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우유와 게맛살의 공통점
바나나맛우유와 게맛살의 공통점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06.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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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의 한방의학] 내 몸은 바로 내가 먹는 음식, 그 음식의 맛이다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나나맛우유와 게맛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모두 바나나나 게살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들어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바나나나 게살 맛을 내는 어떤 ‘맛’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기 들어가 있는 것은 ‘맛’이 아니라 ‘향’이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나나 ‘향’ 우유, 게‘향’살이라고 해야 맞다. 그럼에도 식품회사에서는 모두 ‘맛’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인지 한 식품회사에 근무하는 어떤 사람은 맛을 향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맛을 느끼는 것은, 음식을 먹을 때 입 뒤로 코와 연결된 작은 통로를 통해 향기물질이 휘발하면서 느껴지는 극소량의 향을 가지고 수만 가지 맛을 느끼는 것이라는 것이다(최낙언, 맛이란 무엇인가).

맛이 향이라는 말은 일면 수긍이 가는 말이다. 코가 막힌 사람은 맛을 잘 모른다. 코를 막고 음식을 먹어보면 맛이 확연하게 떨어진다.

그렇지만 설탕이나 소금, 화학조미료 또는 물과 같이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은 어떨까? 냄새가 없으니 맛도 없는 것일까?

맛이 향이라는 말은 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맛은 향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는 먼저 눈으로 보고 냄새 맡고 손으로 만지고 씹히는 소리를 들으며 얼굴의 근육을 움직이며 혀를 돌려 목으로 넘긴다.

이 모두가 맛에 포함된다. 어디 이것뿐인가. 어려운 자리나 그런 사람과 함께하는 음식은 맛이 없다. 골똘하게 무언가 생각하며 먹으면 밥을 먹었는지 아니 무얼 먹었는지도 모른다.

열이 나면 음식이 쓰게 느껴진다. 추울 때 먹는 아이스크림과 더울 때 먹는 맛이 다르다. 같은 음식도 뜨거울 때와 차가울 때가 다르다.

소풍을 가서 먹는지 창문도 없는 지하에서 먹는지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 결국 맛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각, 나아가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까지를 포함하여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맛은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맛이 향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이런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맛과 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맛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단맛, 쓴맛, 신맛, 짠맛이 그것이다. 여기에 매운맛은 빠져 있다.

이런 전통은 데모크리토스와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감칠맛이 더해져 다섯 가지 맛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 우리가 느끼는 온갖 다양한 맛은 향이라고 한다. 이 중 감칠맛(글루탐산)은 1908년 일본의 한 학자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이것이 화학조미료(아지노모도)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때부터 팔리기 시작했다(1915년). 여기에서 그것이 맛의 대열에 낄 수 있는지 아닌지는 혀의 맛봉우리에 그 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한다(감칠맛의 수용체는 2000년에야 발견됐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섯 가지의 기본적인 맛 이외에는 모두 향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더군다나 글루탐산이 기본적인 맛으로 들어감으로써 화학조미료를 쓸 수 있는 ‘과학적’ 근거도 생겼다.

그러나 맛과 향을 구분하고 다시 기본적인 맛 이외에는 모두 향이라고 함으로써 얻어지는 가장 큰 장점은 바나나맛우유나 게맛살과 같이 원재료를 거의, 대개는 하나도 쓰지 않고 그런 느낌을 주는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맛을 다른 ‘불순한’ 요소들과 분리하여 맛 자체라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맛은 더 이상 음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맛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빨간 사과나 푸른 사과가 아니라, 봄여름가을겨울 언제나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사과 맛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화학적으로 정교하게 조작된 향이다. 

한의학에서도 맛을 말한다. 산고감신함酸苦甘辛鹹이라고 하는 다섯 가지의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맛이다. 서양과 마찬가지로 다섯으로 나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혀에서 느껴지는 맛이 아니다. 그것은 몸으로 느껴지는 맛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을 먹어서 몸에 나타나는 효과를 말한다. 기로서의 맛이다.

그래서 신맛을 먹으면 간의 기를 키워 수렴시키거나 진액을 생기게 하는 효과가 있고 쓴맛은 심장으로 들어가 기를 내려주는 효과가 있으며 단맛은 비장으로 들어가 느슨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고 매운맛은 폐로 들어가 열을 내주는 효과가 있으며 짠맛은 신장으로 들어가 단단한 것을 부드럽게 하거나 맺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런 맛의 구분은 혀로 느끼기보다는 몸 전체로 느끼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맛은 현실의 다양한 맛을 일일이 다루지는 않지만 크게 다섯 가지의 맛이 각각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물론, 여기에서는 말하는 맛은 추상적인 맛이 아니라 현실의 음식에 들어 있는 맛이다.

맛을 향이라고 하면 그것은 오로지 코로 느껴지는 후각에 한정한 것이다. 맛을 오로지 입맛이라고 하면 그것은 미각에 한정한 것이다. 그러나 기로서의 맛은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미각과 후각과 청각, 시각, 통각 등 모든 감각을 포함한 것이다. 나아가 그 맛을 먹음으로써 변화될 몸의 상태까지를 고려한 것이다.

맛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맛은 단순한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몸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몸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 예로 글루탐산과 같은 ‘맛’은 단지 맛에 그치지 않는다. 글루탐산은 대표적인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다.

다량을 지속적으로 섭취했을 때 그것이 가져올 문제(예를 들어 뇌신경의 파괴 등)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미하다.

더군다나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결합시킨 글루탐산나트륨(MSG)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주위에는 온갖 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음식이 판을 친다. 커피 제품에도 커피 향이 들어가고 요구르트에도 요구르트 ‘향’이 들어간다.

그런데 진짜가 아닌 가짜를 넣어 놓고도, 오히려 TV에서 나오는 가수의 노래는 가짜라고 하지 않으면서 왜 맛만 갖고 진짜 가짜를 따지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맛에 대해 굳이 진짜 가짜를 따지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 몸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몸은 바로 내가 먹는 음식, 그 음식의 맛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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