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신맛
듣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신맛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09.12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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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의 한방의학] 신맛은 대개 아이들이 좋아한다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다른 사람이 시다고 하는 말만 들어도 내 입에서는 침이 고인다. 그만큼 신맛은 강렬하다. ‘삼국지’에도 조조의 군사가 갈증에 시달리자 먼발치의 매화 밭을 떠올리게 하여 위기를 넘긴 이야기가 나온다(망매해갈望梅解渴). 매화의 열매인 매실의 신맛을 이용한 것이다. 

신맛은 대개 아이들이 좋아한다. 시큼한 과일도 잘 먹고 과자에도 아예 시다는 말이 직접 들어간 것이 있다. 아이들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신 그 맛에 눈을 찡그리면서도 좋아한다.

그러나 신맛은 강렬한 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대개 나이가 들수록 신맛을 싫어한다. 젊어서는 잘 먹다가도 나이가 들면 점점 멀리한다.

그런데 나이가 많이 들지 않았는데도 유별나게 신맛을 찾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임신 초기다. 춘향가에는 이도령과 춘향의 사랑가 중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도령 서는데 먹으랴느냐’는 대목이 나온다.

이제 자기의 아이가 들어설 것이니 신 맛을 먹지 않겠는지 묻고 있다. 첫 만남인데 어린 도령이 하는 말치고는 너무 엉큼하다. 

임신과 관계없이 유난히 신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몸에 좋다고 매일 마시는 사람도 있다. 또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어렸을 때 동네에 서커스단이 왔다 가면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몸을 그렇게 구부릴 수 있는지 신기해하면서, 그 사람들은 매일 식초를 마신다는 말을 듣곤 했다. 나도 식초를 매일 먹으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신맛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태의 원인과 진실은 무엇일까. 

식초는 술에서 만들어지므로 식초의 기원은 술을 만드는 곳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 고구려는 특히 술을 즐겨 빚어 먹었다. 그런 점에서 고구려에서 식초가 널리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

문헌상으로 식초는 ‘제민요’(6세기 전반)에 처음 나오는데, 이 책은 선비족鮮卑族이 세운 북위北魏에서 간행된 것이다. 모두 동북아의 민족이다. 한족의 서적으로는 후한(947-950)때의 ‘석명(釋名)’에 처음 나온다. 

식초는 처음에는 약용으로 많이 쓰였다.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다가 고려시대에는 음식에 식초가 이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의 세종대왕 때에는 식초의 제조법이 민간에도 널리 알려져 고주苦酒, 순초淳酢, 혜醯, 미초米醋 등으로 불렀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는 길일을 택하여 술을 빚은 다음 옹기로 된 초두루미라는 그릇에 넣고 부뚜막 위에서 발효시켰다. 식초를 만들고 보관하는 전용 용기가 생긴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조실록’등의 자료를 보면 일상생활에 소요되는 생선이나 고기, 생강, 마늘 등과 더불어 식초는 항상 빠지지 않았다. 

식초의 효능은 많지만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원기元氣를 길러준다. 식초의 유기산은 에너지 생산을 활발하게 한다.

2)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해 피로해소에 도움을 준다. 3) 몸속에 쌓인 각종 유해물질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간 기능이 약하거나 손상된 사람이 식초를 먹으면 좋다. 술을 마실 때 식초가 들어간 안주를 먹으면 간에 무리가 덜 가고 숙취를 예방할 수 있다.

4)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5)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지방분해를 촉진시킨다. 6)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

7) 식초는 산성이지만  몸속에 들어가면 알칼리성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산을 중화시키고 혈액과 체액의 피에이치pH를 안정된 상태로 유지한다.

8) 장 기능을 좋게 한다. 장안의 대장균을 비롯한 유해세균을 죽여 변비를 예방하고, 장 환경을 개선해 치질 등에 효과적이다(‘내 몸을 살리는 천연식초’).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식초는 천연식초다. 이외에도 당뇨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불면증에도 좋다고 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식초의 응용 범위는 그야말로 무한대다. 채소 등을 데칠 때 넣으면 부드러워지고 생선을 씻을 때 식초를 넣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고기에 넣으면 고기가 부드러워진다. 손이나 도마에 냄새가 밴 것을 없앤다. 달걀을 삶을 때 몇 방울 넣으면 깨지지 않는다. 목욕이나 세수, 세발 때 사용하면 피부를 매끈하게 한다.

청소나 세탁에 사용하면 윤기도 나고 세탁물이 부드러워진다. 외상이나 치질 등에 사용하면 열이 내리고 통증이 많이 완화된다. 피부노화와 주름 방지 효과가 있다.

여드름이나 주근깨, 거친 피부에도 효과가 있다. 은수저 색이 변했을 때 소금을 식초에 묻혀 닦으면 깨끗해진다.

오이의 쓴맛을 없애려면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린 물에 담가둔다. 야채나 과일을 씻을 때도 좋다. 타서 새까맣게 그을린 냄비에 물을 담아 식초를 대여섯 방울 떨어뜨린 다음 은근한 불로 2-30분 정도 끓이면 쉽게 벗겨진다. 단 환기는 확실하게 할 것. 

식초는 그 살균력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약으로 썼다. 히포크라테스도 상처나 수술 뒤에 식초를 활용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 볼 때 식초는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다. 해독은 물론 죽은피를 없애고 지혈하는 효과가 있으며 기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통증을 그치게 한다.

또 소변을 잘 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맛이나 냄새를 바로 잡을 때도 쓴다. 앞에서 비린내나 곰팡이 냄새 등을 없애는 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약을 식초로 볶기도 하는데 이는 식초가 좋은 유기용매가 되어 약효를 높여주고 있을 수 있는 약의 독성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식초는 기침을 멎게 하고 정精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아주며 소변을 지리는 것도 막아주며 설사를 막아준다.

식은땀이 나는 것도 막아준다. 한 마디로 수렴시키는 힘이 강하다. 물론 침과 같은 진액을 생기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신맛을 지나치게 먹으면 비위를 상하게 된다. 그러면 속이 쓰리거나 소화가 안 되며 피부 주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신맛을 너무 먹으면 근육이 떨리고 경련이 일게 된다.

그래서 근육에 병이 있을 때는 신맛을 줄여야 한다. 또한 계절에 따라서도 먹는 것이 다르다. 봄의 시작부터 72일 동안에는 신맛을 줄이고 단맛을 늘여서 비脾의 기운을 기른다.

여름의 시작부터 72일 동안은 쓴맛을 줄이고 신맛을 늘려서 폐의 기운을 기른다(‘천금방千金方’). 가을에는 신맛을 늘리고 매운맛을 줄여서 간의 기운을 길러야 한다.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너무 많이 먹으면 막히는 병에 걸리게 된다(‘운급칠첨雲芨七籤’). 여기에서 ‘막히는 병’은 대표적으로 소변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너무 먹으면 손발에 땀이 나지 않기도 한다. 누가 어디에 좋다더라, 누가 효과를 봤다더라 하는 말은 별로 믿을 것이 못된다. 마치 방송에 떠도는 맛 집이라는 유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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