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괴산일기10
[독자기고] 괴산일기10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11.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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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괴산고 수학 교사
최재식 전 수학교사
최재식 전 수학교사

대한민국 지역마다 유명축제가 있듯이 괴산에도 유기농 고추 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축제가 있지요. 저는 괴산고등학교 복도에 걸려있는 게시물에 눈길이 갔습니다. 거기에는 괴산 축제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생각이 담겨 있었답니다.

자부심보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거나 즐길 수 있는 게 부족하다는 내용이었지요.

학생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 괴산 청년 페스타라는 축제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괴산 청년 모임 오롯에서 주최한다고 하더군요. 청년 창작소 오롯은 괴산의 청년들이 함께 교류하며 지역과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찾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괴산의 청년들이 기획하고 연출하는 축제가 기대가 되었습니다.

군수님과 함께 괴산의 미래에 대하여 토크 쇼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토끼처럼 분장한 아가씨 DJ가 주도하는 디제잉 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날 괴산고등학교 친구들도 많이 왔는데요, 음악에 맞춰 신나게 헤드 뱅 하는 모습에 어느 순간 나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건 90년대 노래를 떼창하며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었지요. 아하 이런 분위기라면 세대를 넘어 한마음으로 춤추며 노래를 부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축제를 통해 학생들이 축제를 기획하고 참여하면서 괴산에서의 새로운 비젼을 찾을 수 있으면 무척 의미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창 중에 로컬을 통해 글로벌을 지향하는 교수가 있는데 괴산고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괴산고 시간 강사라 학교 행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데, 어느 날 학생들이 '와유 페스티발'에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와유'라는 이름이 예뻐서 뜻을 물었더니 충청도 말로 '와유~'라고 합니다. 그러니 와유는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뜻이겠지요. 와유가 와! 하는 탄성과 함께 제 가슴에 정겹게 꽂혔습니다.

'와유 페스티발' 이 열리는 날, 수업이 없었지만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의 초대에 응했습니다.

달천강 물길 따라 학교 가는 길은 언제나 행복의 여정입니다. 요즘같은 가을이면 한 폭의 수묵화 속에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첩첩산중 위로 운해가 흘러가는 산마루는 장관이고, 노오란 은행나무가 융단으로 깔린 자전거 도로는 신비입니다.

저는 꿈을 꾸듯 그 길을 따라 출근합니다. 맑은 가을 바람을 맞으며 축제가 열리는 체육관에 들어섭니다. 저마다 예쁘게 꾸며진 부스가 업 스타일, 라움, 괴산애 물들다 같은 유니크한 이름의 간판을 걸고 있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모의 창업을 전시하는 부스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진로와 적성에 따라 모의창업 동아리를 구성했습니다. 각 부스에서 진행하는 미션을 완수하면 와유라는 화폐를 받을 수 있고 그 화폐가 있어야 동아리에서 만든 생산품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미션을 수행하지 않아 화폐가 없었지요. 그래서 부스에서 생산품을 바라만 보고 있는데 괴산고 친구들이 공짜로 선물해 주었답니다. 그렇게 받은 선물이 괴산 명품 찰옥수수 마크가 새겨진 T셔츠, 천연 염료로 만든 파우치, 감기 예방에 좋은 바셀린, 그리고 괴산 소식을 담은 로컬 잡지등이었지요.

두 손과 가슴에 가득 담아 갔습니다. 와유 페스티발에 참여한 동아리들은 지역에 있는 기업의 도움을 받는 동아리도 있고, 환경을 생각하는 동아리도 있고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을 준비한 동아리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 중심이 아니라 지역과 환경 더 나아가 사회를 생각하는 고민이 담겨 있었지요. 나는 아이들의 그런 철학과 열정이 참 좋았습니다.

괴산에 살다 보면 도시를 꿈꾸고 탈출하듯이 나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 곳 괴산에서 자기 삶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괴산에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친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괴산에는 지역잡지 '툭'이 있답니다. 로컬의 문화를 나누고 괴산 사람들의 인생극장을 통해 괴산에서의 삶을 따뜻하게 조명하고 있지요. 이제 괴산고 친구들도 자기들의 시각과 욕망으로 괴산을 바라보고 자기들의 지역잡지 '여우기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지역에 숨어 있는 새로운 장소와 문화 예술, 그리고 알지 못했던 우리 지역 청소년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괴산의 사계절도 안내하고 역사 깊은 연풍초등학교의 특별한 중간놀이 시간도 소개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학생들은 지역공동체와 소통을 희망합니다. 그 작업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을 바라보겠지요.

내게 외유 페스티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들 먹빛 눈빛이 제 마음을 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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