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칼럼] 감자 팔아유
[김주영 칼럼] 감자 팔아유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06.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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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느린손 대표
다큐멘터리 감독
수필가
귀촌 12년차

마당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달력을 보니 6월 중순이다. 올해 처음 듣는 여름 소리다. 매미 소리를 들으면 여름이 절정이 된 느낌이다. 땅속에서 7년 기다린 매미가 올라왔다는 소식이니 반갑고 대견하기도 하다.

이른 봄에 심어 초여름에 나오는 농산물 감자, 감자는 괴산의 특산물이다. 해마다 감물감자축제도 열린다. 그러나 감자 농사는 무게가 상당해 어르신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품목이다. 그래도 감자 짓는 농가가 많다.

어제 마을 초입에 있는 감자밭에 비닐이 벗겨져 있었다. 이제 캐려나 보다. 아이들 학교 데려다주는 길에 왔다 갔다 하며 매해 관찰해보는 밭이다. 이 밭은 매년 감물감자축제에 맞춰 감자를 캔다. 길가에 있는 밭인데 바로 캔 감자를 그 자리에서 판다.

오늘 집에 들어오는 길에 보니 역시나 감자를 캐고 있었다. “감자 팔아유”라고 적힌 현수막도 걸려있다. 괴산감자라고 적혀있는 박스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내일, 모레 주말 내에 다 팔릴 것 같다. 이 밭에서는 매년 그렇게 감자를 판다. 산막이옛길이나 칠성 쪽으로 드나드는 차들이 많은 편이라 크게 수고를 들이지 않고 밭에서 직거래로 판다.

도로 옆에 있는 다른 밭들도 참고하면 좋을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주차는 아슬아슬하다.

연작하면 안 좋다고 들었는데 이 밭에서 매년 감자를 심는다. 화학비료의 힘인가? 감자를 다 캐고 나면 배추를 심는다. 이 밭은 해마다 감자와 배추를 이어 심는다.

어느 해 배추는 값이 안 좋았는지, 잘 못 키웠는지 수확을 안 하고 그대로 둔 적도 있다. 주말이 지나면 다시 밭을 정리하고 말끔하게 비닐을 씌우겠지. 그리고 배추를 심겠지.

감자하면 생각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2016년, 농사를 지어 보겠다고 둔율 박종영 님께 밭을 얻어 감자를 심었다. 사은리 임태희 형 도움으로 퇴비도 뿌리고 비닐도 씌우고 불정 이용희 님께 감자 싹을 구입해서 심었다.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찌빠>라는 프로젝트명으로 SNS에 기록도 하고 그랬다.

아침마다 자전거 타고 밭에 가 나름 밭을 돌봤다. 감자 북도 주고 감자꽃도 따고 뽕나무 아래 그늘에서 쉬기도 했다. 뜨거운 볕에서 일하다 잠시 쉴 수 있는 나무 그늘은 소중하다. 밭 양옆이 논이라서 물은 밭에 적당히 스며들었다.

그때는 아이가 어렸는데 나는 육아와 생계를 아내에게 맡기고 내가 하고 싶은 거를 해 아내의 심기가 불편한 시기였다.

그렇게 불편한 상황은 역시 결말이 안 좋았다. 처음에는 밭에 집중했다가 수확할 때쯤에는 농사를 포기했다. 수확할 당시에 비도 많이 내려 감자밭이 잠길 정도였다.

호미로 캐서 3박스 팔았나? 나머지는 수확하지 못한 채 그냥 두었다. 아내와 관계가 안 좋은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아무튼 나의 감자 농사 경험은 별로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번은 2017년에 감물 안민동에 사시는 이규웅 님 감자 수확 일손을 도왔던 적이 있다. 마을에서 품앗이로 일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가뭄에도 불구하고 대풍이었다. 농부의 부지런함과 정성의 결과. 수확하는 날 다행히 볕도 강하지 않아 일하기 수월했다.

땅을 파봐야만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감자, 감물 박달마을 이우성 이장님이 체험학습 온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왜 농부는 아주 보잘것없을까? 농부는 왜 먹고 살 정도도 안될까? 이게 아저씨의 고민이야. 오늘 캔 감자를 보면 감자 4분 1쪽을 심으면 농사 잘 지으면 10개 감자가 열려. 그럼 감자 한 알이 자식 40마리를 낳는 거야. 조는 1톨에 7000톨이 열리는 작물이고 반대로 마늘은 1쪽을 심으면 6쪽이 열려. 즉 우리는 식물의 자식을 먹는 거야. 그 자식을 농부들이 키우는 거야. 그렇게 소중한 존재가 농부야.”

내일은 찐 감자를 먹어야겠다. 다음에는? 이 다음은 옥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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