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평가한다.
사람은 부족하기 그지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의이든 타의이든, 사적이든 공적이든 간에, 한세상 삶을 그때그때 돌아보는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말이다.
우리네 보통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성찰은 물론, 다른 사람의 잘 잘못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때가 많다. 이것이 바로 평가인 것이다.
이때에 그 평가대상자의 부정적인 점에 대해서, 제3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우리는 “흉본다”고 말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칭찬보다는 흉을 보는 경우가 더 많을 듯하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확한 사실도 모르고, 그저 추상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근거 없는 흉은 또 다른 흉 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인의 생활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뭇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평가대상자에 관한 같은 사안인데도, 그를 평가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평가자가 평가대상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냐 아니냐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평가에는 긍정과 부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에 너무 마음 쓸 것은 없다. 사람마다 그 형태가 다르듯이, 그 평가하는 기준, 각도, 비중, 특색 등이 매우 다르니 만큼, 적당히 참고하여 자신을 다듬는 자료로 삼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특히 인기에 민감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또한 평가는 그 대상자가 살아 있을 때하는 것과 그 대상자가 세상을 떠난 때에 하는 평가가 있다. 또 평가자 자신이 하는 평가와 다른 사람이 하는 평가도 있다.
대개의 경우, 자신이 세상을 좀 나름대로 의미 있게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서전(自敍傳), 회고록(回顧錄) 등을 직접 써서 남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 내용을 보면 대체로, 자신이 삶을 살아온 길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일들 위주로 기록한다. 보통은 삶에서의 힘겨운 어려움을 헤쳐 온 일들, 자신이 생각해도 대견하다고 생각되는 일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일들, 누구에게도 내놓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고위공직에서 생활하던 사람에 대한 평가는 글로 남기기도 하지만, 말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고위공직자가 권력이나 힘을 가지고 있을 때는, 그 사람의 집에는 많은 사람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다가도, 그 사람의 권력이나 힘이 없어지면 개미새끼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그 권력자가 자기의 힘만을 믿고 부당하고 권모술수로 후안무치하게 살다가 죽은 경우에, 그의 장례 날에는 이웃집 개도 그 집을 지나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사람의 생활모습이 얼마나 모질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말들이다.
그리고 드물기는 하지만, 공직생활자로 오랜 삶을 살다가 타계한 사람에 대하여, 제3자가 그 사람이 살아서 행한 일들에 대하여 평가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기 위해서는 그 평가대상자를 잘 알고, 큰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야 하고, 그에 대한 자료도 수집해야하며, 구체적 사실에 근거해서 중립적인 자세로 평가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그 평가대상자와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 이야기도 해야 한다.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해도, 참으로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제3자적 입장에서 다른 사람을 평가하려면, 큰 용기와 배짱이 필요하다.
또한 오랜 공직 생활자를 평가함에 있어서는 공과(功過)를 엄격히 구분하여, 균형 있고 공정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래야만 합리적이고 진솔한 평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과(過)를 불러오게 된 원인을 설명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족한 우리네사람이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이 온당할 수 있으랴! 그러나 그것이 우리들 생활의 일부이니 어찌하랴. 그렇다면 우리는 사실에 근거해서 객관적으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그리고 양식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겸손히 평가해야 마땅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