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월주의를 꺾어버린 한국에서 발견된 돌(Stone)의 가치
유럽 우월주의를 꺾어버린 한국에서 발견된 돌(Stone)의 가치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05.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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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전 교수·개미행정사 대표(공학박사)
김영일 교수
김영일 교수

가장 먼저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들은 최소 178만 년 전에 존재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다. 그들은 현생 인류처럼 완벽하게 두 발로 걷기 시작했는데, 호모 에렉투스는 약 100만 년 이상 생존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생존했다.

두 앞발, 즉 두 손이 자유로워지자 도구와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점차 날카로운 송곳니는 퇴화하고 두뇌 크기도 증가했다. 짐승들은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몸에 털을 유지하지만, 이제 그들에게는 사냥이 추위보다 더 중요해졌으니까 효과적인 사냥을 위해 자기 몸에서 털도 없앴다.

불의 발견은 인간 진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생식을 위주로 하던 이들은 우연히 불을 발견해 사냥한 동물을 구워 먹기 시작하면서 두뇌 용량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에너지의 원천인 불을 인위적으로 다룬다는 사실은 이제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이며, 불이라는 존재 덕분에 요리가 등장하고, 가족이 등장하고, 공동체가 등장했다. 

그런데 불만큼이나 중요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특징은 돌(Stone)을 활용해 주먹도끼(Hand axe)와 같은 정교한 도구를 제작했다는 점인데, 이 주먹도끼 덕분에 서구 백인들은 묘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1859년 프랑스의 북서부 솜므강(Somme river) 강변 생아슐(St. Acheul)이라는 지역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주먹도끼는 고도의 숙련기술을 필요로 한다. 아무렇게나 깨진 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각도를 결정하고 균형을 잡아 돌을 타격해 제작하고 다듬었다.

특히 돌의 양쪽 면을 모두 쳐서 만들었기 때문에 양면핵석기(兩面核石器)라고도 부르는데, 뾰족한 부분으로는 짐승의 가죽을 찢었고, 날카로운 부분으로는 나무를 가공하고, 다른 부분으로는 짐승을 사냥했다. 

미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모비우스(H.L. Movius, 1907∽1987)는 지난 1948년, 구석기 문화를 주먹도끼 문화권과 찍개 문화권으로 분류했다. 자신의 논문에서 인도를 기준으로 인도 서쪽인 유럽, 아프리카, 서아시아 등지를 '주먹도끼 문화권'이라 하였고, 한국을 포함한 인도 동쪽인 동아시아와 아메리카는 '찍개 문화권'이라 했다.

아무래도 양면을 다듬는 도끼를 만든 인류가 한쪽 면을 깨뜨려 만드는 찍개를 만든 인류보다는 더 똑똑했을 텐데, 모비우스의 이론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 문화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유럽보다 열등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유럽이 동아시아보다 우월했음을 나타내는 고고학계의 일반론이었다.

그런데 이 오만방자한 고고학계의 이론을 깨부순 돌멩이 하나가 1978년, 경기도 연천군 강변에서 발견되었다. 전 세계 고고학계의 이론을 완전히 부정하는 한반도 최초 주먹도끼의 발견이었다.

서울대 김원룡 교수는 프랑스에서 구석기를 전공한 영남대 정영화 교수와 함께 현장을 답사하게 되는데, 그들은 이곳에서 채집되는 구석기 유물인 주먹도끼(Hand axe)의 형태가 프랑스의 아슐리안(Acheulian) 주먹도끼와 유사함을 확인한 뒤 현지 조사 결과를 학계에 발표했다. 

그렉 보웬(Greg L. Bowen, 미국 캘리포니아 빅터 밸리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다가 1974년 미군에 입대하여 한국의 동두천에서 주한 미공군 하사관으로 근무)에 의해 주먹도끼가 발견된 지 2년 뒤 수몰될 뻔한 유물 하나가 충북 단양에서 발견됐다.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규격화된 슴베찌르개(슴베는 칼, 괭이, 호미 따위의 자루 속에 들어박히는 뽀족하고 긴 부분)가 서로 다른 문화층에서 110점이 나왔다고 한다. 

수양개(垂楊介) 유적(사적 제398호,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남한강변, 구석기 시대의 테크노폴리스)은 우리나라 후기 구석기시대 석기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적으로, 20,000년을 전후한 시기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구석기 공작의 유물들이 복합적으로 발굴된 유적이다. 

수양개Ⅰ지구 유적에서는 50여 곳의 석기제작소가 확인되어, 이 시기 구석기인들의 석기제작방법을 추정, 복원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는 유적이다. 

이곳에서는 슴베찌르개, 좀돌, 날몸돌 등 후기 구석기시대의 전형적인 석기들이 같은 문화층에서 출토되었으며, 중국, 일본 등 동북 아시아 후기 구석기 문화 전통의 전파경로를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1983년 충주댐 수몰지구 문화유적 발굴조사의 일환으로, 구석기시대부터 마한시대까지 발굴된 수양개(垂楊介) 선사유물 전시관을 방문하여, 유럽의 우월주의를 꺾어버릴 생각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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