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괴산일기11. 코지 이야기
[독자기고] 괴산일기11. 코지 이야기
  • 괴산타임즈
  • 승인 2024.03.0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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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전 수학교사
최재식 전 수학교사

우리 집 냥이 코지의 이중 생활에 대하여 몇 번 말씀 드렸지요. 코지는 그런 이중 생활이 자신의 소중한 일과라는 듯이 아침 밥을 먹고 나면 무언의 시위를 합니다.

거실 창을 발로 툭툭치다가 우리가 무심한 반응을 보이면 머리로 들이받기도 하지요.

아내는 오늘은 날이 추우니까 나갈 수 없어!, 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럼 코지는 필살기를 씁니다. 한없이 불쌍한 표정으로 아내를 쳐다보며 아내의 발목에 그루밍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면 생떼를 쓰는 격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딸의 생떼에 속수무책이었듯이, 코지의 생떼에 거실 창을 슬쩍 열어 주고 맙니다.

녀석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한순간 마당으로 사라집니다.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요즘 코지의 애정 행각이 복잡합니다. 세미와 꼬미랑 삼각 관계를 이루더니, 치즈빛 털이 고운 치즈와 소나무를 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느 날은 치즈와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지요. 세미와 꼬미가 삐진 게 분명합니다. 세미와 꼬미가 사라졌다가 이따금 찾아옵니다.

어제 코지가 마당으로 빛의 속도로 달려 나갔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제 코지는 혼자입니다. 볕 좋은 소나무 아래 저 홀로 뒤집기를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세미 혹은 꼬미랑 ‘나잡아 봐라’ 놀이하며 신나게 뛰어다녔는데, 저 홀로 뒤집기를 하는 모습이 짠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코지가 사라졌는데요, 지붕 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집 지붕은 제법 높은데다 담이 없이 폴짝 뛰어오를 만한 곳이 없습니다.

어찌 올라갔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저길 대체 왜 올라갔을까 하는 궁금함이 더 컸습니다. 세미, 꼬미, 치즈를 찾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외로움에 누군가를 찾는 사람의 눈빛이 금새 들키듯이 코지의 더욱 커진 눈빛과 냐옹 냐옹 간절하게 울고 있는 목소리가 그러했습니다.

아내는 코지의 외로움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코지가 무사히 내려오는 것에만 걱정이 앞섭니다.

아무리 고양이 관절이 낙법에 특화 되어 있다고 해도 지붕이 너무 높습니다. 우리는 지붕에 사다리를 얹어 놓기도 했지만 고양이 가오에 사다리는 어림도 없습니다.

폴짝 뛰어 내려 와야 하는데 공학적 관점에서 이중 폴짝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중간 거점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실을 눈치 챈 아내가 괴력을 발휘해 파라솔 테이블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아내의 기지와 헌신과 괴력에 힘입어 코지가 지상으로 안전하게 귀환했습니다.

나는 또 새롭게 깨닫습니다.
고양이도 외로우면 저 높은 곳을 향한다.
사랑은 기지와 헌신과 괴력의 합작품이다.
누군든 이중 생활을 하려면 이중 점프가 필요하다.

그날 아내는 코지를 품 안에 품고 잠이 들었고, 나는 슬며시 다른 방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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