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아
세월아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09.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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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봉의 시시콜콜] 세월은 과거를 만들지만 그 속에서 역사와 추억은 우리 사람이 만든다.
남윤봉 교수.

세월아 오늘은 너의 속성과 위력의 세계를 거닐어 보련다. 아낌없이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세월아 너는 무엇을 먹고 살기에 그리도 기력이 왕성하여 끊임없이 달려도 지치지도 아니하고, 쉬어가지도 않는 거냐?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영약을 주식으로 삼고, 각종 영양제를 양념으로 먹는가보다.

그러니까 낮에도 달리고 밤에도 다리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 영약과 양념이 무엇인지 혹시 알려줄 수는 없느냐?

아마도 그 영약과 양념을 알려준다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너는 추앙을 받을 것이며 세상에서 제일가는 거부가 될지도 모른다.

세월아 너의 재수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너는 힘들이지도 않고 작은 생명을 크게도 하고, 쇠하게도 하니 말이다. 그 엄청난 능력은 어디에 보관하고 있느냐? 비밀창고에 있느냐? 비밀금고에 있느냐? 너의 능력에 의해 갓난아기는 너의 셈법에 따라 무럭무럭 자라서 청·장년이 되고 장년의 인생은 너의 줄기찬 질주로 인해 늙어가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너의 능력에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만스럽기도  한 게 사실이다. 생각해보자, 속히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너의 줄기차게 달려감이 무척이나 고맙겠지만, 늙고 싶지 아니한 장년에게는 너의 질주가 달갑지마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의 본성이나 위력을 누구도 바꾸려 하거나 무시할 수 없어서 너에게 순응하고 모두가 수긍해야 하니까 너는 참 대단한 존재이다.

세월아 너는 세상만물에 그처럼 지대한 여향을 주면서도 단 한 번도 그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머뭇거림이 없으니 너의 뚝심은 알아줄만하다.

좋은 영향만 주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나쁜 영향도 주는데도 말이다. 천년을 살고 싶은 인생에게는 원망도 들을 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분노하며 저주하는 자도 한둘이 아닐 것 같은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조금도 흔들림이 없으니 세상 누구인들 너의 굳센 뚝심과 겨룰 자가 있겠는가 말이다.

너의 그 불변의 뚝심 때문에 세상사 모든 것을 너에게 기준을 두고서 계획하고 진행하며 시작과 끝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 좋고, 나쁘고, 기쁘고, 슬픈 어떤 경우에도 너의 달려감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럴리도 없겠지마는 우리인생은 너를 기준으로 과거 어제, 현재 오늘, 미래 내일이라는 단어도 만들어 놓았다. 이들 단어 속에는 수많은 역사와 추억이 저장되어 있고, 복잡한 갈등과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현실이 있으며, 또 무지갯빛 희망과 계획이 가득 차 있단다.

세월아 너는 어느 곳에서 의술을 공부했기에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치유의 권능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냐? 통곡을 넘어 질식할 정도의 슬픔을 당한자도 너의 차분한 위로를 받으면 그 슬픔을 추스르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치유의 효과를 만들어 내니 말이다.

어찌 이뿐이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어찌할 줄 모르는 자도 너의 위로를 받으면 슬며시 누그러져 정상을 찾게 되니 너의 신통한 치유력은 참 놀랍다. 그러니 ‘세월이 약’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다.

세월아, 너는 입이 참 무거운 존재이다. 동서고금의 크고 작은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는 척하거나, 잘난 척하거나, 어떠한 내색조차도 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마도 너에게는 누구도 도전하거나 항거하지 못하고 순순히 순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보의 보고, 경륜의 저장고에 누가 감히 거역할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

이처럼 불변의 뚝심과 위력 그리고 천금보다 무거운 입을 가진 세월도 냉정하기 그지없어서 한번가면 다시 오지 않고, 다시 이어지는 세월은 새로운 세월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세월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위대함에 걸 맞는 처신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세월은 과거를 만들지만 그 속에서 역사와 추억은 우리 사람이 만든다. 현재도 세월이 펼쳐놓지만 그곳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과제를 풀어가는 것은 우리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미래 역시 세월이 제시하겠지만, 희망을 품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우리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세월에 순응해야 하는 우리 모두는 세월에 감사해야 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오늘에 건승을 빈다.

/남윤봉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중원대학교 법무법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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