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 제대로 알자
쓴맛, 제대로 알자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07.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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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의 한방의학] 전통 음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박석준 동일한의원 원장.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내 어린 기억 속의 커피는 오직 쓴맛뿐이었다(60년대 미국의 인스턴트커피). 그 쓴 것을 왜 비싼 돈 주고 마시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차츰 다방 커피에 익숙해지고 이어 자판기 커피로 옮겨가더니 이제는 향기도 그윽한 원두커피를 즐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기지만 아직도 커피 믹스는 가장 애용하는 커피의 하나다.

커피는 향도 좋지만 맛도 다양하다. 같은 커피 속에도 쓴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맛, 단맛도 있다. 온도가 높을수록 쓴맛이 강하고 좀 식으면 신맛이 나고 완전히 식으면 단맛이 난다.

그러나 이런 맛도 문화에 따라 달리 느껴진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인 커피는 처음 이슬람 수피 성직자들이 비약으로 쓰였다. 그래서 지배자에게 커피는 불온한 음료로 여겨졌다.

커피가 처음 유럽에 소개되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은, 지옥처럼 시커멓고 쓰기만한 이슬람 이교도의 음료로만 여겼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여 독일의 경우, 바흐가 한 커피하우스의 홍보를 위해 커피칸타타를 작곡한 것이 1732년이니까 커피가 유럽에 도입되고 나서도 거의 100년이 더 지나서야 일반에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러나 이 곡에서도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와 마시게 해달라는 딸이 등장하고 있어 그때까지도 커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남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커피는 논란이 많은 음료다. 특히 17세기에 들어 제국주의의 확대와 더불어 커피가 이윤을 창출하는 주요 작물로 등장하고 오늘날에도 큰 이윤을 남기는 작물이어서 논란은 더 확대되고 있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커피의 효능이다.

커피의 효능이라고 하는 것을 정리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을 낮춰주며 간암을 예방하고 당뇨(2형)도 예방하며 고지혈증, 내장 지방증후군도 예방한다는 것이다(커피 한 잔의 힘). 이외에 심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고혈압, 탈모나 대머리, 여드름, 뇌졸증 등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수면장애를 들 수 있다. 또한 칼슘 흡수를 방해하여 골다공증의 위험이 커진다, 위를 자극하여 위궤양을 악화시킨다, 불임이나 조산의 가능성이 커진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고혈압을 유발한다, 소화가 안 되고 심장박동이 증가한다 등이다.

위의 두 주장을 보면 서로 반대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커피가 정력에 좋다고도 하고 약화시킨다고도 한다. 또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고도 하고 더 나빠진다고도 한다.

커피의 효능에 대한 이런 상반된 견해는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서양의 중세에는 갈레노스 학파의 의학자들이 커피의 성질에 대해 엇갈리는 주장을 내놨다.

한쪽에서는 커피가 차고 건조하다고 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뜨겁고 건조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에서도 커피의 성질에 대해 차갑다는 주장과 따뜻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다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커피가 습한 것을 없애주는 성질이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일치한다.

이는 커피가 그만큼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다는 것과 아직도 커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커피는 열대나 아열대에 속하며 연간 강수량이 1,500mm 이상이며 건기와 우기가 구분되고 배수가 잘 되는 화강암 풍화지대에서 잘 자란다.

대개 700-2,000m의 고지대에 습도가 낮고 햇볕이 너무 뜨겁지 않은 곳, 일교차가 큰 곳이 좋다. 커피의 이런 생태적 특성은 커피의 효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강수량은 많지만 건기와 우기가 나뉘고 비가 많이 와도  물은 잘 빠져야 하고 열대라서 기후는 덥지만 햇볕이 너무 따가워도 안 된다.

이런 복잡한 조건에서 자라는 식물은 대부분 다양한 성질을 갖게 된다. 인삼이 그런 예이다.

커피 열매는 붉다. 껍질을 벗기면 누르스름한 빛을 띠는 흰색의 표피로 덮인 푸른색의 커피가 나온다. 이것을 볶으면 검게 된다.

오행으로 보면 붉은 색은 심장, 흰색은 폐, 누른색은 비장, 푸른색은 간, 검은 색은 콩팥에 영향을 미친다. 커피에는 오행의 오색이 다 들어 있으니 오장 모두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쓴맛은 쏟아내는 작용을 한다. 쏟아내는 일은 대개 소변이나 대변(설사)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커피는 습기를 말리는 성질이 있어서 흡수한 수분을 주로 소변으로 내보낸다.

커피를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몸이 비대하면서 습기가 많고(대개 이런 사람은 땀이 많다) 수분대사가 잘 안 되어 쉽게 붓는 사람,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커피는 좋은 음료가 된다.

그러나 반대로 몸이 건조하고 마른 사람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쓴맛을 많이 먹으면 피부와 털이 건조해져서 피부가 거칠어지고 털이 빠진다. 그러므로 탈모가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음료가 된다.

쓴맛은 심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장의 기가 약한 사람(이나 그런 경우)에는 커피가 좋은 약이 된다.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졸음이 없어지는 이유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심장의 기가 너무 강해지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불안한 증상이 생긴다. 손이 떨리고 잠도 오지 않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사람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커피의 신맛은 간에 영향을 미친다. 간의 기를 키워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커피가 간암을 예방한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지나치면 간의 기가 비위의 기를 억누르게 된다(목극토). 커피를 마시고 소화가 안 된다든가 속이 쓰리게 되는 이유이다.

단맛은 비위에 영향을 미친다. 한의학에서 비위는 단순히 소화를 담당하는 곳이 아니다.

특히 비장은 소화된 영양분을 온몸으로 보낼 뿐 아니라 몸의 기가 위 아래로 잘 돌도록 해주는 곳이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 소화가 잘 된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기가 잘 돌기 때문에 온몸의 상태가 쾌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나치면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정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커피의 단맛은 그렇게 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탕을 많이 넣지 않는 한 커피를 마셔서 이런 지경에 이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커피의 대표적인 맛은 쓴맛이다. 쓴맛을 많이 먹으면 위에서 말한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결국 커피의 ‘쓴맛’을 보지 않으려면 보다 다양한 맛의 음료를 즐기는 수밖에 없다.

다양한 맛의 우리 전통 음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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