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희생의 소중함
[특별기고] 희생의 소중함
  • 괴산타임즈
  • 승인 2023.0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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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펠리컨이라는 새가 있다. 만화 영화에서 아기를 입에 넣어 나르는 캐릭터로 등장할 만큼 부리 아래에 큰 주머니를 가진 특징이 있는 새이다.

이 주머니는 자그마치 위의 3배나 더 담을 수 있는 크기로 먹이를 잡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하며, 또한 새끼들에게 먹이를 줄 때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이 새의 부리는 북극에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는데, 짧게 지나가는 따뜻한 기간 동안 먹이를 저장하는 공간이 되어준다.

그래서 후에 먹이를 구할 수 없는 추운 겨울 기간에 사랑하는 새끼들에게 소중한 양식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먹이조차 부족해지면 펠리컨은 제 가슴살을 찢어 새끼들에게 먹이고, 아픈새끼에게는 제 핏줄을 터트려 그 피를 먹인다.

펠리컨의 특이한 부리도, 그리고 그 몸의 전부는 새끼를 위해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천재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는 “자신의 가슴을 찢고 흐르는 피를 먹여 아기를 살리는 새가 있다네. 오 펠리컨의 슬픔이여, 오 펠리컨의 사랑이여.”라며 그 새의 놀라운 사랑과 희생을 노래했다.

칠레의 늪지대에 ‘리노데르마르’라는 작은 개구리가 산다. 이 개구리는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데 그 비결이 바로 수컷의 놀라운 헌신이다. 이 개구리의 암컷은 알을 젤리 같은 물질에 담아 낳는다.

그러면 수컷이 알 주머니를 삼켜 식도의 소리주머니에 보관한다. 그 주머니에서 부화와 성장이 이루어지는데 이때부터 수컷의 고난이 시작되는 것이다. 수컷은 알의 안전을 위해 입을 열지 않는다.

먹이를 먹는것도, 노래를 부르는 것도 모두 포기한 채 하염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알이 부화하면 수컷은 입안에서 부화한 올챙이들을 쏟아내고 대부분의 아빠 개구리들은 영양실조와 탈진으로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그 희생 덕분에 리노데르마르의 번식은 계속 이어져가고 있다.

그 외에도 지구상에서 가장 부성애가 강한 생물로 알려진 가시고기가 있다. 가시고기는 길이 5cm의 민물고기이다.

그들은 산란기가 되면 수컷들이 단단하고 평평한 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수초를 물어와 점액질을 배설해 그 수초들을 단단히 엮고 주둥이로 수초 뭉치를 둥그렇게 만든다.

그 가운데 구멍을 뚫고 바람을 수없이 불어 넣어 둥지를 완성하면 암컷이 완성된 둥지에서 알을 낳는다.

그리고 산란 후 암컷은 미련 없이 둥지를 떠나버린다. 그렇게 남겨진 수컷이 홀로 남아 알을 돌본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침입자를 물리치고, 새 물을 넣어 주기 위해 앞 지느러미로 끊임없이 부채질을 한다.

그렇게 지극한 정성으로 마침내 알이 부화되면 이 수컷 가시고기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지느러미와 주둥이는 모두 헐고 화려했던 몸 색깔도 퇴색된다.

그렇게 새끼들의 탄생을 지켜내며 아빠 가시고기는 숨을 거둔다. 

그러나 죽음으로도 그 돌봄이 끝나지 않는다. 부화된 새끼들은 사냥을 할 수 없어, 둥지에서 죽은 아빠의 사체 살을 뜯어먹으며 생존한다.

그렇게 아빠의 죽음과 맞바꾸어 새로운 가시고기들의 삶이 시작된다.

그 외에도 우리는 놀라운 희생과 사랑을 자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렁이는 산란 후 알이 깨어나면, 어미의 껍질 안에서 자신의 살을 먹여 새끼를 기른다.

새끼는 어미 우렁이의 살을 파먹고 자라나게 되고, 더 이상 도움이 없이 혼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가 될 때쯤 이면 어미 우렁이는 살이 모두 잃고 껍질만 남은 상태이다.

그렇게 껍질만 남은 채 물 위에 떠올라 흐르는 물살에 아무 말 없이 떠내려가며 생을 마감한다. 그들의 희생은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동물의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인류 역사와 현재에도 아름답고 놀라운 희생과 사랑은 넘쳐난다. 물론 그것은 강요되어야 하는 것도 억지로 지켜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그 희생과 사랑은 반드시 후에 더욱 아름다운 생명으로 나타나게 됨으로써 절대 헛되게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우리가 그 희생을 직접 실천하지 못할지라도, 분명 내 인생에도 깃들어 있는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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