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위해 살아야 한다(3)
먹기 위해 살아야 한다(3)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2.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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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나서 배부르면 무엇을 해야 할까. 노는 것이다.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잘못 전해진 것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새로 써야 할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는 이렇다.

개미는 허리를 졸라매고, 말 그대로 개미허리가 되어 일을 하여 음식을 쌓아놓는다. 허리가 그 지경이 된 걸 보면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개미는 놀 지도 않고 노래도 부르지 않는다. 쉬지도 않는다. 그렇게 쌓아놓은 음식은 ‘내 것’이다. 겨울이 되어 베짱이가 죽지 않으려면 개미가 축적해놓은 음식을 얻어먹어야 한다. 그런데 다행히 개미가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개미든 베짱이든 모두 바람직하지 못하다. 

개미에 관해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부지런한 개미’라는 생각과 달리 한 집단의 개미를 관찰해보면 모든 개미가 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대체로 7 만큼의 개미는 열심히 일하지만 나머지 3 만큼의 개미는 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7 만큼의 개미만 따로 모아 놓았더니 다시 거기에서도 7:3의 비율로 일하는 개미와 노는 개미가 나뉘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일하던 개미가 지쳤을 때 놀던 개미가 나서서 일을 하게 되어 개미 전체로 보면 노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는 것이며 적의 공격 등 개미 집단이 예기치 않은 위기에 봉착했을 때를 대비하는 일종의 예비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일하는 개미가 많아지면 식량의 소모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며 땅굴을 파는 경우처럼 좁은 곳에서 일을 할 때도 너무 많은 개미가 몰리면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노는 개미’라고 하였지만 정말 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또 그런 ‘분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개미 사회의 경우를 사람의 사회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사람의 사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대체로 20명이 넘어서는 집단에서 그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한다. 모두가 열심히 일만 하는 집단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류는 탄생하면서부터 몇 백만 년 동안 대부분 먹고 살기 위해서만 일했다. 이를 생계경제라고 하는데, 생계를 위해 필요한 만큼만 일하는 것이다. 이들의 노동시간은 매우 짧았고 그것도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고대로 올라갈수록 더욱 그러하다. 원시사회에서 대부분의 원시인들은 일하는 시간보다 떠들고 노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일을 하더라도 개미 사회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곧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가 일을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냥이나 채취 등의 목적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하거나 노는 역할이 나뉘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나(또는 가족)를 위해 무언가를 쌓아놓는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런 걸 부끄럽게 생각했다(나카지마 신이찌,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간혹 생계 이상의 것을 얻게 되면 바로 잔치를 벌였다. 자기가 속한 집단은 물론 이웃까지 불러서 잔치를 벌였다. 

그런데 농경이 시작되면서부터 사람의 사회에서는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일하는 사람이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누군가가 도덕적 비난을 무릅쓰고 [아마도 폭력이나 권위의 힘으로] 먹을 것을 축적시켰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누어 먹어야 할 것을 혼자 차지한 것이다. 

생계를 넘어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누군가 빼앗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고 빼앗아 가는 사람 또는 집단이 생겼다는 말이다. 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생계경제에 필요한 노동 이상의 노동을 해야 한다. 농경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정착하기 시작했고 정착한 땅에 뿌리 박혀 거기를 떠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정착과 더불어 일하는 자와 노는 자가 나뉘었기 때문이다. 빼앗아 가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빼앗기 위해 더 많은 일을 시키게 되고, 빼앗기는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빼앗긴 만큼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나아가 빼앗기는 사람은 적어도 자식만큼은 더 이상 그렇게 살게 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서 쌓아 놓아야 했다.

우리는 소비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농사를 열심히 짓는 것도, 장사를 열심히 하는 것도 모두 무언가를 소비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일을 하여 얻은 것으로 내가 소비할 수 없다면 그 일은 의미가 없다.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살기 위해 반드시 소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음식이다. 그러려면 음식을 구하고 요리하고 나누어 먹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식재료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여기에서 음식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말은 구하기 어려운 것, 희귀해서 좀처럼 먹어보기 어려운 것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또한 입에만 좋은, 맛있는 음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먹어왔고 오랜 세월을 두고 몸에 좋다고 검증된 음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예를 들어 농약이나 화학비료 등을 썼는지, 어떤 흙에서 자랐는지, 기후는 어땠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 그런 음식을 생산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까지도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와인 애호가들은 이런 정보를 다 꿰고 있다).

그래서 곱게 늙은 노부부가 한적한 시골에서 자연적으로 키운 닭이 그날 낳은 달걀을 사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고 이른 새벽부터 가서 줄을 서는 것이다.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이른 새벽에 만든 두부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다. 이는 흔히 말하는 먹방에서 선전하는 맛집에 줄을 서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고가의 명품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몸 팔아서 먹고 살 것도 아닌데 화장이나 옷과 같은 몸치장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전자기기는 신형이 나올 때마다 바꾼다. 한 식구가 살 수 있는 것보다 더 넓은 집, 더 많은 집을 사려한다. 그러면서 유기농 제품은 비싸다고 손을 내젓는다.

모두가 같이 놀고먹으려면 엥겔지수가 높아져야 한다. 다른 불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같이 음식을 만들고 같이 먹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당장 사회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음식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돈을 쌓아 놓는데 집중하지 않고 먹는데 집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러면 있을 것은 있고 없을 것은 없어지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자연적이지도 않고 필연적이지도 않은 것들은 없어지고 자연적이면서 필연적인 것만 남을 것이다. 에덴동산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음식은 어느 정도 이상은 먹을 수 없다. 먹고 나서 배부르면 무엇을 해야 할까. 노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한 예로 지금의 덴마크에서는 야근을 하면 일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아 강제로 쉬게 한다고 한다. 오후 4시까지 일하고 그 이상 일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4시 반까지 맡겨놓았던 아이를 데려가지 않으면 경고를 받는다. 지금도 이 지구상에는 이렇게 사는 사람도 많고 또 더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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