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한국에도 시비가 서다.
마침내 한국에도 시비가 서다.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11.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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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 시인님 괴산나드리
이승신 시인님 괴산나드리

1997년 일본 아오모리에 어머니 생전에 시비가 높이 세워졌습니다. 어머니는 필운동 집의 흙을 가져가 뿌리고 한 번은 나라의 꽃이라는 무궁화 열 그루를 시비 뒤에 손수 심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에선 훌륭한 시인이 있더라도 그 분이 가고 난 후에야 시비를 세우지 생전에 세우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본토 최북부인 아오모리 현 록카쇼무라에 매 해 갔고, 높이 선 그 시비를 보았지만 그걸 세운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6월마다 거기에서 행사도 벌였습니다.

마침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자 떠오르는 것은 한국 시인으로 한국에서 일생 시를 지었는데 (제가 늘 받는 질문은 어머니가 일본에서 이름이 났다니 일본인이냐? 아니라 하면, 그럼 교포냐? 아니라 하면, 그럼 일본에 오래 사셨냐? 저는 물론 어머니가 한국사람이라고 처음에 말했습니다) 가실 때까지 한국 독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에 작가라면 서운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한 번은 제가 일어도 모르면서 어머니 시집을 만드느라 한창 바쁜 때였는데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의 문화원장이 거기에 세울 만한 시비 자리를 보여 드리겠다는 말이 왔다고 해 어머니와 함께 간 적이 있습니다.

세 곳을 보여주었는데 그게 다 사적지여서 허가가 어렵고 충청도니 JP 정도가 힘을 써줘야 된다고 했습니다. 당시 무토 일본 대사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저를 청파동으로 데려갔습니다.

단독으로 두세 시간 대화를 했는데 문학 이야기를 주로 했지 시비 얘기는 꺼내질 않았습니다. 무슨 부탁이나 하러 온 것 같은 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하니 후에 동생이 누나가 선비^라서 그런 거라고 농을 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수 십 년 일본에서 받아온 태도와 사랑하는 조국과 그 안의 독자가 없었다는 것은 35년 일제 시대를 거친 불우한 결과물이겠으나 작가 본인은 마음이 아팠겠다는 생각이 한참 후에야 떠올랐습니다.

미국에 있다 온 저 자체가 모르고 있다가 가실 즈음에야 책들도 내고 그 정신을 알려왔으나 조국에 없는 작가의 시비 만은 제 3자가 시인을 존경하여 세우는 것이 예입니다.

26년 전 일본에서는 경단련 고문이 시비를 세우고 싶다는 팩스 한 장으로 시작이 됬는데 한국에서는 저의 제의에 한경협 회장이 승락하시어 시작이 됩니다. 우연이라기 보다는 다 하늘의 계획이 있었던 듯 합니다.

일본에서는 유학했던 동경의 여러 곳을 찾다 유지 관리가 어려워 자리 찾기가 1년 넘게 걸렸고, 여기도 당장 터를 구할 수 없고 100주년 탄생에 맞추려니 절반이 길로 잘려 나간 시인이 일생 시를 지은 집 화단에 아오모리에 비하면 겸손히 아담하게 세워집니다. 아마도 3언어로 새겨지는 세계 유일의 시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신 후 여러 책이 나온 것도 모국에 이런 시비가 세워지는 것도 생전에 보셨으면 쓸쓸하지 않으셨을 텐데~ 하는 생각이 이 가을 문득 듭니다.

최근 가신 김남조 선생이 20 년 늘 하시는 말씀이 '나는 여왕 대접을 받았는데 손호연 선생은 외로이 시를 지어온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존경스런 시인이 계셨다고 꼭 전하고 싶다~' 고 하여 위로가 됩니다.

아오모리에 설 때는 무학여고의 유일한 한국인 교사였던 어머니의 한 일 제자들도 모였는데 오는 11월 7일 100 주년 탄생 기념 국제문학포럼 전의 오전 11시에 시비 제막식이 있게 됩니다. - 서울 필운대로 17 시인의 집 앞

이국의 흙에 어우러져 노래비야 서 있어라 두 나라 마음의 가교가 되어

- 손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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