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ding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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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산타임즈
  • 승인 2020.02.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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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할머니가 일어로 쓴 시, 어머니는 한국어로 외손자는 영어로 옮겨
사랑 평화의 短歌, 3代 3국어로 마음을 울리다

지난 16일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 야외 잔디에서 현재 도쿄와 뉴욕에서 활동하는 앤드루 정 국제 변호사의 결혼식이 열렸다. 하객 100명이 참석한 예식이 끝날 무렵 한복을 곱게 입은 정 변호사 어머니 이승신 시인이 마이크를 잡는다.

“일생 시를 쓰시던 신랑 앤드루의 할머니는 30년 전 바다같이 큰 미국 오대호 온타리오 호수 앞에서 태어난 그 아가를 본 아름다운 순간을 시로 썼습니다. 7년 전 가셨지만 의식이 다하는 순간까지 첫 손자 앤드루를 가슴에 담고 기도하셨지요” 하객들 손에 ‘가슴 깊이 아로새겨진 한 줄 사랑의 시’란 부제가 붙은 신랑 할머니의 단가집短歌集 ‘러브 레터Love Letter’가 전해졌다. 단가短歌란 우리가 일본에 전해 준 31음절의 정형시이다.

정 변호사의 할머니는 한국의 정서를 담은 단가 2000 수 이상을 남기어 일본에서도 ‘단가의 명인’으로 불리는 손호연 시인이다. 시인은 도쿄 유학시절부터 단가를 써 2003년 작고할 때까지 ‘호연가집’  ‘무궁화’ 등 7권의 시집을 냈다. 그가 지은 단가는 ‘현해탄을 잇는 단가의 구름다리’  ‘일본 열도를 울린 무궁화의 노래’로 불리운다.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과 평화의 시라는 평가를 받고 한일 양국정부로부터 문화상을 받았다.

2005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연설 중 손호연의 단가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 있지 다툼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어라 切な望みが一つ吾れにあり諍いのなき國と國なれ’를 읊고 시인의 평화정신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시인은 1998년 일왕이 주재하는 신년어전가회新年御前歌會에 외국인으론 처음 배청인 자격으로 초청되어 치마저고리를 입고 일왕 부부가 지은 단가를 들어주기도 했다. 또 다른 한 권도 하객들 손에 건네졌다. ‘손호연 시 그리고 그림 Son Hoyun Poems & Pictures’ 이다.

손호연 시인이 일어로 지은 단가를 딸인 이승신 시인이 우리 말로, 첫 손자인 정 변호사가 영어로 옮기고 딸 시인이 편집한 ‘3 代 시집’ 이다. 세계 유명화가들이 시인의 시를 테마로 해 그린 그림을 곁들인 3개 국어의 짧은 시구 하나하나가 가슴을 아련하게 한다.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있지
다툼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어라

切な望みが一つ吾れにあり諍いのなき國と國なれ

There is one dire yearning
That I hold dear
One country and another without any conflict

손 시인이 쓴 ‘ゆく水に人生學び獨り佇つ過ぎ來たる日を水に流して’를 딸 시인은 ‘흐르는 강물에 인생을 배우고 서있네 지나온 날들을 물에 띄워 버리며’ 로 글맛을 살렸고 정 변호사는 ‘Standing at a riiver pondering, I float my past days away on the water’ 로 옮긴 것이다.

이 시인은 “어머니의 시를 한국어로 옮기고 책을 펴내면서 사랑과 평화를 절실히 바랐고, 가신 임을 몹시 그리던 어머니를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가지셨던 그 뜻을 곱씹으며 우리 말로 옮기는데 3년 반이 걸렸고 어제 츨간된 Love Letter 시집 100권을 밤새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인했다”고 한다.

뉴욕에서 태어난 앤드루 정 변호사는 명문 사립학교인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를 다녔고, 십대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지만 미국 보스턴 칼리지 심리학을 전공하고 워싱톤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거쳐 국제 변호사의 꿈도 이루었다. 정 변호사는 “방황의 시절, 서울의 할머니가 보스톤으로 보내주신 편지와 엽서를 보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고 했다. “나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를 생각했어요. 그때 할머니는 항상 ‘네가 최고다’ 라는 글귀를 적어 보내 주셨지요” 첫 손자를 끔찍이도 사랑한 할머니 시인은 가시는 순간까지 ‘앤드루’의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어릴 적 할머니는 제게 늘 맛난 것과 쌈짓돈을 주시던 ‘그냥 할머니’였는데 단가시를 한 줄 한 줄 보고 영어로 옮기며 할머니의 내면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고 했다. 단가의 한 줄 시가 3 대의 마음을 그렇게 이어주고 있었다.

ⓒ 조선일보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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