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인생의 탈바꿈
[특별기고] 인생의 탈바꿈
  • 괴산타임즈
  • 승인 2022.12.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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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지구에서 가장 많은 동물의 종류는 무엇일까? 그것은 ‘곤충’이다. 오늘날까지 알려진 어류는 약 3만 종, 조류는 약 9000 종, 포유류는 약 5000 종, 양서류와 파충류는 각각 약 6000 종, 무척추동물은 10만 종인데 비해 곤충류는 무려 80만 종이 넘는다.

곤충은 다른 동물 모두를 합친 것보다 월등히 많고, 동물 전체의 80퍼센트나 된다. 머리에는 한 쌍의 더듬이와 겹눈이 있고, 가슴에는 두 쌍의 날개가 있으며, 세쌍의 다리가 있는 특징을 갖고 있는 모든 동물이 바로 곤충이다.

요즘 날씨에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나비를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인간이 갓난아이로 태어나 많은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변신을 한 것이다.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가 되었다가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충이 된다. 곤충은 이처럼 다른 동물과 다르게 성장하면서 몇 번의 ‘탈바꿈’을 하는데 예전에는 이 성장 단계를 ‘모습을 바꾼다’는 뜻에서 변태(변할 變, 모습 態)라고 칭했다.

곤충들은 모두 저마다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저마다 거치는 과정은 다르지만 모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인고의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곤충들을 보면 크기는 작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자연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애벌레는 쓰레기에서 생기고, 반딧불이는 풀잎 이슬에서 생긴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발생설이 통용되었던 중세와 근세에는 생물은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무생물로부터 우연히 발생한다고 믿었다.

즉, 애벌레와 나비를 별개의 존재로 여기고 애벌레는 더러운 진흙이나 부패한 곳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여긴 것이다.

더구나 17세기까지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이와 벼룩뿐만 아니라 농작물과 화초를 망치는 각종 벌레는 모두 악마의 산물로 간주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번식으로 태어나는 생명체도 있지만 그밖에 생명체들은 무생물에서 ‘생명력’의 영향을 받아 태어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직접 50종이 넘는 곤충을 분류하고 기록했기 때문에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져 이 자연발생설은 17세기 중반까지 과학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164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마리아 지빌라 마리안(1647~1717)은 누에 관찰을 시작으로 애벌레에서 나비와 나방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곤충의 변태(탈바꿈) 과정을 최초로 밝혀내어 곤충의 변태를 자연발생 또는 악마가 보낸 존재로 잘못 해석하는 중세 사람들의 오랜 편견을 깨뜨리고 오히려 이것이 자연스러운 과학 현상임을 알게 해 준 곤충학의 선구자이자 예술가이다.

당시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훗날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독일에서 옛날 500마르크 지폐 인물로, 또한 우표의 인물로 발행되었다. 무시당하던 그녀가 옳았음이 입증되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녀는 단순히 이론을 밝혀낸 것만이 아니다. 동판화 제작자의 딸로 태어나 홀로 독학으로 곤충을 연구했을 뿐 아니라, 곤충의 변태과정과 생태를 생생하게 동판화로 묘사하였다.

그림 한 장에 애벌레와 애벌레가 먹는 풀과 꽃, 고치 그리고 나비를 그려놓아 그 일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인류는 나비의 한살이와 곤충의 변태 과정을 알게 되었고, 300년 전 그녀가 그렸던 그림은 그대로 현대 곤충도감의 원형이 되었다.

또한 여성 여행자가 많지 않던 시절, 50대의 그녀는 딸과 함께 남아메리카 수리남에 가서 관찰과 연구를 했으며 60여 장의 동판화 그림들을 모아 “수리남 곤충의 변태”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녀의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도감은 러시아 황제 표트르 대제가 수집할 정도였다.

그녀는 파란만장하고도 불행한 일생을 살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자신의 인생에 머무르지 않고 목표와 꿈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갔고 그 결과, 인류에게 큰 업적과 선물을 남겼다. 그녀가 남긴 것은 단지 연구 결과와 훌륭한 도감뿐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아닌 것을 바로잡을 용기,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열정, 마지막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이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그녀에게서 배워야할 탈바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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