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효약은 없다
특효약은 없다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05.0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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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의 한방의학] 끊임없이 변해가는 병, 끊임없이 변해가는 약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진시황은 영원히 죽지 않기 위해 방중술을 비롯한 온갖 양생술을 동원해 불로초를 찾아 서복徐福에게 500명의 동남동녀를 딸려 큰 배에 싣고 동쪽으로 보냈다고도 한다.

그러나 진시황도 죽고 그가 세운 나라도 사라졌다. 그래서 진시황을 허망한 꿈을 쫒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도 그런 허망한 꿈을 꾸고 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영원히 죽지 않기를 바라지는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병이 들면 약을 찾는다.

아픔을 참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藥’이란 무엇일까?  원래 약은 ‘독毒’이라고 썼다. “신농이 하루에 100가지 풀을 맛보고 72가지 독에 중독되었다”는 말은, 신농이 여러 풀 중에서 약이 되는 것을 찾아냈다는 말이다.

고대에 ‘독’이라는 말은 두텁다[厚]는 뜻이었다(설문해자). 인정이나 사랑이 많고 깊다는 말이다.

그래서 ‘독천하毒天下’라고 하면 백성을 잘 살게 한다는 뜻이 되고(역전易傳 단전彖傳 사궤師卦. 단옥재段玉裁의 설을 따랐다) 사람에게 쓰면 병을 고친다는 뜻이 된다.

물론, 독에는 이런 뜻 말고도 몸을 해친다는 뜻도 들어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두텁다’는 말은 무엇이 두터운 것일까? 그것은 기가 두텁다는 말이다. 기가 세다, 강하다는 말이다.

'기氣'는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 관계를 가져서 그것이 다른 사물에 미치는 힘을 말한다.

그러므로 독하다는 것은 기가 세다는 말이고 그런 기의 힘이 세서 다른 사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한 사물의 기가 다른 사물의 기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이고 상황적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27도 되는 온도라고 하더라도 평소 몸이 찬 사람과 더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찬 사람은 그것을 편안하게 느끼지만 더운 사람은 불편해 한다. 또한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여름에 느끼는 편안함과 불편함은 겨울에 느끼는 그것과 다르다.

독 역시 하나의 기이기 때문에 독이 미치는 영향은 그 양과 영향을 미치는 대상의 상태, 환경이라는 조건에 따라 다르다.

결국 독은 그 자체가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왜 독 대신 약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시대가 지나면서 점점 대상을 그 자체로 떼어서 보려는 관념이 생겼다.

이에 따라 사람을 즐겁게 하는 풀은 약藥이라고 하고(藥=草+樂) 해害가 되는 것은 독이라고 나눠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대상을 나눠 그 자체로 보려는 것은 대상을 잘 알기 위한 것이다. ‘분명分明하다’는 말처럼 뒤섞여 있을 때보다 나누었을 때 더 잘 알 수 있다.

명백하다는 뜻의 영어 ‘크리어clear’에도 떼어내서 치운다는 뜻이 있고, 알다는 뜻의 일본어 ‘와카루分かる’에도 나눈다는 ‘분分’ 자가 들어 있다.

그러나 나눈다는 것은 대상을 온전하게 아는 방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다른 것과 연관되어 있으면서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간다.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다른 모든 것과 분리하여 사람 그 자체를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의 사람은 한 순간도 그 사람이 딛고 서 있는 땅이나 공기라는 조건을 벗어날 수 없다.

하물며 그것을 빼버리면 그 순간 그 사람은 죽게 된다. 또, 부분의 합은 전체가 아니다. 사과를 나누고 다시 합한다고 해서 원래의 사과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많은 경우, 대상을 분리시켜 나눈 다음 그것을 합해보는데 익숙해져 있다.

분리하는 순간 그것은 어디까지나 머릿속에서의 일일뿐이라는 사실을 잊고, 마치 그것이 현실인 것처럼 착각한다.

소위 말하는 이성에 의한 분석과 종합이 그것이다. 그걸 ‘과학’이라고 믿는다.

오늘날 우리는 병과 그 병을 치료하는 약에 대해서도 똑같이 생각한다. 병은 그 병 자체로 따로 있고 그 병을 치료하는 약도 따로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만병통치약이나 특효약을 찾거나 그런 신약을 개발하고 싶어 한다. 불로초를 찾는 진시황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무슨 병에는 무슨 약이라는 특효약은 없다.

다른 것들과의 연관 속에서 끊임없이 변해가는 병이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변해가는 약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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