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의 황당한 일들
삶에서의 황당한 일들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11.1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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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남윤봉 교수.
남윤봉 교수.

우리가 일생을 살다보면 상식적이고 긍정적이며 좋은 일들도 많지만,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감당하기 어려운 “황당한 일들”도 적지 않다.

황당한 일이라고 하면, 상식에 너무 맞지 않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대처하기가 난감한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들은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일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리 준비하고 대처방법도 생각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하게 된다. 그런데 가끔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닥칠 때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을 황당한 일이라고 한다. 누구나 한평생을 살다보면 그간 황당한 일들이 더러는 있을 것이다.

지나고 나서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이런 황당한 일들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지고, 강해저서 한평생을 살 수 있는지도 모른다.

갑작스런 황당한 일을 처리하면서 우리는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독자들의 경우에는 그동안 어떤 황당한 일들이 있었는지, 삶의 여백을 즐기는 심정으로 회상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각자의 자율에 맡긴다. 

필자의 경우에도 70여년을 살다보니, 황당한 일들이 적지 않았다.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몇 가지를 되돌아 보고자한다. 

첫째는 고등학교 입학과 관련된 일이다.

1960년대에는 중고등학교에 입학시험이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성적을 가늠해서 지원고등학교를 선택해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입학시험에 합격해야 고등학교를 갈 수 있었다.

면소재지 중학교에서 공부를 좀 잘한다고 해도, 그 당시 충청북도에서 제일 좋다는 청주고등학교에 합격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는데, 세 사람이 지원해서  필자와 또 한 사람이 합격을 했다. 학교에서는 자랑스러운 일을 했다고 칭찬이 대단했다.

합격증도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학교의 일을 보는 아저씨가 찾아왔다. 합격증을 들고 집에 달려와서 어른들께 보였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참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입학금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참 황당했다. 우리 집 형편이 그토록 어려운 줄은 전혀 몰랐다. 입학할 수 없었다. 1964년 2월5일 청주고등학교장 발행 합격증은 지금도 책장 속에서 나의인생을 독려하고 있다. 

둘째는 1964년4월16일에 상경해서 어찌어찌 헤매다가 조간신문 배달을 하면서,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던 3학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종례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수학여행을 언제 갈 것인데, 못갈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여 나는 손을 들었다.

나 혼자였다. 그런데 선생님이 앞으로 나오라고 해 나가자마자 선생님은 주먹과 발길로 학우들 앞에서 난타를 했다.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말이다. 나는 아침마다 신문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손을 든 것이다. 참으로 황당했다. 나의 어려운 처지보다는 선생으로서의 처사에 실망과 분노를 삼켰다. 

셋째는 1970년대 초 군복무 중 사단수색대에서 일어난 일이다. 전방의 사단수색대는 비무장지대의 수색정찰, 야간 잠복근무, 전방초소경계근무 등이 주요임무였다. 어느 날 임진강변 잠복근무를 나갔다.

잠복지에서 근무준비 중인데, 갑자기 아군지역에서 우리 쪽으로 야광 탄이 십 여발 발사되어, 소대원 한명이 유탄에 발꿈치를 맞아 철수했다.

부대에 돌아와 원인을 알고 보니 ,중대장이 후방부대 상황실에 우리의 잠복근무사실을 연락 안하여 발생한 일이었다. 너무 황당했다. 중대장과 소대장을 믿고 목숨 건  군 생활인데, 중대장도 큰 실수를 인정하고 부대원들에게 사과함으로 정리되었다. 

넷째는 모교인 초등학교 개교 백주년행사와 관련된 일이다.

모교가 개교 백주년을 맞아서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동문회 임원들과 모교를 방문했다. 교장선생님에게 인사하고 설명을 하기 위해서이다. 첫 만남인데 교장선생님 왈(曰) “개교 백주년과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참 황당했다.

세상에 모교의 개교 백주년과 모교, 모교교장이 아무상관이 없다니,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었다. 다행히도 개교기념일 한 달쯤 전에 새로운 교장선생님이 주임해서 더 이상의 어려움 없이, 의미 있는 개교 백주년 행사를 성황리에 마무리 지었다. 참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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