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나를 끌고가는 존재
[특별기고] 나를 끌고가는 존재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06.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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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뻐꾸기, 두견이, 매사촌, 벙어리와 같은 새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부화 기생이라고도 하는 탁란 조라는 것이다.

탁란은 알을 자기 둥지에서 스스로 품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그 새를 숙주로 알을 품고 부화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두견새는 꾀꼬리 둥지에, 뻐꾸기는 때까치, 알락할미새, 붉은 머리오목눈이(뱁새)의 둥우리에 한 개의 알을 낳는다. 보통 붉은 머리오목눈이(뱁새)는 보통 3~5개의 알을 낳는데, 어미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뻐꾸기는 잽싸게 달려들어 뱁새의 알 하나를 깨먹거나 떨어뜨리고, 제 알을 하나를 재빨리 낳아 놓고 사라진다.

보통 새알이 부화하는 데 14일이 걸리는 데 비해 뻐꾸기의 알은 9일이면 부화한다.

그렇게 먼저 부화 한 뻐꾸기 새끼는 아주 사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새끼 뻐꾸기는 둥지 안에 있는 뱁새의 알들을 둥지 바깥으로 밀어내 깨뜨려버리고 어미를 독차지한다.

그런 것도 모르고 어미 뱁새는 뻐꾸기가 제 새끼인 줄 알고, 자기 몸보다 대여섯 배는 더 큰 새끼 뻐꾸기가 날 수 있을 때까지 먹이를 물어다가 헌신적으로 키운다.

하지만 그런 희생에도 불구하고, 날 수 있게 된 새끼 뻐꾸기는 어미 뻐꾸기의 부름을 듣고는 그동안 키워준 어미 뱁새를 버리고 제 어미를 따라 사라져버린다.

불쌍한 뱁새는 뻐꾸기에 의해 자기가 낳은 새끼도 잃고, 애써 키운 남의 새끼마저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아프리카 중부 지방 전역에 퍼져있는 수면병이 있다. 이 병은 말 그대로 한번 잠들면 며칠씩 깨어나지 못하고 신체 마비나 환각 증세로 이어지는 아프리카 풍토병이다.

이 병은 흡혈 파리의 일종인 체체파리가 옮기는데, 특정한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체체파리가 다른 사람에게 날아가 감염시킨다.

이 병에 감염되면 초기에는 가벼운 두통, 고열, 구토가 나타나다가 밤잠을 자지 못해서 낮에 졸게 된다. 그러다가 수면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이 중추 신경계에 침투하게 되면 뇌에 들어가서 정신 이상과 혼수상태를 일으킨다.

그렇게 차츰 잠에 빠져 시도 때도 없이 잠만 자다가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동물의 경우에는 이 체체파리에 감염되면 나가나 병을 앓게 되는데, 말이나 소 같은 동물들이 근육 마비로 인해 죽게 된다.

사람이나 큰 몸집을 가진 동물이 고작 작은 파리에게서 옮겨진 기생충이 뇌로 흘러들어가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연가시는 천사 줄처럼 물속을 기어 다니는 기생충으로 계곡이나 하천, 물웅덩이에 산다. 몸길이는 매우 천차만별인데 10cm 정도부터 길게는 70cm가 넘기도 한다.

이 연가시는 암수가 물속에서 짝짓기를 해서 알을 낳는다. 알에서 부화한 연가시 유충은 하루살이나 모기의 유충과 같은 수서곤충에게 먹히게 되는데, 잡아먹힌 후에 그 곤충이 어른벌레가 될 때까지 그 몸속에서 영양을 빼앗아 기생하며 살아남는다.

이런 하루살이와 모기를 메뚜기나 사마귀, 귀뚜라미 등이 잡아먹으면 연가시가 그들의 몸으로 그대로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하루살이 유충이나 모기 유충이 연가시를 물에서 종숙주에게 옮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종숙주의 몸에서 성충이 된 연가시는 번식을 위해 짝짓기를 해야 하는 시기가 된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다시피 연가시는 짝짓기를 물에서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숙주를 조종해 물가로 유인하여 신경조절물질을 분비하여 물에 뛰어들게 만든다.

지금까지도 연가시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우리의 인생 속에 침투한 잘못된 존재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방치해 둘 때가 있다. 인생 속에는 어떤 기생충들이 있을까? 그것은 교만이기도 하고, 이기심이기도 하고, 또는 잘못된 욕망이기도 하다.

그러한 것들은 어느새 내 마음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나를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그게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고작 체체파리 하나에 사람의 목숨을 잃듯이 그런 작은 기생충과 같은 마음들로 인해 우리의 인생이 무너질 수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쉽게 용납하고 자리를 내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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