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가든 카히츠칸何必館
갤러리 가든 카히츠칸何必館
  • 괴산타임즈
  • 승인 2021.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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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교토의 번화가 기온祇園 대로는 2 키로로 길게 이어지는데 양 길은 사람들이 많이들 걷고 걷는다. 하나같이 특색있고 흥미로운 가게가 늘어서 있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길고 긴 길이다.

그 길에 어울린다고 할 순 없으나 나같이 미술관과 갤러리를 좋아하는 사람의 눈길을 끄는 곳이 하나 있다.

많은 가게들 사이, 좁은 입구 윈도우에 사진을 붙이고 사진전시를 하고 있었다. 이름이 카히츠칸何必館이라 했다. 개인 갤러리에 천엔 (11000원) 입장료를 받는 것도 이상했고 들어가니 아담한 공간인데도 엘리베이터로 4층부터 오르는 것도 특이했다.

그러자 오른 4층에 신선한 광경이 펼쳐진다. 한 면에 보이는 두어 평 남짓의 가든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두툼한 잔디에 두 개의 검은 돌이 박혀있고 늘씬한 단풍나무가 둥그렇게 뚫린 유리 천정으로 햇살을 받고 서 있었다.

사진 전시를 봤는데 유명 광고에서 본 세계적인 그 오리지날 사진작품들이 그 곳 소장이라고 했다.

그 후 기온 대로를 걷다가 쉬고 싶으면 천엔을 내고 그 갤러리 가든에 올라, 벤치에 앉아 그 정원을 가만히 바라다 본다. 그 집 역사를 알려고 하지 않은 채, 녹빛 잔디와 나무를 그렇게 바라보았었다.

그러다 그 곳의 진가를 본격적으로 알게 되는 날이 마침내 왔다.

하루는, 그 앞을 지나는데 일본 근대 3 화가의 전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 중 하나, 동백꽃잎을 그린 커다란 도자기가 눈에 익어 들어갔다. 그것을 만든 작가 이름은 키타오지 로산진北大路 魯山人 이다.

먼 서구 인상파 화가들이 좋아 일찍이 공부한 적은 있으나, 바로 이웃인 나라의 화가는 잘 모르던 때였다. 벽에 붙은 설명을 보니 쇼와昭和시대에 활약한 화가들이다.

수 많은 시문詩文을 남긴 화가 야마구치 카오루山口薫 (1907 - 1968) 의 한 줄 시들이 그림과 함께 걸려 있고 '시혼詩魂 화가'라 했다. 미술평에 나오는 말이다.

그 평이 아주 빼어난 문장인데 그걸 쓴 이가 미술평론가요 수필가로 예술 수집가로 유명한 '梶川芳友카지카와 요시모토'로, 바로 그 카히츠칸을 세운 사람이다.

갤러리로 알고있던 공간은 유명한 '교토 현대 미술관' 이었다. 일본 미술을 대표하는 무라카미 카가쿠村上華岳, 야마구치 카오루山口薫, 키타오지 로산진北大路 魯山人, 근대 화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근현대 회화, 도예, 책, 사진을 폭넓게 소장하고 있고, 1981년 기온에 개관하여 세계의 작품을 기획 연구 전시하고 있다.

카히츠칸何必館이 지향하는 이념은 기성 회화의 틀을 넘어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던 화가, 무라카미 카가쿠村上華岳 의 정신과 통하고 있다. 그는 근대 일본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아름다움을 품은 그의 묘선은 자신의 감성과 무한한 정신력을 보인다. '회화제작은 밀실의 기도'라고도 했다.

카히츠칸, 교토 현대미술관을 세운 카지카와 요시모토梶川芳友가 그의 방대한 콜렉숀의 중심이 되는 3 화가를 묘사한 평 중, 키타오지 로산진北大路 魯山人을 언급한 것이 인상적이어 여기에 덧붙친다.

“좌변사우坐辺師友(ざへんしゆう)”라는 말을 나는 좋아하는데 그건 '키타오지 로산진北大路 魯山人'의 세계를 완벽하게 파악한 말이다. 주변의 생활공간, 주변에 있는 것이야말로 '스승이자 친구'라는 의미다. 로산진은 안목을 단련하기 위해 뛰어난 미술품을 주변에 두고 구사함으로 선인들 생각을 배우려 했다. 그에게 있어, 자유로이 그 마음을 배우는 것은 '최상의 수행'이었다.

일상에 어떤 것을 주변에 두는가가 생활관을 확립하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뛰어난 것에 둘러싸여 생활하면 자연스레 그 마음을 배우게 된다. 주변 환경에 의해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美”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구체화되어야만 의미를 가지게 된다. 로산진의 그릇에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상한 힘이 있다. '동백나무 사발'은 로산진 도예 중 가장 큰 작품으로 직경이 40cm나 되며 말할 수 없이 기품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산진이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은 “美에 대한 안목의 유무”이다. 그것은 그의 절대적 가치관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싶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그것의 자그마한 발로”라고 했다.

그는 일생 '안목높은 사람과의 만남'을 추구했다. 로산진의 강렬한 비판정신, 그것은 그저 정통적 작품에 빠진 창조행위에, 힘찬 생명을 되찾기 위한 Key가 되지 않을까.

인간은 정설 定說에 구속당한다. 그러면 자유를 잃게 된다. 카何 어찌~  히츠必 꼭, 그렇게, 반드시~ 란 의미인가.

학문이든 예술이든, 어찌 정설만을 꼭 받들어야 하겠는가. 그걸 넘어 자유로운 정신을 계속 갖고 싶다는 마음에 카히츠칸何必館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아름다움에 공헌되었으면 하고 지은 이름일 것이다. 미술과 녹빛 정원의 단풍나무 한 그루, 다다미 방까지 갖춘 '일본다움'을 통한 아름다움을, 그가 세운 아담하나 품위가 있는 교토 카히츠칸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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