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꽃패놀이 (~~라떼는 말이야)
[특별연재] 꽃패놀이 (~~라떼는 말이야)
  • 괴산타임즈
  • 승인 2021.04.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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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숙의 귀농이야기
여성친화도시군민참여단장
조금숙 씨.
조금숙 씨.

마구마구 핀다. 꽃을 보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바라보고 있노라면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좋다. 흐뭇함이 가슴으로 내려와 홀연 시간여행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빛바랜 세월의 흔적을 따라 감상에 젖는다.

몇해 전 이던가. 동네 할머니댁에 들깨모종을 심던 날이었다. 6월의 초순 날씨치고 숨이 턱에 차도록 뜨거웠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마루바닥에 누웠다. 사방에 흐드러지던 꽃이 못내 아쉬워 한마디 툭 던졌다.

“에효~~ 올해는 꽃구경도 못헀네요.” 할머니께서 말을 받아 지난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지금은 팔순을 넘긴 나이, 새색시 시절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꽃패놀이를 따라가셨더란다. 여자들만 모여서 온전히 하루를 즐겼다고 하셨다.

먹을걸 싸들고 가서 막걸리를 한잔씩 하면서 마음껏 노래도 불렀다고 말씀하셨다.

아~~. 한국단편소설을 꽤나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야기는 읽지 못했다. 내가 살아보지 않았던 옛날을 소설을 통해 알았던 내게, 할머니의 꽃패놀이 이야기는 신선했다.

그랬구나. 옛날 어머니들의, 여인네들이 죽어라 일만 한줄 알았는데 어느 구석 숨 돌릴 틈이 있었구나. 마구마구 꽃이 피는 농사 틈새 시기에 하루는 온전히 해방될 수 있었구나. 그 여흥이 농사를 마무리 하고나서 관광버스로 옮겨 가는 것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겨울이 물러갔나 싶을 즈음, 아침이면 물이 살짝 얼기도 하는 날씨에도 어김없이 꽃대는 올라온다.

미선나무 꽃이 피고지고, 목련이 봉오리를 열고, 겹벚꽃에 이어 자두꽃이 황홀했다. 질세라 복숭아 꽃이 만발하더니 조팝나무꽃이 흐드러진다.

이어서 보리수 나무 꽃망울이 무수히 기다리고 있다. 한구석에는 할미꽃도 피고지더니· 튤립과 수선화도 고개를 내밀었다. 아침햇살 받으며 오늘은 무슨 꽃이 피려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동네 어르신께서 “먹는 걸 심어야지~~” 하시며 혀를 차던 모습을 흘리면서 혼자 하는 꽃패놀이도 마냥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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