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쇼 御所의 가을
고쇼 御所의 가을
  • 괴산타임즈
  • 승인 2016.12.3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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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쇼 御所의 가을

교토京都는 1100여 년 간  일본의 수도였다.

그 기간 중 교토의 고쇼御所는 1869년 동경으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538년 간 일본 천왕이 살던 왕궁이다.

1653년에 발생한 첫 화재를 시작으로 7번이나 건물들이 전소하여 끊임없이 수리가 이어졌는데 지금의 건물은 1855년에야 완성이 되었다고 한다. 드넓은 고쇼에는 옛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여러 건물들이 가득하다. 역대 천왕의 즉위식이 여기서 치뤄졌고 지금도 중요한 의례행사는 여기서 행한다.

고쇼는 24시간 무료개방인데 천왕이 일상생활을 하던 세이료뎅 淸凉殿이나 센또고쇼仙洞御所는 일반 관람이 불가능하며 궁내청에 신청허가를 내야만 한다

내가 고쇼御所를 처음 간 것은 몇 해 전의 일이다.

교토에 가면 가장 교토다운 길인 네네노미치에 위치한 작은 료깐에 며칠을 묵는데 몇 해 전부터는 방이 없어 구한 적당한 호텔이 고쇼 바로 앞에 있어 자연스레 길건너의 그 곳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고쇼의 북쪽문 길건너에 있는 도시샤 대학까지 산책하게 되었고 그리고는 그 아름다운 캠퍼스의 대학을 신청하여 입학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서울에서 함께 간 열분이 교토의 단풍을 사흘 보고 돌아간 후 나는 며칠을 남았고 시내의 머문 곳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고쇼공원의 남쪽 문이 바로 나왔다. 고쇼공원은 20 만평인 고쇼의 일부로 자연스레 궁이 있는 고쇼에 연결이 된다.

두 발이 절로 빨려 들어가 정원같은 넓다란 공원과 고쇼를 걸어, 다니던 동지사 대학을 매일 갔다. 버스로는 몇 정거장의 긴 거리이다. 단풍 볼 곳이 많은 때인데 아침마다 뛰어가던 학교에 버릇처럼 발길이 간 것이다.

동지사 다닐 때는 시간부족으로 학교 바로 앞인 고쇼도 못 들어갔고 담너머 삐쭉 나온 커다란 나무들을 바라보며 그 긴 담을 끼고 걸어서 집으로 갔었다.  

오랜만에 그 안을 걸으며 찬찬히 보니 과연 수백년 왕궁답게 나무들이 하나같이 잘 생기고 기품이 있어 보인다.

단풍나무 은행나무의 오염 안된 단풍색이 선명하다. 유명한 사찰처럼 궁에도 단풍나무 벚나무 소나무가 주를 이루는데 새빨간 단풍잎이 푸른 소나무를 배경으로 하니 그 빛깔이 도드라져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오래된 나무들에는 현판에 설명이 붙어 있다.

얼마 전 현재의 아키히토 천왕이 생일 기자회견에서 '간무 천왕의 어머니가 백제에서 온 분이어 한국과의 연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우리의 조상이 이 곳으로 건너 와 천왕의 선조가 된 그 역사를 하늘이 유난히 파란 날 천천히 걸으며 생각해 본다. 

서울 집 앞의 경복궁도 자주 걸으며 나무들을 바라보지만 이 교토고쇼의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동물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들이 각기 제 자리에 이렇게 수백년 자라 온 역사와 그들이 바라본 인간의 역사를 생각해 보게 된다.

거기에 인적은 드문데 커다란 나무에 오색 단풍이 폭포처럼 내 앞에 쏟아지고 오른편으로 보이는 숲속 저 깊이에는 어여쁜 가지와 잎들이 땅에 늘어져 바람결에 흔들리는데 노오란 열매와 감들이 가지높이 매달려 있고 어느 지점에는 작은 도서관에 책들이 꽃혀 있다.

누구든 보고 놓고 가라는 암묵의 표현이 미소를 짓게 한다. 

어느 지점에는 아이들 놀이터에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기도 하다.

천년을 너머 왕들이 이 뜰을 걷다 갔는데 하늘을 찌르는 우람한 나무보다 짧게 살다 가는 인생의 무상함, 권력의 허망함을 떠올리는 고색창연한 궁과 져내릴 찬란한 잎들을 오늘은 내가 남아 바라다 본다.

 

"왕의 궁궐"

왕의 정원

파아란 하늘

새빨간 단풍

그리고

오늘

다 남기고 간 걸

내가 남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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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TV방송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화여대 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대학

한국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역임

 

저서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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