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산천은 그대로인데
고향산천은 그대로인데
  • 괴산타임즈
  • 승인 2022.09.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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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남윤봉 교수.
남윤봉 교수.

반세기를 넘어서 고향에 마음이 머무르니 산천(山川)은 그대로인데, 그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양지바른 명당에 자리하고 있어.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던 할머니들의 자애로움과 골목길을 누비던 할아버지들의 위세를 이제는 찾으려 해도 볼 수가 없다.

그때엔 새파랗던 아낙네들은 옛 할머니들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몇 안 되는 고향 후배들은  성성한 백발로 세월의 흐름을 동행하고 있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반세기 전 들판의 풍경은 밭에는 보리 담배 고추 등의 작물 재배가 대세였고, 논에는 어김없이 벼농사가 대세였는데, 지금은 밭에는 과일나무 인삼 특용작물 재배가 많고, 논에는 벼 인삼 특용작물 재배가 대다수이다.

그리고 전에는 거의 집집마다 소를 키워서 밭갈이 논갈이 볏단운반 등 농사일을 돕는 큰 일꾼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가 없고, 옛날에 소가 담당하던 일들을 농기계가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시골길은 옛날에는 사람하나 다닐 정도의 좁은 길이었는데, 지금은 농기계 자동차가 자유로이 다닐 수 있게 넓혀 놓았고, 이에 시멘트 포장까지 해서 옛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개인운반수단은 등에 지는 지게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지게 지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그만큼 시골생활모습이 대폭 변화했음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시골의 젊은 인구 감소로 인해 농사일을 할 사람이 거의 없고, 인구의 노령화로 타인에게 농지를 임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근래에는 노인복지정책의 다변화로 인해, 시골노인들의 건강 복지부분에 정부의 지원과 보살핌이, 옛날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향상되어, 노년생활을 누리는 어른들에게는 다행한 일이다.

문제는 지금 80~90세 노인들이 시골마을을 지키고 있고, 자녀들은 거의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기에, 지금의 노년세대가 바뀌면, 마을의 공동화(空洞化)가 심해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이 조속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마을사람들의 생활방식도 많이 달라져있다. 옛날에는 인력을 통해 서로 협동하며, 농사일을 꾸려가다 보니 서로 품앗이를 통해 의존적인 공동체의식이 강했는데, 지금은 각자가 농기계로 독립적인 농사일을 함으로써, 협동적 공동체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또 각자가 이런저런 모습으로 부지런히 노력해서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자녀들이 도시의 직장생활에서 비교적 풍요로운 생활을 하게 되니, 그 시골부모들도 여유로운 영향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반세기 전만해도 고향인 막의마을 주민이 300여명이었는데, 지금은 가구 수도 그때의 절반으로 줄고, 주민은 불과 몇 십 명인 실정이다.

그때에는 면소재지 초등(국민)학교에 다니는 마을 어린이 수십 명이, 걸어서 3킬로미터쯤을, 남한강 상류의 하천을 건너서 등하교를 했는데, 지금은 마을어린이 한두 명을 위해 학교버스가 왕래하고 있으며, 그때의 등하교길 신장 로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 도로였는데, 지금은 말끔히 포장되어 있다.

또한 여름장마철에는 마을 앞 하천물이 많이 불어나면, 하천을 건널 수가 없어서, 학교를 못가거나 학교에 간 후에 폭우가 오면, 수업을 단축하고 하교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하천위에 시멘콘크리트 다리가 놓여있어, 폭우와 관계없이 언제나 통행이 가능하다.

그때에는 고향의 목도초등학교 학생이 한반에 60여 명씩 12학급이어서 총 학생수가 8~9백 명 이었는데, 지금은 전체학생수가 몇 십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개교 백년을 넘은 유서 깊은 학교로서, 이웃지역에 작은 학교 두 개교씩을 두었던 큰 학교가 이런 모습이고, 작은 두 학교는 이미 폐교가 된지 여러 해가 된다고 한다. 어찌 우리 시골마을 만의 변화된 모습이겠는가. 인구감소의 문제는 도시 역시 많은 변화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대자연모습의 고향산천은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주민의 수, 농사짓는 방식, 이웃 간의 정, 공동체의식 구조,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불과 반세기여 만에, 예상할 수 없었던 형태로 변모되어 있다.

이런 변화된 모습은 나의 고향 막의마을 뿐 아니고, 아마도 다른 시골마을들도 대동소이 할 것이다. 그래도 변모된 모습이라도 모든 이의 고향마을이 언제나 건재하기를 마음으로부터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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