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도고奧道後
오쿠도고奧道後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08.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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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이승신 시인,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

지금은 오랜만의 일본이요 시고쿠 섬의 마쯔야마松山 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휴가나 불볕더위와는 관계가 없다.  

지난 몇 해 타국의 공부와 그 기록의 집필, 책과 영상다큐 만듬으로 고단한 나날이었다. 나에게 새파란 지중해를 보이는 선물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아직은 멀리 갈 수가 없어 가까운데를 알아보니 8월 어디고 비행기 자리가 없었다.

그제야 아 지금이 휴가철이구나 했다.

지난 1월 사고로 갑자기 입원하여 매일 통곡할 때에, 어느 신문 전면에 난 온천 사진 기사를 희망으로 병원의 무채색 벽에다 붙쳐 놓고, 하루 빨리 뛰쳐나가 거기에 있던 기간만큼 뜨거운 물에, 기분을 바닥으로 저하시키던 것들을 녹여내고 싶었다.

오랫동안 씻을 수도 없는 걸 인내하다 자리를 얻은 게 일본 4 섬 중 제일 작은, 남쪽 시고쿠四國의 마쯔야마松山 이다.

인구 50만의 마쯔야마는 어느 곳의 온천에나 있듯, 다리를 다친 백노가 땅에서 솟는 더운 물에 상처를 적시자 나아서 날아갔다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역사가 3000년이 넘는, 일본의 수많은 온천 중 가장 오래된 온천이고 보면 아마도 여기가 그 백노 이야기의 오리지날이고 다른 곳이 그 이야기를 본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도고 온천이 있다.

1000년도 더 전, 천왕이 도고 온천에 들렸다는게 이야기거리이고 더 들여다 보면 동경대 교수를 했던 일본 현대 문학의 아버지 '나쯔메 소세키夏目漱石' 가 중학교 영어 교사로 있을 때 '봇짱' (도련님)이라는 전 세계 수백 종의 버젼이 있는 소설을 쓴 곳이요, 17음절의 시, 하이쿠를 혁신시킨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의 고향이기도 하다.

선진국은 어느 작은 마을을 가도 그런 인문학적 스토리를 간직하고 가슴에 새기는 걸 본다.

내가 며칠 머무는 '오쿠도고奧道後' (도고의 깊숙한 곳이라는 뜻)는 그런 도고에서 30분 떨어진 곳에 있다.

산 속에 오래 된 호텔 하나만이 있고 별 문화가 없으나 유명한 도고 온셍溫泉보다 온천의 수질이 좋다는 게 자랑이다. 

떠나는 순간까지 일상에 매여 일기정보도 안본채 왔더니 관동의 동경 지역에서 히로시마 오카야마, 최근의 큰 호우피해지를 거쳐 여기 시고쿠까지 호우 태풍이라고 밤새 대피 뉴스가 요란하다.

그걸 보면 다음 날 태풍으로 여러 달 별러 온 내가 꼭 날라갈 것 같았지만, 아침에 깨니 두어 시간 비가 세차게 오고는 숲 사이로 햇빛이 나고 기온이 내려가 좀 시원해진게 아직은 다 다이다.

내가 만나 본 프랑스의 국민 의사 Saldman이 말하는 건강의 비결을 보면 한 달에 12번 이상 사랑을 나누라는 것도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이 친숙한 곳과 친숙한 것들을 어서 떠나라는 것이 있다.

무토막처럼 자를 수 없는 일상을 자르고 친숙함을 떠나 왔으나 스마트 폰까지 버릴 용기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하면 그것은 친숙함의 으뜸으로 지구의 어느 구석진 깊은 곳을 간다 해도 버리고 온 모든 친숙함을 연결해 줄 것이다.

아니 이 지구별을 떠난 후에라도 즉결되는 무언가를 우리 인류는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진정한 건강의 비결은 무엇일까, 산다는 건 무엇인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우리 인류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인가, 생각에 잠기고 청정 물에 잠겨보는 한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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