암은 지금도 내 몸 속에서 끊임없이 생겼다 없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암만이 아니라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거나 생기면 면역계가 반응하여 이를 없애게 된다. 인터류킨interleukin이라는 단백질은 면역계가 그런 해로운 물질과 싸우도록 자극하는 단백질이다. 그런데 인터류킨은 흔히 스트레스라고 하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면 감소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들면 증가한다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긍정적 감정만으로도 암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암은 없애고 죽여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같이 살아가는 것.

다만, 잘 다스려야 하는 것, 마치 손님을 맞이하듯 잘 대해서 돌려보내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여기에서 어떻게 긍정적 감정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도덕과 연관된 문제다. 이는 뒤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기생충에 관한 다음의 이야기는 이런 생각에서 더 나아간다. 그것은 기생충이 박멸되고 나서부터 베체트병이나 아토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급증했다.

아직 공인된 치료법은 아니지만, 베체트병에 돼지촌충의 알을 환자의 소장에 넣으면 병이 완화되거나 치료된다고 한다.

이를 보면 암이나 기생충과 같이 나쁜 것, 없애야 할 것이라고 알고 있던 것이 이미 내 몸속에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서로를 만들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의학에는 기생충이 병을 일으키면 기생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기생충이 몸에서 빠져나가게 하거나 복통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다스리는 처방을 쓴다.

어찌 보면 병은 우리를 만들고 있는 또 하나의 나일지도 모른다. 생명의 탄생부터가 바이러스와의 공생에 의한 것임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 몸속의 미토콘드리아라는 박테리아가 그러한 공생의 대표적인 예인데, 미토콘드리아가 없이는 사람이라는 종 자체가 생길 수 없었다.

지금도 미토콘드리아 덕분에 살 수 있는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미토콘드리아에 영생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도 본다).

그러므로 병은 박멸할 대상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병을 없앤다는 것은 내 몸의 일부를 없애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공기가 나쁘다고 공기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다. 다만 그것이 내 몸과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다스리면 그만이다.

그래서 석명(釋名)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병은 더불어 있는 것이다. 정기正氣와 더불어 몸속에 있는 것이다(病, 竝也. 與正氣竝, 在膚體中也).” 더 나아가 조지훈 시인은 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조지훈, 병病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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