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立場)이 바뀌게 되면
입장(立場)이 바뀌게 되면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3.0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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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남윤봉 교수.
남윤봉 교수.

사람이 한세상을 살다보면 그가 처한 입장이 바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당이 야당으로 되거나, 며느리가 시어머니로 되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렇게 바뀌게 되면 동일한 사람이나 집단인데도 그 입장에 따라 그 주장이나 행동이 정반대로 바뀌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 부터 비난을 받거나, 스스로 추락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입장 차이를 보이는 모순된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본다. 첫째로는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대개의 정당들이 여당일 때와 야당이 되었을 때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참 많다. 한 정당이 야당일 때에는 집권여당을 향해 일정한 사안에 대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혹독한 비난을 하고 극한투쟁을 했었는데 그 야당이던 정당이 집권여당이 되면 동일한 사안에 관해, 야당시절에는 그토록 비난했던 그 모습 그대로를 자행한다. 그러면 또 종전의 집권여당이던 야당은 그들이 여당시절에 실행했던 짓인데도, 지금은 야당입장이 되었다고 집권여당을 향해 또다시 혹독한 비난과 투쟁을 전개한다. 불법사찰이나, 부정청탁은 여야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문제가 아니고, 그 진실의 규명과 근절대책만이 중요하다. 입장에 다라서 어설픈 변명을 하거나 감싸는 행태는 스스로를 뻔뻔스럽고 비굴하게 만들뿐 이라는 사실이다.

두 번째로는 같은 사람인데도 그가 며느리일 때와 시어머니가 되었을 때에 그 언행이 모순된 경우가 있다. 그래서 고부갈등(姑婦葛藤)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며느리는 언제까지나 며느리가 아니고 머지않아서 시어머니가 될 터인데, 그 시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비난하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게 되고 또 시어머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며느리였음에도 그 며느리 입장을 까맣게 잊은 채, 자신이 며느리였을 때에 그토록 싫어했던 시어머니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으니 안타깝지 아니한가,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그 입장이 바뀌었을때에, 서로가 원했던 모습을 갖출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고부갈등은 훨씬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세 번째로는 같은 사람인데도 자신이 필요한 것을 구할 때에는 겸손하고 간절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데, 막상 그 필요가 충족되고 나면 다른 행태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돈을 필요로 할 때에는 온갖 노력을 다하여 돈을 꾸어 받고 나면, 그 돈을 갚을 때에는 배짱을 부리며 느긋한 변명으로 몰염치의 극치를 보인다거나 밀린 월세를 못 내고 이사 가면서도 미안해 하기는 커녕, 도리어 주면 될 것 아니냐는 식으로 큰소리 치고는 깜깜 무소식인 자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마도 ‘화장실 갈 때와 갔다온 후가 다르다’거나 ‘돈은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는 말이 생긴 모양이다. 설령 돈이야 사정상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인간성까지 버려서야 되겠는가 싶다. 

그러면 사람이 이렇게 그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사람이 그 입장이 바뀌게 되면 그전의 입장에서 행한 것을 몽땅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입장이 바뀌게 되면 그 바뀐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도 아니면 모순된 인간의 사악한 인성 때문일까도 생각해 본다. 어떤 이유에서든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율배반적인 언행들로 우리는 갈등하고 실망하고 서글퍼한다.

그러면 우리가 그 처해진 입장이 바뀌게 되더라도 언행이 동일하게 살수는 없는 것일까? 어렵기는 하겠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우선은 자신의 지금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로 진실에 바탕을 두고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이 바뀌었을 경우에는 지킬 수 없는 언행은 아예 자제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가끔씩은 자신이 지금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부족한 우리 인간이 어찌 완벽 할수야 있으랴마는 그래도 우리 모두가 그 입장이 바뀌게 되어도 동일한 기준과 언행을 지키며 살겠다고 힘쓴다면, 많은 다툼은 사라지고, 생활문화는 안정되며, 윤택한 삶의 만족은 온 세상에 가득하리라 믿어본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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