延中有弘(연풍에 김홍도가 있다) - 도화서 이야기(29)
이근우(중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이근우(중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예나 지금이나 왜 많은 사람들은 붓 끝에 매화를 담으려고 했을까?
나무는 뿌리에 간직해서 봄에 무성히 피어나고, 사람은 몸에 간직하여 정신이 그 안에서 살찐다(木晦於根, 春容燁敷. 人晦於身, 神明內腴). 물은 비록 담백하나 오래되어도 그 맛이 길게 가고, 단술은 비록 진해도 오래되면 원망이 일어난다. (정민, 세설신어 중)
이 세상은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내면적인 것까지도 평가하게 되는데, 겉모양의 포장이 잘 되면 잘 될수록 내면세계의 진실성이 결여되고 허구로 가득 차게 된다.
진리는 움직이지 않고, 참된 모습은 말을 떠나는 것인데, 말로써, 글로써 진리와 참된 모습을 이야기하며 실상을 논한다는 것은 실상과 진리를 모르는 것이다.
장미 한 송이를 백날 말과 글로 설명해봐야 말짱 헛일이다. 직접 향기를 맞는 것만 못하다. 향기를 직접 맡아본 사람이라면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고, 느낌과 느낌으로 교감이 형성될 뿐이다. (용락스님)
김홍도의 붓끝은 매화의 겉꾸밈보다는 매향을 조금 더 붙들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다면 그의 매화 귀함이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꾸밈의 기교(巧)란 손으로 하는 일이 아닌가? 간난불최(艱難不摧), 사람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 그 꾸밈없는 모습이 온전히 드러난다. 그 꾸밈없는 매향과 천년의 묵향(墨香) 속에 연풍현감 김홍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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