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부화(花復花), 즉 꽃이 다시 꽃으로 부활한다는 뜻이다. 정조가 과거시험에 화부화라는 말을 과제(科題)로 냈다. 제대로 된 답을 써낸 선비들이 없는데 단 한 명이 정확히 의도를 짚었다.
정조가 그 답을 쓴 선비를 장원으로 뽑은 뒤 불러서 물었다. “누가 이 제목의 뜻을 가르쳐주었는가?”
선비는 상경하던 길에 겪었던 일을 왕에게 아뢰었다. 어느 노인이 선비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번 과거의 제목은 화부화일 것이니 준비하시오” 선비가 물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노인이 말하기를 “굳이 풀이하자면 꽃이 진 자리에 다시 피는 꽃”이라는 뜻이라오. 선비가 말하기를 “그런 꽃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노인이 말하기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라오. 목화는 꽃이 피기도 하지만 꽃이 져서 솜이 되면 그게 또 다른 꽃처럼 보이지 않소” 정조와 번암 채제공에 관한 내용이다.(월간조선, 2017. 01)
모과나무는 살아서 모과 향을 부처님께 올리고 죽어서는 집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죽은 나무가 버팀목이 되어 산 나무가 푸른 잎을 매달았다. 그 고목은 또 다른 생명의 둥지가 되어 주고 있다. 뿌리는 믿둥이 되고 가지는 서까래를 바치고 모과나무는 죽어서 그렇게 승방의 재목으로 탄생하였다.(화엄사 구층암)
2023년(불기 2567) 부처님 오신날 5월이 되었다. 현재 상암사의 기둥과 기와는 사라져 없어지고 잡초만 무성하다. ‘꽃이 진 자리에 다시 피는 꽃’ 화부화처럼, 상암사에 다시 연꽃이 피어 부처님의 자비가 백두대간 조령산 상암에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