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연재] 우리가 몰랐던 괴산의 최초창의융합적 진품명품 7.

전 중원대 교수 구곡문화연구전문가 괴산향토사연구회 회원

2021-04-09     괴산타임즈
이상주

지난호에 이어 ☞

“현존 세계 최초 한국 최초의 육아일기 『양아록(養兒錄)』” 4

1. 이문건이 손자 이수봉이 태어났을 때 기쁨은 어떠했을까? 1551년 정월 초5일 계사 자부(子婦) 김씨가 병진시(丙辰時) 향말(向末)에 낳았다. 귀양살이 중에 학수고대하던 손자가 출생하자, 출생한 날짜와 시간까지 정확히 기록해 놓았다. 다음은 초 6일에 지었다. 

천리생생과미궁(天理生生果未窮), 천지자연의 이치는 무궁하게 생성이 계속되어,
치아득윤계가풍(癡兒得胤繼家風). 어리석은 자식이 아들을 얻어 가풍을 잇게 했다.
선영지하응다조(先靈地下應多助), 지하에 계신 선조의 영령들께서 많이 도와주시리니,
후사인간서소풍(後事人間庶少豊). 인간 세상의 뒤이어 올 일이 다소 잘되어 갈 것이다.
금일희간거적자(今日喜看渠赤子), 오늘 저 어린 손자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며,
모년사견이성동(暮年思見爾成童). 노년에 네가 성동(成童)으로 성장해가는 모습 지켜보리라.
적거소색번서태(謫居蕭索翻舒泰), 귀양살이 쓸쓸하던 차에 마음이 흐뭇하여,
자작춘료경노옹(自酌春醪慶老翁). 나 혼자 술 따라 마시며 자축하네.

“노년에 네가 성동(成童)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 지켜보리라.” 올바르게 성장시켜 자신의 이상을 성취할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리라.

이문건은 어린이의 특정시기 신체적 성장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현상을 빠뜨리지 않고 시로 읊었다. 즉 ‘아제(兒啼)’ ‘습좌(習坐)’ ‘초치(初齒)’ ‘포복(匍匐)’ ‘시립(始立)’ ‘치생(齒生)’ ‘습보(習步)’ ‘시아(試兒)’ ‘학어(學語)’ ‘츤치(齔齒)’ 등의 내용으로 1세에서 6세까지의 성장과정을 서술했다. 

2. 손자 이수봉이 처음 일어섰을 때의 감격과 축원을 보자.

「십일월(十一月) 십오일(十五日) 시립(始立)」. 시(是), 동지전(冬至前) 수일(數日), 역시자립운(亦始自立云). 

양수제타물(兩手提他物), 두 손으로 다른 물건 잡고,
준거임양족(蹲踞任兩足). 양다리에 의지해 쪼그리고 앉는다.
여사일삭여(如斯一朔餘), 한 달 남짓 이렇게 하더니,
초자신고립(稍自伸股立). 점점 제 스스로 오금을 펴고 일어섰다.
동지양복생(冬至陽復生), 양(陽)의 기운이 다시 생기는 동지(冬至)가 되니,
이립회차일(爾立會此日). 이날에 맞추어 네가 일어서는구나.
축여보유자(祝汝步由玆), 이제 네가 걸음마하게 된 것을 축하하니,
물위비횡질(勿爲非橫跌). 잘못하여 쓰러지거나 미끄러지지 마라.
종용례의도(從容禮義途), 차분히 예의(禮義)를 갖추어,
영언보종길(永言保終吉). 오래도록 대길(大吉)하길 바란다.

그는 처음 서기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그리고 있어 그 실황을 연상할 수 있다. 이문건은 신체적 성숙에 상응하는 정서적 성숙을 기대하고 있다. 즉 예의를 갖춘 사람이 되어 영원한 길운(吉運)을 누릴 정신적 자립을 소망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묵재는 특정시기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손자의 신체성장 발달의 특징적인 모습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읊고 있어 그 실상을 연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