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절임배추로 시작한 귀농생활
[특별연재] 절임배추로 시작한 귀농생활
  • 괴산타임즈
  • 승인 2022.11.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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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숙의 귀농이야기
여성친화도시군민참여단장
조금숙 씨.
조금숙 씨.

<<그 첫해. 절임배추로 알려진 괴산의 이름을 확인이라도 하듯, 생각지도 않게 절임배추 일을 거들게 되었단다. 꽃을 좋아하던 엄마가 그 집 담벼락에 하얗게 피던 꽃나무를 한 삽 얻으려고 했다가 절임배추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받았던 거야. 마을에는 연세 드신 노인들만 늘어가니 팔팔하게 일할 수 있는 젊은(?) 귀농인이 무척이나 반가우셨던 모양이다.

절임배추 작업 공정은 단순했다. 밭에서 배추를 따고, 반으로 가르고, 소금에 절이고, 건져서 씻는 일, 팔뚝이 젓는 것은 물론 앞자락까지 흠뻑 젓기가 일쑤요 머릿속에까지 소금이 뿌려지고, 절인배추를 건져내고 나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어느 공정 하나도 쉬운 일은 없없어. 일을 마친 저녁마다 온 몸에 파스를 붙이고 밤새 끙끙 앓아도 빠지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단다. 도시에서 온 사람은 일을 못한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 싫었어.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 인연이 없었다면 어떻게 아로니아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싶어. 배추형님 댁 트랙터로 밭고랑을 만드는 일을 부탁할 수 있었고, 묘목을 심는 일손도 함께 보태주셨다.

마을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우리집엔 마을 방송이 들리지 않는다. 누구네 집에 초상이 났다, 퇴비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가 없어. 그런데 대소사를 챙겨야 하는 마을일은 절임배추 형님이 전화로 알려 주셨다.

여전히 품앗이가 고스란히 살아 움직이는 것을 실감했어. 도저히 한 집에서 해낼 수 없는 일을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니까 시골에서의 생존법이지. 농사일의 고단함을 몸이 저리도록 아니깐, 다른 사람의 노동도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 생각된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홀연히, 그야말로 준비없이 후다닥 내려오게 된 시골살이는 그렇게 훌륭한 일꾼임을 인정받으면서 시작했다.>>

아들과 주고 받은 편지(책제목: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속에 들어가 있는 글을 퍼왔다.

그렇게 시작한 절임배추 일이 올해는 비건김치 김장체험으로 바뀌었다. 동네 노인회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젓갈 넣지 않은 김치가 익으면 훨씬 시원하시단다. 젓갈에 익숙한 입맛이 그 시원함을 알아차릴런지 상당히 의문스럽지만 과감히 도전하기로 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입맛을 길들이는 일만 남는다.

도전은 일상을 흔들고 깨운다.

김장을 마치면 겨울준비는 끝이 난다. 그 끝에 정감어린 마음을 내어 선물받은 장구가 또 한번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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