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귀농] 괴산 귀농부부, "나의 귀농귀촌 이야기"
[귀촌·귀농] 괴산 귀농부부, "나의 귀농귀촌 이야기"
  • 노원래 기자
  • 승인 2018.05.06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칠성면 비도리 마을 지순영·송미덕 부부
사진 왼쪽부터 지순영·송미덕 부부.

남편의 나이 사십 대 초반, 우리도 버텨내지 못했던 IMF 시절~ 정부에서는 한창 제주도로의 귀농을 적극 권장·추진하던 때가 있었다.

안산에서의 사업을 정리하고 완전 무일푼이 되어, 아무도 모르는 지역에 가서 날 일이라도 하자는 심산으로 대전으로 내려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제주도로 가자는 말에 나는, 길거리에서 노점상은 할망정 농사는 못 할 거 같아서 펄쩍 반대했던 그때 이후,  남편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늘 시골생활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이 들어서까지 도시에서의 머슴처럼은 살기 싫다"는 남편. 보험영업을 꽤 오래 하면서도 그 흔한 내 연금 하나 준비해 놓지 못한 나로서는, "시골생활이야말로 목돈 없으면 인간 취급도 못 받고, 다시 도시로 돌아올 수도 없다. 우리 형편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버텼지만, 남편의 오랜 바램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나는 계속 내 일을 해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가고, 당신은 시내 외곽에서 농사체험을 해 보자…."고 시작했던 남편의 도시농사 3년. 그리고 남편의 선 귀농 2년. 한 번씩 남편의 농사를 도우러 시골엘 가면 남편이 하던 말.

"일하다가 들어왔을 때 물 한 잔 따라주고 밥상 차려주는 사람만 있어도 아주 좋겠다" 나는, 여전히 시골생활에 대한 자신이 없었지만, 도시 어디를 가나 넘쳐나는 GMO 농산물과 피할 수 없는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가족들 특히, 어린 손녀들에게 닥칠 건강위험을 생각한 끝에 내가 도시를 떠날 수 없는 건 이미 도시의 경제논리에 길들어서 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도시생활을 뚝!!! 끊어냈다.

사진 왼쪽부터 송미영·지순영 부부.

이곳 괴산에 이삿짐을 푼 지 어느새 일 년이 다되어간다. `뚝!!! 끊어냈다?`  정말 뚝!!! 끊어 내지 않으면, 영영 끊어낼 수가 없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유치원에 가고, 학생이 되고, 어른으로 자라갈수록 자의적, 타의적으로 끝없이 주어지는 `목표`라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느린 것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지는 것이고, 잠시라도 쉬는 것은 `쉼`이 아니라 `도태`라는 식의 사회적 부추김에 의한 끝없는 달리기.

죽을 때까지 펑펑 쓰기만 해도 될 만큼 경제적으로 풍부한 사람도 자족하지 못하면 평생 행복을 못 느끼지만, 하루하루 일용한 양식에 감사하고 자족한 사람은 날마다 즐겁고 행복한 것을 보며 `그래~~~적어도 내 가족의 먹거리만이라도 지키며 자급자족하자`는 마음으로 선택한 귀농의 길.

남편이 선 귀농을 했던 전북 순창이 아니라 아이들과 엄마가 계신 안산과 가깝고, 수도권뿐 아니라 사통팔달 이 나라 어디로든 연결이 쉬운 지역을 찾다 보니, 지금 이곳 `괴산`으로 남편과 나의 삶의 터전을 자리 잡게 되었다.

내가 가진 거라곤 어렵사리 준비한 집 한 칸과 건강한 몸, 그리고 시골에서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취득한 사회복지사 자격증 등 몇 가지가 전부.

일반적으로 첫 귀농을 한 사람들과 달리, 남편은 이미 농사를 짓던 사람이라 집 계약을 하고 이사 내려오기 전에 먼저 한 달 동안 빈집을 빌려 생활하면서 봄 농사 준비를 했기에 이삿짐을 푼 다음 날 새벽부터 해 뜨면 함께 나가 해 지면 플래시 켜고 들어오기를 봄. 여름. 가을.

몸은 힘들지만, "아~~이렇게 좋을 수가?" 숨 쉴 수 있는 시골공기가 좋고, 자유로이 숨 쉴 수 있는 내가 좋고, 날마다 소풍 나가는 마음으로 일하러 가니 새벽에 나가 밤에 들어와도 정말 좋았다.

귀촌한 송미영 씨가 손녀와 다슬기를 채집하고 있는 모습.

그렇게 1년을 정신없이 초 단순한 머리로 지낸 거 까진 좋았는데, 문득문득 정신이 들면 "이건 아니다. 종일 일만 하려고 시골살이를 선택한 것도 아니고서야 이렇게 농사일에 밀려다닌다면
도시생활과 무엇이 다르랴."

시골생활 첫해는 주변이 오로지 돈 들어갈 일 들 뿐이고, 수입은 없으니  예비비가 충분하지 못했던 우리. 가을걷이를 끝내고 농한기가 되어 나는  `워크넷`에서 수시로 일자리 정보를 살피는 한편 `괴산 일자리종합지원센터`에도 구인신청을 했다.

그랬더니 농한기에 미처 쉬어 보기도 전에 덜커덩 취직되었네? 그것도, 집에서 걸어 다닐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잡곡 판매장에서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작업이다.

평소 블로그나 SNS를 즐기던 나로서는 일에 대한 부담감도 없고, 근무시간마저 좋아서 남편의 농사일을 어느 정도 도울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즐기던 놀이가 일이 되다니,  한 가지 더 놀라웠던 건 일자리지원센터에서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기에 의아해했다.

시골에서는 구인신청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이름까지 기억을 한다나? 누구든지 일하고자 한다면, 일자리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요즘은, 괴산 귀농귀촌협의회에서 마음과 정보를 나누고, 어려움이 있을 때  서로 도움이 되어 주는 친구 같은 이웃들을 만나기 때문에 마음은 한결 든든하기 그지없다.

귀농한 지순영 씨가 밭에서 감자를 캐고 있는 모습.

우리 부부의 올해부터의 계획은, 주5일은 내가 일을 다니니까 농사일은 더는 확대하지 않으면서, 농사일은 최대한 집약적으로 하고, 주일 오후에는 원래의 계획대로 함께 등산이나 드라이브를 즐기기로 했다.

애써 도시의 머슴을 벗어던졌는데 기껏 시골의 머슴이 될 수는 없는고로...


  • 충청북도 괴산군 관동로 193 괴산타임즈
  • 대표전화 : 043-834-7008 / 010-9559-6993
  • 팩스 : 043-834-7009
  • 기사제보/광고문의 : ssh6993@hanmail.net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원래
  • 법인명 : 괴산타임즈
  • 제호 : 괴산타임즈
  • 등록번호 : 충북 아 00148
  • 등록일 : 2014-12-29
  • 발행일 : 2014-12-29
  • 발행인 : 노원래
  • 편집인 : 노원래
  • 괴산타임즈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괴산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sh6993@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