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파도에 밀려온 사람들
[기획연재] 파도에 밀려온 사람들
  • 괴산타임즈
  • 승인 2021.04.2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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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작가
'대마도는 본시 우리 땅이다' 시리즈
눈물의 섬 대마도를 가다 51.
이석우 시인
이석우 시인

푸른 파도에 떠밀려 수많은 시신이 사고만 해안으로 흘러들었다. 심지어 손목과 발목이 철사로 묶인 채 바다를 떠밀린 사람도 있었다. 주민들이 시신을 거둬 화장하거나 매장하였다.

비로써 이 주인 없는 영혼들은 갈매기처럼 자유를 얻었을 터이다. 멍든 육체에 갇혀 있지 않고 추억이 맴을 서는 고향도 휘돌아 왔으리라.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 시체가 바다를 건너온 것이다. 6·25가 발발하자 더 많은 시신이 바다를 건너왔다. 그들은 플라스틱이나 나무 조각과 같은 부유물에 불과하였다.

세월이 파도의 머리와 머리 사이를 갈매기처럼 빨리 건너 50년을 훌쩍 넘기고 있었으나 아무도 이들의 죽음을 묻는 이가 없었다.

2007년 당시 시신을 수습했던 에토 히카루씨는 무연고 영혼들을 위해 공양탑이라도 세워줘야지 하는 소원을 품은 채,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비우게 되었다.

그의 아들은 그 유훈을 받들어 공양탑을 세웠다. 그리고 8월이 되면, 꽃과 음식, 술을 들고 공양탑을 찾아가 희생자 영혼에게 '고이 주무십시오'라고 기도한다고 전해진다.

우리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대마도의 현지인이 대신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난감하다.

대마도인이 세운 무연고 한국인 위령탑이 몇 곳에 있다. 대마도 서쪽 오우미 마을의 '대마도해협 조난자 추도비'가 있고, 수백 구의 시신이 밀려들었던 북서쪽 사고만에는 에토 유키하루 씨가 세운 '공양탑'이 있다.

또한, 이즈하라 경찰서 옆 골목 안쪽에 태평사가 있으며 경내에는 제주 4․3 사건의 무고한 영혼을 달래는 무연지제영비(無緣之諸靈卑)가 있다. 이곳은 널리 알려져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비석 아래에는 4·3 당시 이즈하라 해안에 떠오른 한국인 시신 50~60구의 유골이 주인을 잃은 채 안치되어 있다. 이곳 어민들이 수습하고 영혼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워놓았다.

수습된 시신들을 서산사 뒷산 대나무 숲과 태평사 뒷산에 잠들어 있다. 최근에 누가 세웠는지 모르지만 보살상이 이 들의 영혼을 안위하고 서 있다.

그러나 중대마도 고후나코시 마을에 30구의 시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직 위령탑은 없다. 하대마도 마가리 마을 매장지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와 대마도의 거리는 직선으로 200㎞가 넘는다. 그런데도 시신이 북동 방향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대마도에 닿게 된다. 제주도 인근 해상에 물체를 떨어트리면 해류를 따라 바람이 적으면 보통 2~3일이면 대마도까지 간다.

실제로 2011년 3월 제주 추자도에서 실종된 낚시꾼 2명의 시신이 20여 일 만에 대마도 동쪽과 남서쪽 해상에서 발견된 예도 있다.

제주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제주비료’ ‘한라산 소주병’ 등이 중대마도 고후나코시 해안까지 밀려온다. 대마난류는 하나의 수상 생활권을 형성해 놓고 있다.

이는 사실상 바다가 아닌 큰 강과 다르지 않다. 대마도는 그 속에 떠 있는 하나의 섬이다.

예부터 한반도 사람들이 표류하다 발을 붙여 살던 지척의 땅이다. 묘지 쓰는 방식이 그러하듯 풍습이 같았다.

표류민들을 귀환시키던 시설 ‘표민옥적’은 대마도가 우리 지척에 존재하는 하나의 섬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우리의 섬은 과거의 개념 없는 정치 지도자들 때문에 잃고 말았고, 현재의 무관심한 정치가들 때문에 되찾을 길이 막혀 있다.

에토 유키하루 싸가 사고만에 새운 공양탑
태평사의 무연지제영비(無緣之諸靈卑)
해상 표류민들을 수용했던 표민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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