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전야에
다시 가 본 교토의 모교 동지사대는 11월 1일이면 거대한 크리스마스 추리가 섭니다.
세운지 142년이 되는 그 캠퍼스에는 오래 된 거목들이 여기저기 서 있고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얼마 있다가는 잎이 다 떨어져 내리는데 서문 쪽의 두 거대한 나무만은 사철 푸른 상수리여서 평시는 눈에 잘 띄지 않다가 11월 초하루만 되면 두 나무가 번갈아 가며 크리스마스 추리로 눈 앞에 등장해 와 놀라게도 되고 엄청 큰 키를 고개를 젇히고 올려다 보면서 크리스챤 학교의 예수 탄생이 다가옴을 알려준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밤에는 클라스가 잘 없어 학생들이 적으나 그 나무 앞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밤 10시 그마저 닫으면 나오다 보게 되는데 이런저런 장식없이 단순하게 노랑 파랑 두 가지 색의 조명만 달린게 참으로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두 달 켜지는 걸 타국에서 쓸쓸히 보다 이번에 재방문하여 11월 일찍 해가 지는 교토에서 그걸 다시 보니 반갑고 마음 가득 기쁨이 차 오르기도 했습니다.
142년 전 한 분이 작게 교육의 씨를 뿌린 것이 세계적으로 그렇게 컸으니. 이미 커진 것만 보지말고 이제라도 하나의 씨를 심는 것이 백년 후 2백년 후의 미래가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이제는 조국에 돌아와 사진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 추리 옆에 있는 채플에서 아름다운 전야 예배가 열리고 제가 학교 다니는 동안 참석했던 교내 교회의 성가대가 예배 후 채플 밖에서 찬양을 합니다.
이번에 그 교회에 다시 가니 찬양대가 크리스마스 공연을 위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제 교회에서 오늘 24일 예배의 아름다운 찬양을 듣고 오며 지금 쯤 한 밤 교토의 동지사대 채플에서 이루어지는 예배와 그 건물 밖 캠퍼스의 찬양을 떠올립니다.
서울과 일본 뿐 아니라 20여 년 살아 온 미국의 교회는 물론, 오늘은 온 세계가 예수 탄생을 시간대는 다 다르나 반기고 있을 것입니다.
핵과 전쟁 이야기가 오간 무시무시한 한 해였으나 세계 어디에서나 평화를 사랑하고 사랑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평안한 탄생전야를 누리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그 무시무시함이 씻은 듯 사라지는 해이기를 간절 바랍니다.
인류를 구하러 오신 예수 탄생은 마침 한 해가 다 질 무렵이어 여러가지 돌아보고 반성하기에 맞춤입니다. 이러한 한 해로 될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더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건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2천년 전 예수는 이미 우리의 확실한 미래의 승리를 말해 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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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TV 방송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대학원,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대학
미국의소리방송, 한국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역임
저서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Love Letter, 호연연가, 孫戶姸의 101수 단가집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