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매함이 참 다행
우매함이 참 다행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12.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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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중원대학교 법무법학과 초빙교수
남윤봉 교수.
남윤봉 교수.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모든 동물들 가운데서 가장 똑똑하고 신령스러운 존재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세상사 모든 제도와 문물은 사람에 의해 사람위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법에서는 사람을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법인과 구분하여 자연인이라고 하며 이 자연인은 인격체로서 존엄한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배당하지 아니하며, 존엄한 인격적 주체로서 물건을 비롯한 모든 권리의무의 객체를 지배할 수 있게 제도화하고 있다. 심지어 사람이 사망해 시체로 변하여 물건의 범주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물건과는 달리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며, 화장을 하거나 매장을 하는 방법으로만 물건인 시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자기들 위주의 극히 이기적인 존재들이라고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사람이 이렇게 다른 동물들보다 절대적 우위에서 사람위주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은 다른 동물들보다 창의적이고 개척자적인 존재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학적인 두뇌와 도전적인 자세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활용하여 더 유익하고 발전된 형태로 삶의 모습을 바꾸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100년 전의 우리의 삶의 모습과 지금의 삶의 모습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화 발전되어 있다. 다른 어떤 동문들이 그들의 삶의 모습을 사람의 삶의 모습의 변화에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 감히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영특한 존재인 사람은 운명적 존재인가, 아니면 개척자적 존재인가에 관해 생각해 보자.

아마도 이것은 사람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서로 그 입장이 다를 것이다. 사람을 운명적인 존재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 운명적인 사항을 영특한 존재로서 미리 다 알고 있다면, 속 시원하고 아무런 걱정과 근심 없이 이미 짜여진 일생을 살아가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니 무모한 도전이나 무용한 계획등은 아예 필요치 않게 될것이고 그저 운명적인 사항에 적응만 하면 한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예기치 않은 실패나 슬픔도 없게 될 것이고, 뜻밖의 성공이나 기쁨도 있을수 없게 될 것이다. 

반면에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일생에 관한 사항을 다 알고 있다 보니, 무척이나 재미없고 싱거운 삶이 될 수 있고, 무기력하고 생기 없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이 운명적인 사항을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운명철학관에 들러서 자기의 운세를 알아보기도 하고, 진학이나 취업은 어떻게 될지에 관해서도 알아보려하고, 심지어는 대권(大權)도전자들 조차도 때때로 당선여부에 대한 점을 쳐보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다 맞히게 되면 그 맞힌 사람은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을 개척자적인 존재라고 한다면, 즉 모든 것은 자신의 생각과 노력, 도전과 개척여하에 따라 일생의 삶이 결정지어 진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의 내용은 이미 만들어져 있지 않고, 자신이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의 일을 계획하고 도전하며 질주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실패하고 아파하고 후회도 한다. 그런가하면 때로는 성취하고 기뻐하며 으쓱대기도 한다. 간혹은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하고 입지전적인 인물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은 일생동안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맛보며 살아간다. 

누구에게도 희락만 있거나 애로만 있지는 않다. 그러니 누구도 미리부터 위축되지도 말고 또 너무 자만하지도 말 것이다. 사람은 어떤 경우이든 넘어질 때는 일어나기를 힘쓰고, 번성할 때는 쇠락할까 조심하는 게 마땅하다, 높은 산이 있으면 깊은 계곡이 있는 것이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인 영특한 사람도 운명적 이든, 개척자적이든 누구도 내일의 일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내일의 일을 모른다는 이 우매함 때문에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획하고, 도전하고 질주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이보다 더 다행스러움이 또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더할 나위 없이 영특한 사람에게도 내일에는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매함이 있어서 다행히도 살만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우리 모두는 합리적인 생각과 성실한 노력만큼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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