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찾는 방법
맛집을 찾는 방법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11.1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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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맛있는 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다. 끼니때가 되면 사람들의 관심사는 무얼 먹을까보다는 어느 집에 가야 맛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맛집이 결정되면 아무리 오랫동안 기다리더라도 꼭 그 집 음식을 먹어야 한다. 줄이 길게 늘어선다.

나온 음식을 놓고도 논쟁이 분분하다. 이 집은 무엇이 특징이라거나 다른 집은 어떻다는 비교도 나온다. 재료에서부터 요리 방법까지 제법 전문가다운 의견도 나온다.

인터넷에는 이런 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도 많다. 온라인상으로 토론하는 것은 물론 삼삼오오 모여서 맛집 순례를 한다. 그런 모임이 있고 나면 다시 인터넷 카페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과거에 비해서 방송은 물론 여러 매체에 음식에 관한 글이나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한때 TV에서 소개한 맛집의 많은 부분이 조작된 것이라는 비판도 많았지만 맛집은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다. 전문적으로 음식 평론만 하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맛집을 가본 사람은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지금까지 한 번도 맛있다는 집에 가서 실망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꾸준히 맛집을 찾아다닌다.

「중용」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맛을 아는 이는 드물다.” 참으로 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음식점을 하는 한 후배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가 처음에 음식점을 시작하니 소위 미식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찾아왔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또는 자게네)가 잘 소개해준다며 거저먹기를 원하기도 하고 심지어 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그런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제대로 잘 만들면 손님이 오는 것이지 선전을 잘 해서 오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후로는 더욱더 재료와 요리에 신경을 쓰게 되고 지금은 연구소까지 차려서 제대로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꽤 유명한 어떤 음식 카페 회원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자기 음식에 대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음식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메뉴에 없는 새로운 요리를 내놓고 어떻게 반응하나 보았더니 많은 사람들이 양념은 물론 재료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고 한다.

참으로 맛을 알기는 어렵다. 거기에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서 맛에 대해 말하기가 더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려는 맛은 혀에서 느끼는 맛이 아니라 몸의 건강이라는 차원에서의 맛이다. 기로서의 맛이다. 그런 차원에서 맛집을 고르는 원칙을 말하려 한다.

맛집을 찾는 제1원칙은 체인점을 피하는 것이다. 단 실제로 직영하는 직영점은 예외다(무늬만 직영점인 곳은 주의).

체인점은 대부분의 음식을 공장에서 만들어 공급한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인스턴트식품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음식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체인점의 유혹을 뿌리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잘 찾아보면 있다.

맛집을 찾는 제2원칙은 한꺼번에 5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큰 음식점을 피하는 것이다. 음식은 어느 정도 양이 되어야 맛이 나기 마련이지만 너무 많으면 고유의 맛을 잃기 십상이다. 여기에 보관의 문제까지 나오면 큰 음식점에서는 무리를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손님이 더 늘어날까 봐 언론에 나오는 것도 거절하는 음식점도 있다. 잘 찾아보면 있다.

맛집을 찾는 제3의 원칙은 일 년 내내 똑같은 메뉴와 똑같은 맛을 내는 음식점을 피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음식의 재료는 계절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재료에 따라서는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일 년 내내 똑같은 메뉴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똑같은 맛을 낸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체인점의 음식은 일 년 내내 똑같은 메뉴에 똑같은 맛이 난다. 똑같은 메뉴를 유지하고 똑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인스턴트식품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넷째는 뷔페나 퓨전음식점을 피하는 것이다. 음식끼리는 서로 맞는 것도 있고 같이 먹어서 나쁜 것도 있다. 그러므로 온갖 음식을 함부로 먹게 되는 뷔페를 피한다. 또한 음식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만든 새로운 음식, 그렇게 만든 음식이 사람의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수 없는 퓨전음식은 피한다.

다섯째는 맛의 기준을 획일적으로 정하지 않는 것이다. 음식은 때에 따라서도 먹는 것이 달라지지만 사람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아기가 먹는 음식과 어른이 먹는 음식이 다르고 몸이 찬 사람과 더운 사람이 먹는 음식이 다르다. 맛 역시 다르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맛집 경쟁을 시켜 “이것이 진정한 짜장면이다”라는 식으로 광고하고, 요리사들은 이렇게 하면 맛있다고 하면서 그 맛을 내기 위해 고정된 레시피를 내놓는다. 남에게 좋은 음식이 내게도 좋은 것만은 아니며, 남에게 맛있는 음식이 내게도 맛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맛을 획일화하려는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뿐이다.

하나의 맛을 두고 모든 사람이 맛있게 여기게 되면 큰 문제가 생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맛을 내는 재료에 수요가 몰려 다른 재료는 밀려나게 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밀과 쌀의 관계다. 미국의 원조로 시작된 ‘분식장려’ 정책은 이제 수입 밀가루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나라로 만들었다. 음식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오늘날 농촌의 피폐화는 밀가루를 맛있게 여기게 하는 모든 사람들과 거기에 중독된 소비자에 의해 초래된 것이다.

이렇게 원칙을 말하면 그런 원칙에 맞는 음식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가 시작되기 이전에는 이 원칙에 맞는 음식점이 대부분이었다. 90년대부터 음식이 이윤추구의 주요한 수단이 되면서 음식점에 일대 혁명이 벌어진 것뿐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이 좀 넘었을 뿐이다. 그 짧은 사이에 제대로 된 음식점이 거의 전멸해버린 것이다.

또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조그만 음식점이라고 해도, 아니 규모가 작을수록 공장에서 배달받는 식재료로 만드는 데가 대부분이라고.

맞다. 오늘날 음식점은 규모가 영세할수록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 공장에서 공급하는 싸구려 재료를 쓰는 곳이 많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있다. 제대로 된 음식점이 분명히 있다.

어쩌다 지방에 가면 아직도 위에서 말한 원칙에 맞는 음식점이 많은 동네가 있다. 나는 그런 음식점들을 보며 내심 흐뭇해하는데도 그 동네 사람들의 다수는 자신들이 낙후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흔한 브랜드 커피 전문점과 빵집 하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흐뭇하다. 오늘 한 끼는 제대로 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 때문이다.

아직은 위에서 말한 원칙을 적용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나 하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다들 도둑질한다고 나마저 도둑질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한 사람이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있으면 음식점도 바뀐다. 그리고 자꾸 말하자. 음식 좀 달게 하지 말아 달라고. 조미료 좀 쓰지 말아달라고. 혀에 좋은 맛은 없어도 좋으니 건강에 좋은 맛을 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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