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손으로 벌레를 잡는다
[특별연재] 손으로 벌레를 잡는다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06.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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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숙의 귀농이야기
여성친화도시군민참여단장
조금숙 씨.
조금숙 씨.

 

자분자분 비가 내린다. 모처럼 한숨 돌리며 몇 번씩 벼르던 지인을 찾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은 훌쩍 가버린다. 사는 일이 매양 누가 쫒기라도 하는 것처럼 허덕인다. 

올해 초, 1월6일에 양배추와 배추 씨앗을 파종했다. 밤사이 행여 얼어 죽을세라 열선을 깔고 보온 덮개에 비닐을 덮어가며 모종을 키웠다. 아침 해가 뜨면 보온 덮개를 열어 젖히고 해가 지기전에 다시 덮어주기를 반복하며 지극 정성으로 키워냈다. 누가 말하지 않던가. 작물을 키우는 일이 자식 키우는 것 같다고. 딱 그말이 적절했다. 

싹을 틔우고 자라는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커나갔다. 때 맞추어 유기농업연구소의 강의를 듣기 시작한 남편은 의기충천했다. 유기농업 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마다할 줄 알았던 강의가 시기 적절하게 의욕을 당기는 모양새였다. 배추의 널부러졌던 이파리들이 결구 되기 시작할 즈음, 일이 터졌다.

남편이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메는 시간동안 모든 것이 같이 멈추었다. 작물이 자라든지 말든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의식을 찾고 일상이 서서히 회복되었다.

그 사이 부쩍 자란 배추가 보이기 시작했다. 퇴원 소식을 듣고 괴산 오기 전에 함께 활동하던 지인들이 찾아 왔다. 온 김에 하우스를 둘러보고 감탄을 마지않는다. 언제 이렇게 농사를 지을 줄 알았냐며 배추 결구된 사진을 꼭 올려 달라고 했다. 배추가 결구된 꼭지 모습이 장미꽃잎이 포개진 것처럼 예뻤다. 통이 단단해지며 언제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양배추는 배추보다 작기가 훨씬 길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배추를 출하하고 나서야 결구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크기가 제각각으로 일관성이 없었다. 하우스 밭이 토질은 진흙기가 있는데다 돌이 많아서 그렇다고 진단해주었다. 그나마 기술센타에서 보급해주는 광합성균등 미생물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작물이 눈부시도록, 잘자라는 모습이 그저 감탄스럽기만 했다. 출하를 앞두고 무농약 인증도 받았다. 그렇게 키운 양배추를 학교급식으로 납품도 했다. 뿌듯하고 대견했다.

양배추 모종을 밭에 정식하고 남어서 50구 포트에 심고 하우스 출입문 앞에서 키우고 있었다. 마침 양배추를 따내고 자리가 비길래, 그 자리에 포트에서 자라는 양배추를 몇포기 심어보았다.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 볼 심산이었다. 옮겨 심고 뿌리는 잘 내렸다.

한 잎씩 결구되는 모양새를 갖출 때 벌레 먹은 이파리가 보였다. 화들짝 놀란 급한 마음에 손으로 애벌레를 잡았다. 시험 삼아 키워본다니까 BT제를 건너뛰었던 모양이다. 

이제 손으로 벌레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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