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블럭을 걸으며
보도 블럭을 걸으며
  • 괴산타임즈
  • 승인 2020.03.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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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보도 블럭을 걷거나 아스팔트를 달릴 때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지구의 오대양 바다와 물을 빼면 지구를 덮은 것은 흙인데 좀 편해보겠다고 그걸 돌로 덮고 아스팔트로 덮어버렸으니 꽝꽝 막혀 그 부분에 숨을 못 쉬는 지구는 얼마나 갑갑할까.

미세먼지다 쓰레기다, 오염으로 인한 환경도 문제이나 얼른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밖에 나가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도시의 보도와 길을 덮은 아스팔트다. 대로는 물론, 도시의 골목마다 돌이나 벽돌이나 아스팔트가 깔려 있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할수록 지구 모습이 달라져 가는데 일단 그렇게 되어지면 그 길로 점점 더 나아가지 본래로 되돌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집을 나서면 숨쉬기 어려울 대지 생각도 나지만, 멋부린 하이 힐이 집앞 벽돌 블럭에 끼이지 않도록 조심부터 하게 된다. 새 신을 신을 적마다 뒤꿈치 힐이 블럭에 끼어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야 늘 차를 타게 되지 만하탄 이외 걷는 경우는 없지만, 우리와 비슷한 일본에서는 걷는 경우가 많다.

동경도 그렇지만, 얼마 전까지 공부로 교토에 있었을 때는 걷기도 많이 했다. 주로 집과 대학 사이, 그리고 내가 걷던 시내 몇몇 곳에 돌이나 벽돌이 깔려 있는데, 깔아놓은 것의 꼼꼼함과 깔끔함, 색과 모양이 편안하여 걷기도 좋고 신에 생채기도 안나며 아름답기까지하여, 답답하겠다는 땅을 잠시 잊게도 된다.

여러 해 전 동경 특파원을 했던 선우정 기자가 당시 동경에서 잠시 서울을 다니러 와서 동경의 보도 블럭 깔기와 서울의 그것을 비교한 글을 썼는데 생각이 좋아 감탄한 적이 있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두 나라 차이를 보도 블럭의 철저한 장인정신 차이로 이야기를 풀었었다.

굳이 길의 보도 블럭만이 아니라 교토의 가로수 전정剪定하는 걸 한동안 서서 바라본 적이 있다. 정성 기울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그 기술과 전통이 길 것이다. 대대로 가업으로 이어가며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래 전엔 다 대통령 4성 장군하려 했고 요즘은 선호 분야가 달라졌지만, 가로수 다듬기나 블럭 까는 일을 대를 이어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구청에 예산이 남아 연말에 보도 블럭 까는 거로 써버린다는 말도 들리지만 그것을 새로 갈 때마다 이번에는~ 하고 기대하나 모양이나 색이나 그게 아니고 울퉁불퉁 고르지 못해 힐이 빠질게 경험자에겐 보인다. 내가 살아 온 서촌西村은 오래된 한옥이 많고 좁은 골목이 많아 그게 오히려 매력인데, 커다란 새 돌판을 좁은 골목에 깔아서 어울리지도 세련되지도 않아 이번에도 실망이다.

교토에 눈에 띄지 않는 몇 가지 색으로 조화를 이룬 벽돌 깔개가 많고, 단가가 더 들었을 돌 깔개도 기온祇園이나 여기저기, 디자인에 여간 세심히 정성들인게 아니어 밟으며 자세를 세우게 된다.

히가시야마東山 오랜 역사의 고급 동네를 걸으면 거기엔 역사가 더 긴, 몇 백년은 되어 보이는 돌판이 깔려 있어 몸에 역사의 냄새가 스며드는 듯도 하다. 유럽에도 동글동글한 역사 깊은 돌들이 깔려있지만, 보기엔 멋지나 고르질 않아 구두로 걷기에는 편안하지 않았다.

어찌해도 대지가 숨막힐 듯 하여 마음이 쓰이겠으나, 기왕 깔아야 하는 것이 걷기에 편안하고 보기에 조화롭고 예술의 향내마저 느껴진다면 걷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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