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골고루 먹는다는 것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는 것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3.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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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로 맛을 낸 가짜 음식을 먹어 내 몸도 가짜로 만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누구나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실제 먹는 음식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음식은 하루 10가지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서너 가지로 제한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일본에서는 하루 30가지 이상의 식품을 먹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 것이 골고루 먹는 것일까. 실제로 사람들은 음식을 골고루 먹고 있을까. 먼저 음식 자체의 제약에 대해 살펴보자.

사람에 따라 먹는 음식 자체가 다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인도에서는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들에게 돼지고기나 소고기는 골고루 먹는 대상에서 아예 빠져있다. 불교에서는 고기 전체가 빠져 있다(물론 모든 불교가 그렇지는 않으며, 절대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제한 또는 절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사회적 제약이다.

또한 음식은 지역과 계절에 따라 다르다. 오늘날에는 온실과 같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음식을 생산할 수 있고 교통과 저장 수단의 발전(여기에는 농약도 포함된다)으로 전세계의 거의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계절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된다. 이는 자연적 제약이다.

다음으로는 먹는 방법이 다르다. 음식은 보통 물에 넣어 익히거나 불에 구워 먹지만 홍어처럼 삭혀 먹기도 한다. 청어를 삭힌 스웨덴의 스루스트뢰밍, 치즈를 발효시킨 프랑스의 불레뜨 다벤느(Boulette d'Avesnes), 두부를 삭힌 중국의 취두부, 생선을 발효시킨 일본의 쿠사야 등이 있지만 그 나라 사람 중에도 잘 못 먹는 사람이 많다. 반면에 날로 먹기도 한다. 바닷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생선회를 날로 먹는 습관은 오래되지 않았다. 채소도 여름 한철의 쌈을 제외하고 날로 먹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또한 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먹는 부위에 차이가 있다. 소를 예로 들면 소꼬리를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스페인 밖에 없다. 머리까지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프랑스(뇌) 정도다.

여기에 소위 말하는 ‘과학’의 편견도 작용한다. 근대 서양의 영양학에서는 어떤 식재료가 있을 때 먼저 먹을 수 있는 부위와 없는 부위를 나눈다. 예를 들어 소나 돼지의 경우 머리와 다리, 꼬리는 아예 먹을 수 있는 부위에서 배제된다. 생선에서는 대부분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 등이 배제된다. 그러고 남은 부분이 먹을 수 있는 부분이다.

먹을 수 있는 부분에서도 다시 폐기율이 있어서 먹을 수 있는 부위 100g당 폐기율은 소고기는 0%지만 돼지고기는 20%, 오골계는 48%, 오리고기는 37%, 돼지갈비는 19%, 닭고기는 33%에 이른다. 생선은 일반적으로 35% 정도다. 생선의 비늘과 같이 먹지 않는 것이라 여겨서, 아니면 껍질을 두껍게 벗기는 등 조리 과정에서 버려지는 비율이 그렇다는 말이다. 경제적으로도 제약을 받는다.

이렇게 보면 음식은 내가 선택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사회적으로 또한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식을 골고루 먹으려고 해도 사회적, 자연적인 제약이 따른다. 아무리 골고루 먹으려 해도 그러기 쉽지 않다.

반면 우리의 전통적인 먹거리는 소고기의 예를 들면 머리부터 꼬리까지 먹지 않는 부위가 없다. 살은 살대로 뼈는 뼈대로 다 먹는다. 중국의 속담에, 나는 것 중에는 비행기, 네발 달린 것 중에는 책상만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런 전통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서양에서는 기존의 식습관이 잘못다고 반성하면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자는 홀 푸드(Whole Food)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1960년 런던에서 시작). 신선한 식품, 가능하면 유기농, 정제되지 않은 또는 최소한으로 정제된 음식(인위적인 소금이나 지방 등을 배제), 음양 사상에 기초한 음식 섭취(찬 음식 더운 음식을 나눈다), 제철음식, 자기 땅에서 난 음식을 먹자는 운동이다. 한 마디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자는 운동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존에 버리던 부분도 포함하여 먹자는 내용도 있다. 이런 운동의 바탕에는 인도의 아유르베다, 동아시아의 한의학 전통이 깔려 있다.

음식 자체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음식의 전체를 먹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무조건 골고루 다 먹는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먹는 사람의 조건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열이 많은 사람에게 열을 내는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또한 음식의 각 부분이 어떻게 서로 다른지도 알고 먹어야 한다. 귤을 예로 들어 보자.

귤의 속살(귤육橘肉)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시다. 소갈증 치료, 입맛을 돋우며 소화를 돕는다. 반면 오래 묵힌 귤껍질(진피陳皮)의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쓰고 맵다. 가슴에 뭉친 기를 없애고 위로 치미는 기를 내리고 소화를 돕는다. 이질, 담을 삭이는데 좋다. 대소변, 숙취에도 좋다. 같은 껍질이라고 덜 익은 귤껍질(청피靑皮)의 기는 따뜻하고 맛은 쓰다. 기가 막힌 것을 뚫어주고 소화를 잘 시키며 나쁜 것이 쌓여 뭉친 것을 풀어준다. 껍질 안쪽의 흰 속(귤낭상근막橘囊上筋膜)은 갈증을 멎게 하고 술을 마신 뒤 토하는 것을 다스린다. 씨(귤핵橘核)는 요통, 하복통, 소변불리에 좋다. 귤의 잎은 가슴으로 치미는 기를 내려가게 하고 간의 기를 잘 돌게 하며 젖이 붓는 것을 치료한다('동의보감').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각 부위별로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본다. 그러므로 무조건 전체를 다 먹는 것은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많은 음식에 대한 정보를 알고 내 몸의 상태를 알고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을까. 그렇게 일일이 따져서 골라 먹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먹던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먹는 음식은 적어도 몇 백 년의 검증을 거쳐 왔다. 그렇게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왔다. 전통 음식은 철따라 먹는 게 다르고 아침저녁으로 먹는 게 다르다. 섣부른 퓨전이나 창작은 위험하다. 뷔페 같은 방식은 과식이 문제가 아니라 함부로 음식을 섞어 먹기 때문에 위험하다. 음식에는 서로 맞는 것이 있고 맞지 않는 것이 있다. 같이 먹어 좋은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또 하나는 맛을 골고루 먹는 것이다. 무조건 음식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예를 들어 호박죽, 사탕, 아이스크림 등을 먹으면 가짓수로는 세 가지를 먹었지만 맛으로 보면 단맛 하나만 먹은 셈이 된다.

맛이 다르면 성분이 다르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가 다르다.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맛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골고루 먹게 된다. 음식의 종류가 아니라 맛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인공향을 써서 맛을 내는 가짜를 거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짜로 맛을 낸 가짜 음식을 먹어 내 몸도 가짜로 만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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