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어떻게 관계할까?
커피와 어떻게 관계할까?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6.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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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에티오피아가 원산인 커피는 처음 이슬람 수피 성직자들의 세마의식(Mevlana dance)에서 비약秘藥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배자에게 커피는 불온한 음료로 여겨졌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여 커피가 처음 유럽에 소개되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은, 커피를 ‘악마처럼 시커멓고 쓰기만한 이교도의 음료’로 여겼다.

바흐의 칸타타 중에 커피칸타타(BWV 211)가 있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와 당시 유행하던 커피하우스에서 커피를 먹고 싶은 딸 사이의 갈등을 우스꽝스럽게 만든 일종의 홍보용 소극이다. 이를 보면 커피에 대한 세대 간의 관점 차이를 볼 수 있으며 늦어도 18세기 초반의 유럽에서는 커피가 음료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커피는 논란이 많은 음료다. 특히 18세기에 들어 제국주의의 확대와 더불어 커피가 이윤을 창출하는 주요 작물이 되면서부터 논란은 더 확대되고 있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커피의 효능이다. 커피의 효능을 정리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을 낮춰주며 간암을 예방하고 당뇨(2형)도 예방하며 고지혈증, 내장 지방증후군도 예방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심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고혈압, 탈모나 대머리, 여드름, 뇌졸증 등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수면장애를 들 수 있다. 또한 칼슘 흡수를 방해하여 골다공증의 위험이 커진다, 위를 자극하여 위궤양을 악화시킨다, 불임이나 조산의 가능성이 커진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고혈압을 유발한다, 소화가 안 되고 심장박동이 증가한다 등이다.

위의 두 주장을 보면 서로 반대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커피가 정력에 좋다고도 하고 약화시킨다고도 한다. 또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고도 하고 더 나빠진다고도 한다.

커피의 효능에 대한 이런 상반된 견해는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서양의 중세에는 갈레노스 학파의 의학자들이 커피의 성질에 대해 엇갈리는 주장을 내놨다. 한쪽에서는 커피가 차고 건조하다고 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뜨겁고 건조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에서도 커피의 성질에 대해 차갑다는 주장과 따뜻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다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커피가 건조하다, 곧 습한 것을 없애주는 성질이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일치한다.

커피는 열대나 아열대에 속하며 연간 강수량이 1,500mm 이상이며 건기와 우기가 구분되고 배수가 잘 되는 화강암 풍화지대에서 잘 자란다. 대개 700-2,000m의 고지대에 습도가 낮고 햇볕이 너무 뜨겁지 않은 곳, 일교차가 큰 곳이 좋다.

강수량은 많지만 건기와 우기가 나뉘고 비가 많이 와도 물은 잘 빠져야 하고 열대라서 기후는 덥지만 햇볕이 너무 따가워도 안 된다. 이런 복잡한 조건에서 자라는 식물은 대부분 다양한 성질을 갖게 된다. 인삼이 그런 예이다.

커피 열매는 붉지만 껍질을 벗기면 누르스름한 빛을 띠는 하얀 표피로 덮인 푸른색의 커피가 나온다. 이것을 볶으면 검게 된다.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의 오행의 오색이 다 들어 있으니 오장 모두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쓴맛은 쏟아내는 작용을 한다. 쏟아내는 일은 대개 소변이나 대변(설사)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커피는 습기를 말리는 성질이 있어서 흡수한 수분을 주로 소변으로 내보낸다. 커피를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몸이 비대하면서 습기가 많고(대개 이런 사람은 땀이 많다) 수분대사가 잘 안 되어 쉽게 붓는 사람,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커피는 좋은 음료가 된다.

그러나 반대로 몸이 건조하고 마른 사람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쓴맛을 많이 먹으면 피부와 털이 건조해져서 피부가 거칠어지고 털이 빠진다. 그러므로 탈모가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음료가 된다.

쓴맛은 심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장의 기가 약한 사람이나 그런 경우에는 커피가 좋은 약이 된다.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졸음이 없어지는 이유다. 그러나 심장의 기가 너무 강해지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불안한 증상이 생긴다. 손이 떨리고 잠도 오지 않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잠을 못 자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커피의 신맛은 간에 영향을 미친다. 간의 기를 키워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커피가 간암을 예방한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지나치면 간의 기가 비위의 기를 억누르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소화가 안 된다든가 속이 쓰리게 되는 이유이다.

단맛은 비위에 영향을 미친다. 한의학에서 비위는 단순히 소화를 담당하는 곳이 아니다. 특히 비장은 소화된 영양분을 온몸으로 보낼 뿐 아니라 몸의 기가 위 아래로 잘 돌도록 해주는 곳이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 소화가 잘 된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기가 잘 돌기 때문에 온몸의 상태가 쾌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나치면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정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커피의 단맛은 그렇게 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탕을 많이 넣지 않는 한 커피를 마셔서 이런 지경에 이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렇게 보면 커피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누가 언제 어떤 상태에서 마시는가가 문제다. 그래서 커피 자체가 좋은지 나쁜지가 아니라 커피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커피의 효능이 어떻다는 등 여러 가지 주장을 한다. 다른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커피 역시 어느 하나의 성분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커피를 이루는 다양한 성분들은 커피 속에서 서로 작용하면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 다양한 성분들이 몸에 들어가면 다시 몸의 성분과 작용하게 된다.

사람의 몸 역시 어느 하나 또는 몇 가지의 성분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성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성분들 사이의 관계에 의해 끊임없이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또 다양한 성분을 갖는 커피가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 혹은 몇 가지의 성분만 갖고 그 효과를 말한다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커피의 한두 가지 성분과 그 효과를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면 돈이다. 그렇게 해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커피의 특정한 성분을 내세워 과잉 소비하게 만들거나 특정 성분을 추출하여 상품으로 팔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커피와 어떻게 관계를 가져야 할까. 첫째는 몸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다. 내 몸이 필요할 때 먹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내 몸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느껴야 한다. 내 몸의 변화와 감정의 변화에 집중하고 거기에 따라야 한다.

누가 좋다고 해서 마시거나 커피를 마셔야 무언가 문화적인 생활을 하는 것 같다거나 사람과 어울릴 수 있게 된다거나 습관적으로 마시거나 하는 짓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이 요구할 때 마시면 된다. 둘째는 역사를 따르는 것이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음료 역시 오랜 역사를 통해 그 공동체와 자연에 적합한 것으로 진화해왔다. 전통적으로 먹던 음식과 음료가 최적이므로 그냥 그것을 먹고 마시면 된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돌연변이처럼 밖에서 주어지거나 강요된 음식과 음료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커피다. 돌연변이가 진화의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아닌 것처럼 커피 역시 또 하나의 자연과 역사가 되었다. 다만 그것이 자연과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몸을 통한 검증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 또는 순작용이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커피와의 관계는 더 조심스럽고 진지해져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내 몸과 내가 사는 공동체다. 커피와 관계를 가졌을 때 내 몸과 내가 사는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잘못된 것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커피와 올바로 관계 갖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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