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아야코의 남자
미우라 아야코의 남자
  • 괴산타임즈
  • 승인 2017.03.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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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 미우라 아야코의 남자

 

미우라 아야코의 남자

지난 해 세계로 보낸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중 가장 답글이 많이 온 것은 저의 '미우라 아야코의 문학관 방문기' 여서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60년대 70년대 선풍을 일으킨 일본 작가였지만 40년 50년도 넘은 일이고 작고한 것도 1999년으로 벌써 18년이나 되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때 읽은 그의 글이 인상에 남아 누가 북해도의 그의 고향을 찾아간다고 하면 부러워하다 뒤늦게 2016년에야 방문했으니 그 책을 본지 50년이되는 일입니다.

10여년 전 작가의 남편인 미우라 미쯔요 三浦光世를 서울에서 만난 적이 있어 그 문학관에서 찾으니 그마저 가셨다고 해 아쉬웠습니다. 그는 절대 결혼을 안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인데 결핵으로 몸을 못일으키는 미우라 아야코를 만나고는 사흘을 살아도 좋으니 결혼하겠다고 마음을 바꾸고 프로포즈를 합니다.

변기를 옆에 두고 기부스로 묶여 있으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이에게 청혼을 하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겨울연가'의 순애보에 반해 일본에 엄청난 한류 붐이 인 적이 있습니다만

그것이 픽숀이라면 미우라 아야코와 미우라 미쯔요의 사랑은 순애보의 실화입니다. 

13년 등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그를 대신하여 대필을 했고 자기네 잡화점만 잘 되는 것이 마음에 걸려 일찍 문을 닫자고 제안하여 동네 잡화점들을 잘 되게 하고는 그 저녁 시간에 아사히신문 신춘문예에 낼 소설을 쓰게 하여 수상을 하는 등 아야코를 향한 그의 헌신은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혹까이도北海道의 아사히가와 문학관에서 지난 해 두 권의 책을 샀는데 그 중 하나가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다' ごめんなさいといえる 입니다. 미우라 아야코의 자전 에세이로 그 안에 '단가와 나' 短歌と私 라는 챕터가 눈에 띕니다.

입원해 있을 때에 마에가와 다다시前川正라는 약혼자가 있었는데 크리스챤으로 복음도 전해줬지만 단가를 짓는 그가 미우라 아야코에게 단가 짓기를 권유하고, 쓰면 골라 잡지사에 보내어 입선시키기도 했습니다.

그가 폐결핵으로 죽자 그와 얼굴이 너무도 닮은 미우라 미쯔요가 나타나는데 그가 아야코를 깊이 사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그녀가 죽은 약혼자를 그리며 쓴 이 만가挽歌 (죽은 이를 그리며 짓는 단가) 한 수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아내로 생각한다며 나를 껴안아준 그대, 그대여 돌아와요 하늘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 남자에게 샘이 나야 정상일텐데 지난 사랑에 목이 메어 피를 토하듯 지은 단가 한 수에 흠뻑 빠져 결혼을 하다니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그의 커다란 가슴의 사랑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우라 아야코가 남편에게 단가 짓기를 권유하여 부부 단가집 '함께 걷는다면 共に步(あゆ)めば 도모니 아유메바'를 내게 됩니다.

그들이 매일 글을 쓴 커다란 책상에 저도 앉아 보았지만 그들은 구도자같이 매일 책상에 마주앉아 기도로 글을 쓰기 시작하고 기도로 하루를 맺었습니다.

미우라 아야코의 감동의 작품들이 곁의 미우라 미쯔요의 헌신없이는 불가능한 거였고 그의 순수한 마음과 헌신은 그들이 만든 작품 이상의 감동을 세상에 주었습니다. 그런 순수함과 이타적인 정신으로 미우라 미쯔요라는 이름까지 아름다움으로 문학사에 길이 남게 됩니다.

세계적인 작품 뒤에는 늘 그런 감동의 스토리가 있어 마음을 적시고 그 순수함을 닮고싶게 해 줍니다.

저는 실로 또 하나의 정상급 외조인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아버지 이윤모 박사입니다.

어머니는 태어나니 일제강점기, 한국의 소학교 여중고 다 일어가 모국어였습니다, 한국어를 쓰면 잡혀가던 시대였고, 동경 유학에서 단가를 배워 지었습니다.

귀국 후 해방이 오고 그 순간, 모국어를 바꾸어야 했습니다. 어려서 몸에 밴 언어로 지은 시를 한시에 바꾼다는 것은 말같이 쉬운 건 아니겠지요.

내용은 조국 사랑과 우리의 정서이지만 5 7 5 7 7 의 음률이 입에 착착 감기었습니다. 진정한 애국자라면 이걸 버려야 하는 게 아닐까 반세기 이상을 온종일 매순간 고민했으나 가실 제까지 시작詩作을 놓지 않은 건, 곁에서 일생 격려 헌신한 아버지의 외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우라 아야코 책의 '단가와 나' 챕터에는 자신과 전 약혼자가 지은 단가와 남편 미우라 미쯔요가 지은 단가가 그 배경 이야기와 함께 나옵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흥미진진하고도 거룩한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에게 언젠가 '무궁화 단가'를 자신의 에세이에 인용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요 라고 손편지를 보내왔던 미우라 아야코와 저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난 여름 그 문학관에서 그렇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한밤에 돌아와 갈아입지도 않고 자는 나를

이제는 부모님이 나무라지도 않네. 미우라 아야코의 첫 입선 短歌

 

내리는 눈이 비로 싸락눈으로 변하는 거리를 걷다

오늘부터 그대는 나의 약혼자......미우라 아야코의 단가

 

평화란 영원한 희망일 뿐인가 라고 생각할 때

풍향계의 화살이 방향을 바꾸네.......마에가와 다다시의 단가

 

그대 생각하는 저녁은 슬퍼 눈물이 나

하얀 나방을 화분의 국화에 옮겨 앉히네....... 미우라 미쯔요의 단가

미우라 미쯔요의 이 단가는 설명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미우라 아야코의 중병에 가슴이 미어져 소매를 끌어당겨 눈물을 닦으려니 마침 소매에 나방이 날아와 앉아 손으로 잡아 그 옆 화분의 꽃으로 옮겨 놓고나서 소매를 당겨 눈물을 훔치려는 모습을 압축해 그린 단가다. 이렇게 단가 한 줄은 소설보다 더 길고 함축적이어 한 줄 시를 외국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20여 년 해오고 있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 신문들에 난 '歌人 손호연의 단가 한 줄에는 장편소설이 들어있다' 라는 타이틀을

어머니는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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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TV 방송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대학원,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대학

미국의소리방송, 한국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역임

저서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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