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생명의 나눔
[특별기고] 생명의 나눔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05.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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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피를 헌혈한 사람으로 기네스에 올랐으며, 그 60년간의 헌혈로 240만 명의 아기를 구한 사람이 있다.

1951년 호주, 제임스 해리슨이라는 14살짜리 소년이 가슴에서 폐 하나를 떼어내고 다른 조처를 취하는 장시간의 대수술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수술을 하는 도중 다량의 출혈이 일어났는데 제임스의 혈액은 아주 희귀한 혈액인 Rh- A형이었기 때문에 매우 위급했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누군가가 헌혈을 통해 그에게 귀한 피를 공급해 준 덕에 그는 살아서 석 달 뒤 퇴원했다.

나중에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수혈받은 13리터의 피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단다. 그것을 기억해두거라.” 소년 제임스 해리슨은 정말로 그 말을 가슴에 깊이 새겨두었다. 그리고 헌혈을 할 수 있는 18살이 되자 제임스는 호주 적십자사 헌혈 서비스를 찾아가 헌혈을 하기 시작했다.

제임스가 처음 헌혈에 나서기 시작할 무렵, 1967년 호주는 태아들에게 닥치는 수천 건에 달하는 유산, 사산, 뇌 결함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었다.

의료진들은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오랜 시간 분투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오늘날 신생아 용혈 병으로 알려진 Rh 부적합증 때문이다.

이것은 임산부가 Rh- 혈액형일 때 임신한 태아기 Rh+ 혈액형을 가지면 일어난다. Rh 항체가 태아의 적혈구를 공격하면 태아의 적혈구가 파괴돼 빈혈과 황달이 생기며, 과도하고 지속적인 용혈로 인해 빈혈이 생기고 간기능부전, 심부전, 폐출혈 등을 일으키며 심지어는 자궁 내 태아 사망이 일어날 수 있다.

의사들은 오랜 연구 끝에 매우 드물지만 이 병에 대한 항체를 가진 사람의 혈액으로부터 혈장을 분리해 처치 과정을 거쳐 임산부에게 주사하면 용혈을 막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렇게 연구자들은 마침내 찾아낸 이 항체를 가진 사람이 바로 제임스 해리슨이었다.

당시까지 제임스는 근 10년 동안 전혈 헌혈을 해오고 있었다. 그는 연구팀의 제안에 “제가 실험용 기니피그가 되라는 거더군요. 제 혈액이 필요하다면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자신의 혈액으로 진행되는 연구 프로젝트에 그는 목숨을 걸고 참여한다. 그렇게 제임스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2주마다 적십자사로 가서 헌혈하는 일을 50여 년 동안 계속했다.

이 프로그램 이전 10년의 헌혈 기간을 더하면 60여 년 동안 헌혈을 해온 것이다.

마침내 호주 적십자사 연구자들은 머지않아 제임스가 헌혈한 혈액으로부터 신생아 용혈 병을 막는 백신주사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백신에는 ‘안티-D’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그 뒤로도 그는 헌혈을 계속했으며, 안티-D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그의 혈액은 백신의 원료로 쓰여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행복을 지켜낼 수 있었다.

또한 훗날 제임스 해리슨의 딸도 제임스의 헌혈 혈장으로 만든 Rh 부적합증 백신을 맞고 건강한 쌍둥이를 낳을 수 있었다. 그가 베푼 놀라운 나눔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제임스 해리슨의 혈액이 어떻게 자연적으로 신생아 용혈 병의 항체를 가질 수 있었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가장 유력하게 제시되는 이론은 그가 14살 때 흉부 절개수술을 받은 뒤 석 달 동안 수혈받은 과정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추정이다.

실제로 그는 수혈받은 몇 년 뒤 의사로부터 자신의 혈액이 Rh-에서 Rh+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그는 그것이 자신에게 허락된 재능이기에 베푸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만일 어떤 이가 자신이 품은 작은 소망과 소명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를 그는 진정한 위인이 아닐까? 그렇기에 제임스 해리슨은 위인이라고 부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갖추어야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그 나눔은 우리에게 훨씬 값지게 돌아온다.

제임스 해리슨이 우리에게 나눔의 롤 모델이 되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여러분도 겁내지도, 주저하지도 말고 작은 나눔부터 실천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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