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연가戀歌
6.25 연가戀歌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6.2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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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6.25가 다시 오니 최근에 뵌 백세 백선엽 장군의 낙동강 다부동 전투도 떠오르지만 내 어머니의 수 많은 6.25 시가 생각납니다.

부산으로 피난 가, 아는 댁 창고를 빌려 살 때에 고생도 어마했겠지만 그 3년을 종이와 펜이 없어 떠오르는 시상을 적을 수 없었다고 어머니 쓰신 글에 나옵니다. 

동경유학 후 서울 무학여고에서 가정을 가르치다 평양서 내려 온 상공부 공무원 아버지와 결혼 후 터진 전쟁으로 외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초량으로 내려 가 그때 머리에 무언가를 이고 파느라 노후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얘기를 지나다 들은 적이 있습니다.

땔감없는 겨울 추위는 칼을 베듯 했겠고 먹을 것도 없는 난리 통에 동경 와세다대 출신 할아버지는 납치까지 당했습니다.

전쟁이 다 하고 돌아오는 이들 가운데 자기 아버지만 보이지 않아 매일 골목길에서 목을 빼고 기다렸다는 애타는 시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아버지와 같이 한 저녁상, 등화관제 어두운 불빛 아래

연이어 망명객은 돌아오는데 오지 않는 한 사람 아버지, 그리워라

공습으로 방공호에 몸을 피하면 중공군이 그 안으로 따발 총을 쏘아 우루루루 시체가 쏟아졌다는 내 아버지의 말도 기억납니다.

20대에 겪은 전쟁의 참화가 몸에 박힌 듯 평시엔 그 말이 없었으나 20여 년 전 미국에서 제가 귀국하려 하니 '전쟁 없는 나라에 좀 더 있지~' 조심스레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전쟁 같은 건 절대 없어요~' 태평양 너머로 자신있게 말하고 귀국한 저는 최근의 요란한 상황을 볼 제마다 가신 어머니의 그 말이 목에 걸립니다.

샛바람 막으려고 걸어논 남색치마 주름사이로 달빛은 비치고

얼핏 낭만적으로 보이는 이 시를 어머니는 가장 아끼는 자신의 시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땔감도 없어 방은 냉골인데 겨우 치마 한 자락 문틈 찬 바람 막으려 걸쳐 놓으니 그 사이로 전쟁같은 것 아랑곳 않는 달빛이 처연히 비쳐 내린다는 것이겠지요.

전쟁통 속 감성깊은 시인의 눈으로나 보이는 달빛입니다만 내면을 들여다보니 낭만과는 거리가 있군요.

태평양을 사이하고 저와 꽤 오래 떨어져 살아 온 어머니 시의 배경이나 뒷 이야기, 그 의미를 들은 적이 거의 없는데 이 시 이야기만은 들었습니다.

누군가 쓰신 3천 수 중 어느 시가 제일 마음에 드시냐 고 물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같은 조상을 가졌으면서 총검을 들고 섰네 38선을 경계 삼아

끝없는 흥망의 역사로구나, 또 써넣어야지 38선이라고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 분단, 민족의 그 깊은 상처를 역사에 맡기네

민족의 평화롭지 않은 원인에 생각이 미치면 그저 슬퍼만 지고

내 행복이 조국의 운명과 밀접하여 이렇게 절실히 기도하게 되네

 

일본 근현대 '쇼와 만엽집'에 이 다섯수 한국인 어머니의 6 25 단가가 들어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시입니다.

이 6.25 를 맞으며 처절한 전쟁의 기억으로, 딸만이라도 그 전쟁을 피했으면 하여 어렵게 꺼내시던 어머니의 말, 그것만은 틀리기를 바랍니다. 여직 어머니의 말이 틀린 적은 없었습니다만.

6.25 해엔 유난히 추었었네 땔깜 없어 찬 온돌방 그대 끌어안고 새우잠을 잤었지

전쟁참화로 이런 연가戀歌도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남색치마 주름사이 달빛은 비치고 - 손호연. /2019.6.25
남색치마 주름사이 달빛은 비치고 - 손호연. /2019.6.25

 

'살며시 그대 다가와 내 옆의 빈자리 채워줬으면' -  손호연 시 김원숙 그림
'살며시 그대 다가와 내 옆의 빈자리 채워줬으면' - 손호연 시 김원숙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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