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소한도(九九消寒图) 9.
구구소한도(九九消寒图) 9.
  • 괴산타임즈
  • 승인 2021.05.0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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延中有弘(연풍에 김홍도가 있다) - 도화서 이야기(33)
이근우(중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이근우 교수
이근우 교수

1792년, 연풍 고을에 봄이 찾아왔다. 그러나 농사 채비를 서둘러야 하는 계절인데도 논과 밭에 양분이 되어줄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다.

예년에 없던 오랜 가뭄을 겪게 된 고을 백성들 걱정에 김홍도는 쉬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기도라도 올리고자 상암사로 향하는 김홍도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내가 박복한 탓인가! 이 나이 되도록 남을 해한 적도 없고 관직을 탐한 적도 없이 오로지 그림에 매진해왔건만 내 정성이 모자라 부처의 은덕을 얻지 못하는구나. 이러고도 고을을 다스리는 원님이라 할 수 있겠는가!

여러 날 걸친 기도에도 가뭄의 피해가 온 고을에 미치어 백성들의 생활이 피폐해져만 가니 망설일 것이 없었다. 김홍도는 자신의 녹봉 전부를 절에 시주하였다.

주지 : 원님께서 받으신 녹봉을 이리 다 내어주시다니요.

김홍도 : 돌아보니 불상 칠이 다 벗겨져 개금(蓋金)해야 하고 탱화 또한 오래되어 전면 보수를 해서 색을 다시 입혀야 할 것 같아 그리하였소.

주지 : 깊은 산속 하찮은 소승의 사찰까지 보살펴주시는 은덕을 부처님도 아실 겁니다. 나무아미타불…….

김홍도 : 내 몇 해 전 용주사 불화와 탱화를 주관한 적이 있었소. 그때 큰 성심으로 불사를 벌이시는 임금의 뜻을 헤아리며 배운 것은 정성이 우선되어야 한 다는 것이었다오.

주지 : 그렇습니다. 다행히 보기와 달리 이 절에는 산의 정기들이 한곳으로 뭉쳐있어 기도가 원융하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님의 소원성취에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불상을 개금하고 탱화를 보수하는 시주까지 해주셨으니 그에 대한 조그만 보답으로 성심껏 불공을 올리겠습니다. 마음을 정갈히 하고 치성을 다 하면 그 원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원님께서는 고을의 안녕을 위한 일에만 힘써주시기를 바랍니다.

조령산(옛 공정산) 상암사에서 올린 정성이 통하였는지 마흔여덟의 나이에 김홍도는 늦둥이 아들을 얻었다. 연풍현감으로 있을 때 녹봉을 시주하여 얻은 아들이란 뜻을 담아 아들 이름을 연록(延祿)이라 지었다. (조선의 아트저널리스트 김홍도, 살림, 2016 발췌) 구구소한도, 현감 김홍도의 정성이 연풍에 가득하니 올해 농사는 대풍년이다.

연풍현감 김홍도가 정성으로 기우제를 올린 상암사 터에 잡초만 무성하다.
연풍현감 김홍도가 정성으로 기우제를 올린 상암사 터에 잡초만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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