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이야기
냉면 이야기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10.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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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 시인님 괴산나드리
이승신 시인님 괴산나드리

지금 당신이 두 발로 어느 정도 걸어 다니고 있다면 진실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일상에서 서촌 동네를 걸었고 집 뒤 인왕산 북한산을 오르고 바다 건너서도 걸어다니고 뛰어다닌 걸 당연하게 여겼던 걸 지금 뼈저리게 회개 반성 회개하고 있다.

지난 해 다쳐 장기 입원해서인가 절제 않은 탓인가.

돌아보니 수 십 년을 서른 인 줄만 알고 달려온 게 떠올라 실소하며 하늘이 이렇게 쎈 사인을 주어야 정신차리게 되는가~ 한탄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있었고 무리한 탓도 있어 한 여름 허리 통증으로 꼼짝을 못하고 있다. 여간 고통 고생이 아니다.

꼼짝없이 집에만 있는데 누가 왔기에 근처 냉면이라도 한 번 가게 붙잡아 달라고 하니, 말해줘도 사정을 이해 못하는 그는 우래옥이라도 가야지 근처가 뭐냐 고 한다.

할 수 없이 기다시피 차를 탔다.

우래옥又來屋이라~ 을지로 좁은 골목 입구를 들어서니 옛 모습이 나온다. 지근에 있는 함흥 냉면을 갔지 우래옥은 실로 20 년 만이다.

식당 입구에서 손님을 맞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노인이 60년 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차인들도 노인이다. 낡은 벽 한 켠에 1946년 창업이라는 글귀에 그 역사가 나온다. 손님이 없을 4시인데도 30분 넘어 오래 된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내가 일어를 모를 때에 '又來屋 마다쿠루야 다시오는 집' 이라 하셨던 아버지와 함께 한 기억을 떠올리며 물냉면을 받아드는데 첫 젓가락에 깜짝 놀란다. 메밀국수가 기대 이상 맛깔져서다.
평양 출신 아버지 가신지 40년이 되어가니 오래 전 일이다. 우래옥과 강서면옥을 함께 했는데 '평양 냉면 이야기'를 맛깔지게 하신 생각이 나지 그때 먹은 맛이 특별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한 여름 제대로 못 먹어서인지 실제로 별난 건지, 이 맛에 감탄을 했다.

다른 곳 두 배이나 만 6천 원 받을 만하다.

하신 말을 떠올리면 늦가을에 추수한 메밀로 만든 국수를 한 겨울 차가운 날씨에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 얼음 띄운 동치미 국에 말아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때 맛본 냉면보다 아버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게 얼마나 맛있을까 하던 생각이 또렷하다. 못 뵌 그걸 만들어주신 아버지의 어머니, 할머니는 어떤 분일까 생각도 했다.

말하던 모습이 얼마나 환하고 빛나고 아름답던지, 가난해 평양 사범 30리 길을 매일 걸어 학교를 갔다는 이야기와 겹치어 떠오르는데 그에게선 가난했던 티가 전혀 나오질 않는 게 신기했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톤이 좋고 늘 재미있었다.

평양과 만주 이야기 중국 이야기 1950년대 허허벌판 대한민국의 초대 특허청장으로 워싱톤의 미국 특허청 Patent Office 에 있었던 (1957 58) 이야기 등, 이야기 보따리가 무궁무진하고 어떤 이야기라도 하나같이 재미나게 해 우리는 아버지를 무척 따랐다. 생각하면 그것이 나의 제 1호 값진 자산이다. 일일이 메모해 놓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생각을 하며 맛보는 우래옥 냉면이 차지고 맛나 평양서 곧잘 자랑하는 냉면이 과연 이보다 나을 수 있을까 싶고 언제가 되어야 자유로이 평양 아버지 고향 집도 가보고 거기 냉면도 먹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함흥 냉면을 자시던 박정희 대통령 인터뷰를 하여 뉴욕타임즈에 실어 대통령이 케네디를 만나러 가게까지 된 함흥 출신 피터 현 선생은 '에이 이건 함흥 냉면이 아니야. 내 고향선 이렇게 안 해' 소문난 미식가로 요리 칼럼도 썼던 그는 어디서나 그러듯 매번 타박을 했었다.

서울 우래옥은 오래간 만이지만 생각하니 뉴욕과 워싱톤의 우래옥은 곧잘 갔었다. 70년대 80, 90년대의 맨하탄 한복판 우래옥은 고급 식당으로, 값도 서울보다 많이 비싸 특별한 때만 가는 곳이었는데 야끼니꾸焼肉를 즐기는 일본인들이 많이 보였다. 케네디 공항에 내리자마자 그리로 간 적도 있다.

워싱톤 우래옥도 널찍한 공간이 늘 북적이는데 불고기를 좋아하는 오바마가 앉은 자리라고 하여 거기 앉은 적도 있고, 지난 11월 나의 워싱톤 문학 강연 중 하나는 장소가 우래옥 홀이어 아니 왜 여기서 하냐? 고 하니 강연 후 식사하기 편리해 그런다고 했다.

길기만 한 이 여름, 아직 잔서가 있으나 가을 냄새가 나고 있다.

강연 일정들을 할 수 없이 다 캔슬했으나 이젠 나아서 새로운 가을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힘겹던 한 여름, 옛 생각과 함께 한 서울 우래옥 냉면 맛이 기억에 남는다.

고향 주소 주시며
'넌 갈 수 있어, 달나라도 갈테니까'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면
Inner Harbor 볼티모어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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