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탈피의 필요성
[특별기고] 탈피의 필요성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12.11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어느 곤충학자가 여러 해 동안 누에고치를 연구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일정 기간이 지나가면 누에고치가 터지면서 나비가 되는 것을 발견했다.

하루는 그가 누에고치를 관찰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누에고치의 한끝에 구멍이 생기더니 그 구멍으로 아주 힘들게 애를 쓰며 나비가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날갯짓을 해대며 나는 연습을 하더니 나비라는 새로운 생명체로 하늘을 날아갔다.

그 과정을 여러 차례 관찰하던 이 곤충학자는 그 작은 구멍을 빠져나오느라 힘들 누에고치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누에고치의 한끝에 생긴 구멍을 좀 더 크게 뚫어주었다.

그런데 구멍을 넓혀 쉽게 나올 수 있도록 해준 나비는 쉽게 나오기는 하지만 날지를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연구를 하기 시작한 이 곤충학자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나비가 죽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누에고치 안에서 나비가 되면 우선 체액을 모아 질기고 건조한 수천 겹의 명주실 벽을 적셔서 부드럽게 만든다.

그리고 그 실들을 헤쳐서 작은 출구를 만들고, 그곳을 통과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 날개에 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 고통스러운 과정은 모두 탈피의 수순이었다. 그 고통이 없이는 새로운 삶을 맞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파우스트에 기록한 말이다. “탈피하지 못한 뱀은 죽는다.” 뱀은 탈피하는 동물로, 정기적으로 자기 껍질을 벗어야 살아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들이나 산에서 뱀이 벗어놓은 껍질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껍질을 벗는 과정은 뱀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그런데 만약 뱀이 어떤 음식을 잘못 먹거나 피부에 상처를 입거나 하면 껍질을 벗지 못하는 병에 걸리게 되면, 뱀은 탈피하지 못하고 자기 껍질에 갇혀 죽게 된다.

이처럼 탈피는 껍질을 가진 생명체에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일 년도 못 사는 녀석들이 즐비한 곤충의 세계에서 매미는 꽤 오래 산다. 땅속에서 7년 안팎의 시간을 보낸 매미 애벌레는 마침내 성충이 될 준비가 된 것이다.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시작되면 땅속의 매미 애벌레는 그걸 용케도 알아차리고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

그리고 어른이 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여 어떤 녀석은 나무줄기에, 어떤 녀석은 잎의 끝에 자리를 잡는다.

이 모든 것은 매미 일생의 마지막 탈피가 남았기 때문이다. 탈피가 이뤄지는 통한 사방에서 매미를 노리는 천적이 눈을 부라리고 있다.

하지만 탈피 중인 매미는 움직일 수 없다. 탈피가 시작되고 옆구리에서 날개가 돋아나면 그동안 매미의 몸을 보호해 준 표피와 앞으로 자신의 몸을 감쌀 새로운 표피 사이가 벌어진다.

이때 매미의 뇌에서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탈피를 재촉한다. 그리고 이마 부분이 갈라지고 매미의 새로운 몸이 조금씩 보인다.

온몸이 옛 표피 바깥으로 빠져나와도 바로 움직일 수는 없다. 아직 날개가 마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날개의 시맥으로 공기와 피를 보내면 날개가 점점 마르고 활짝 펴지면서 매미는 새로운 모습으로 날아간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한참 자랄 때는 성장통을 겪는다. 몸이 급격히 성장하느라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탈피를 통해서 성체가 되는 곤충처럼, 성장통을 겪으면서 아이들이 성숙해진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 성장은 고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육체의 성장뿐 아니라 정신의 성장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실수를 하기도 하고, 잘못된 습관이나 성질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깨끗하게 벗어버리는 탈피의 과정을 겪으면 우리는 새로워질 수 있다.

또한 때때로 시련이나 내 한계 밖의 문제를 만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럴 때 쉽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 문제에 부딪혀 고통을 감수하고 이겨내면, 훨씬 성숙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이뤄낸 성장은 또다시 닥쳐오는 고난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준다.

그 가치는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비록 고통스러울 찌라도 탈피를 통해 진정한 변화와 성장을 얻길 바란다.


  • 충청북도 괴산군 관동로 193 괴산타임즈
  • 대표전화 : 043-834-7008 / 010-9559-6993
  • 팩스 : 043-834-7009
  • 기사제보/광고문의 : ssh6993@hanmail.net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원래
  • 법인명 : 괴산타임즈
  • 제호 : 괴산타임즈
  • 등록번호 : 충북 아 00148
  • 등록일 : 2014-12-29
  • 발행일 : 2014-12-29
  • 발행인 : 노원래
  • 편집인 : 노원래
  • 괴산타임즈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괴산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sh6993@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