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혹독한 겨울
[특별연재] 혹독한 겨울
  • 괴산타임즈
  • 승인 2021.02.27 2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금숙의 귀농이야기
여성친화도시군민참여단장
조금숙 씨.
조금숙 씨.

농사를 시작했다. 키만큼 자라있는 망촛대를 갈아엎고 정리된 밭에 퇴비도 넉넉히 뿌려두었다. 아로니아를 심기로 결정했고, 나무에 대한 기본교육으로 5박6일 워크샵에도 다녀왔다. 그렇게 3년생 아로니아 묘목을 심어놓은 첫해 겨울. 특별히 겨울에 할 일이 없기도 하지만 앞으로 바빠질 농사시기에 못갈 것을 미리 감안한 여행을 계획했다.

1월2일부터 4박5일동안 캄보디아를 목적지로 정했다. 세 자매와 그 남편들은 의기충천했고 룰루랄라 머리를 맞대었다. 앙코르와트의 정경은 신비로웠고 세계불가사의중 하나라는 말이 실감되었다. 막간을 이용하는 여행은 열대과일인 망고처럼 달달했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아뿔사, 앙코르와트의 한여름 날씨는 풍광과 신비로움에 집중하게 했고 여행 중에 영하20도의 날씨가 연일 계속된다는 뉴스는 듣고도 금방 잊어버렸다. 하긴 달리 도리도 없었다. 

집에 돌아오니 하수도가 꽁꽁 얼어 있었다. 씽크대에 물을 버릴 수가 없었다. 설거지는 물론 빨래도 할 수 없었다. 설거지한 물을 들고 화장실 변기에 버려야했다. 밥하는 일이 옹색해지고 불편했다.

하수 배관을 살펴보려고 남편이 삽을 들었지만 땅이 꽁꽁 얼어 파낼 수도 없었다. 도시의 14층 아파트에서만 20년이 넘도록 살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햇던 일에 당혹스러웠다. 이제 되돌아 생각해보면 배관업체라든지, 하다못해 이장에게라도 물어봤으면 불편을 해소할 수도 있었으련만, 그 모든 불편을 고스란히 안고 지냈다. 그 불편함은 땅이 녹는 3월까지 안고 생활했다.

그러던 어느날, 시댁 사촌이 해외유학을 앞둔 아들을 데리고 부부가 인사차 찾아왔다. 마침 귀농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촌이었던 터라 시골 살이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계기이기도 했다. 아파트에 살 때는 느끼지 못했던 설비관리에 대한 각성이 부각되었다.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맥가이버 같은 실력을 발휘하던 남편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할까. 2014년 1월, 그해 겨울은 혹독했다.

시골 살이는 그렇게 쭉 이어지고 있다.


  • 충청북도 괴산군 관동로 193 괴산타임즈
  • 대표전화 : 043-834-7008 / 010-9559-6993
  • 팩스 : 043-834-7009
  • 기사제보/광고문의 : ssh6993@hanmail.net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원래
  • 법인명 : 괴산타임즈
  • 제호 : 괴산타임즈
  • 등록번호 : 충북 아 00148
  • 등록일 : 2014-12-29
  • 발행일 : 2014-12-29
  • 발행인 : 노원래
  • 편집인 : 노원래
  • 괴산타임즈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괴산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sh6993@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