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5월을 뒤로하고 6월이 되었다. 초록과 함께하는 연등의 산사는 한 폭의 명작으로 창조되었다. “천여지빙삼매견, 만봉도파일공귀(千廬只憑三昧遣, 萬峯都把一笻歸)” 뜻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다.
‘수만 봉우리를 단지 지팡이 하나로 유람한다. 평생 수만 봉우리를 유함했다는는 뜻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매일 봉우리를 오직 지팡이 하나 짚고 오르락내리락, 그것이 산사의 유일한 나들이일 수도 있다. 즉, 지팡이 하나로 돌아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부명사수나감주, 낭적여운시잠의(浮名似水那堪駐, 浪跡如雲是蹔依). 헛된 명성 따위는 물과 같아서 결코 머물지 않는다. (가피, 2023.5, 참고)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날을 보내는 마음에서 찾아본 글이다.
무릇 모든 지식이란 어떤 경계를 만나면 쓸모없는 것이 되기 쉽다. 지식이란 기본적으로 나의 것이 아니라 남의 머리를 빌린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의 지혜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바른 깨달음을 통해 얻을 수 있으니 더 이상 다른 곳에서 헤매지 말기 바란다.
“허공 경계를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큰 도는 크고 맑아 이치 또한 깊나니, 오호의 풍월을 알기만 하면 봄이 올 때 여전히 꽃향기 가득하리라(虛空境界豈思量, 大道淸幽理更長, 但得五湖風月在, 春來依舊百花香) (법주사회보, 2023.3.참조) 상암사 불사에 마음이 모이고 있다.
이 세상의 그 어떠한 일도 크게 시작되는 것은 없다. 작은 것이 큰 것이 되는 것이 시작의 이치라 하겠다. 상암사의 불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