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농부로 삽니다
[특별연재] 농부로 삽니다
  • 괴산타임즈
  • 승인 2021.04.1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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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숙의 귀농이야기
여성친화도시군민참여단장
조금숙 씨.
조금숙 씨.

감나무를 심었던 밭이라했다. 키만큼 자란 망촛대를 베어내고 로타리를 치고 퇴비를 뿌렸다. 밭을 가득 메운 하얀 망초꽃 마저 예쁘다했던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농사꾼은 몰라도 한참 몰랐다. 죽은 감나무를 뽑아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감나무에 딸려나오는 검정비닐도 끝없이 골라야했다. 저녁이면 온 몸이 녹작지근 힘들었지만 하루종일 밭에서 사브작 사브작 흙 만지는 일은 묘한 성취감을 주었다. 

아로니아 묘목을 심는 날은 언니와 형부, 동생과 동네 몇 분까지 두팔 걷고 도와주셨다.  

아로니아 나무는 쑥쑥 잘 자랐다. 첫 수확을 할 때까지 밭에 사는 일이 즐거웠다. 새순이 나오고 돌아서면 훌쩍 컸다.

순지르기를 한 잎들을 덖어서 아로니아 잎차를 만들었다. 쌉쓰름한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다. 아로니아 잎차를 끓여서 담아놓은 물은 변하지 않았다.

아로니아 꽃은 배꽃을 많이 닮았다. 꽃이 활짝 피는 4월은 잠시나마 눈이 부시다. 흑진주빛의 검은 열매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8월의 수확작업은 뜨거운 한달을 꼬박 매달려야만 했다.

주렁주렁 달린 아로니아 열매는 가슴을 벅차게 했고 붉게 올라오는 햇살을 보며 새벽부터 밭에서 일한다. 그때 처음 새벽햇살이 저녁노을과 분간이 안 된다는 것도 알았다. 익은 열매만 골라 따는 일은 한없이 더뎠다.

팔이 아프고 목도 아프고, 쐐기벌레는 왜 그리 많던지, 제초제도 치지 않고 농약도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업의 어려움을 몸소 겪어내고 있다.

유기농업의 소중함은 흙을 살리는 일이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묵묵히 견뎌낸다. 유기농업군을 천명한 괴산군을 지탱하는 농민의 마음이다.

동네 할머니께서 “이 집은 풀도 키워?”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제초제는 들이지 않는다. 손목이 저리고 어깨가 빠질 듯 아퍼도 풀을 뽑으며 씨름한다.

여하튼 점심을 먹고 나서 하는 작업은 더더욱 힘에 부쳤다. 그러나 아무리 힘에 부쳐도 주문을 받고 택배작업을 할 때면 룰루랄라 즐겁다.

신기한 일은 저녁이면 죽을거 같이 온 몸을 아퍼하면서 잠이 들지만 아침이면 털고 일을 나선다는 것이다. 

귀농 10년차, 나는 농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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