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이 봄, 어디에 둘까요
[특별연재] 이 봄, 어디에 둘까요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03.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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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숙의 귀농이야기
여성친화도시군민참여단장
조금숙 씨.
조금숙 씨.

참 고혹적인 말입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아침이면 새소리가 낭랑합니다. 아이들은 마치 유트브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가까이에서 들린다고 신기하답니다. 자연이 안겨주는 신비로움은 끝이 없습니다. 겨울부터 준비해 온 목련나무의 꽃망울들도 언제 터트릴까 날씨를 고르고 있습니다. 

한 순간에 생사를 넘나드는 큰일을 치렀습니다. 큰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예고 없이 다가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는 말을 온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앞이 캄캄하고 넋이 빠져 나간 듯한 몇날 며칠을 보내야했어요. 생각은 아침저녁으로 뒤바뀌곤 했습니다. 배추는 누가 키우나 했다가, 그깢 하우스 농사가 다 무슨 필요야 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이 따로 없었습니다. 일상이 멈추었고 진심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위급한 상황을 견뎌낸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을 찾아 죽을힘을 다해 살아났습니다. 

만사를 제치고 한 걸음에 달려온 아이들이 든든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큰 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 위치가 바뀌는 모양새입니다. 아이들이 버팀목이고 기댈 수 있는 언덕이되었습니다.

이제는 장성해서 일가를 이룬 남매가 배우자들과 함께 의논하며 결정하는 모습이 감사하고 또 감사했어요. 코로나 습격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근무 환경도 한 몫을 했습니다. 게다가 상황의 긴급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하던 일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아들의 용감한 결단이 감탄스러웠습니다. 

상황을 전해들은 사람들마다 기적이라고, 천운이라고 말합니다. 남들이야 쉽게 말하지만 일을 겪어낸 속내장의 하나하나는 심하게 쪼그라들었을겝니다. 그야말로 제3의 인생을 시작하는 계기입니다.

하우스 안의 배추와 양배추는 주인징의 속사정과는 아랑곳없이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고추 모종도 눈이 부시도록 예쁘게 크고 있어요. 자연의 숨결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단골손님 박새가 집을 짓느라 연실 들락거립니다. 먹을게 무에인지 자동차 밑에 옹기종기 모여 조악질을 해댑니다. 

마음 예쁜 지인이 화분을 들고 왔습니다. 건네주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망울망울 맺혀있는 꽃망울이 하루가 다르게 봄으로 피어납니다.   

만물이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봄이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또 다른 봄입니다.

이 봄, 어디에 두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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