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마음의 본향
[특별기고] 마음의 본향
  • 괴산타임즈
  • 승인 2021.03.3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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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문민용 논설위원

프랑스 작가 라브니엘은 “세상 언어 가운데 마지막으로 두 가지 단어만 남긴다면 사랑과 여행이다.”라는 말을 했다. 인생은 여행하는 것이고 삶의 완성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에는 반드시 목적지가 있어야 한다. 목적지가 없는 여행은 방황하는 것에 불과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오래 살든 짧게 살든 모두 다 영원한 본향을 향해 가는 여행자다.

인생은 잠깐이다. 그런데 본향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인생은 무엇을 해도 방황할 수밖에 없고 완성될 수가 없다. 본향으로 돌아가게 하는 귀소본능은 세상을 순환하게 만드는 중요한 섭리이고 삶의 정확한 지도와도 같다.

동물이나 어류 중에서 태어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성장한 뒤 새끼를 낳기 위해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귀소본능은 절대 학습이 아니다.

창조주가 내려주신 특별한 지혜요, 은총이다. 꿀벌이나 비둘기 그리고 제비나 연어 등의 귀소본능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는데 신비스럽다고 할 수 있다.

여우도 죽을 때는 자기가 난 곳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이라는 말이 있다.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 하는 근본을 잊지 않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 땅은 천성으로 향하는 다리다. 그러므로 빨리 지나가야지 이곳에 집을 짓는 짓은 어리석은 짓이다” 라고 한 어거스틴의 말이 생각난다….

그러므로 성공한 인생은 먼저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여 정체성을 알고 다음으론 이웃을 찾음으로 관계성을 세워나가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은 내 인생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잘 알므로 현세와 내세를 확실하게 보장받는 본향을 찾는 일이다.

사람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어머니가 그립고 그의 품에 안기어 쉬고 싶은 본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느 시인은 인간의 고향은 어머니의 자궁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바다 ‘해’(海) 자가 어미 모(母)와 물 수(水)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사람은 언제나 어머니 뱃속의 따뜻한 자궁에 감싸지고 싶은 소원이 있기에 물이나 바다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인모라는 노인이 있었다.

6. 25 때 북한 인민군의 기자로 활동하다 국군에게 포로로 붙잡혀 34년 동안 감옥살이했다. 대한민국 품으로 귀순한다고 하면 그냥 석방되어 자유의 몸이 될 텐데 끝까지 거부하며 비전향 장기수로 감옥 생활을 했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 문민정부 때 그는 조건 없이 북한으로 돌려보내 졌는데 기자가 물었다.

“귀순하면 자유로워졌을 텐데 어떻게 그리도 오랜 세월을 감옥에 있었습니까?”

“고향 가기 위해서지요.”라고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고향에 가고자 하는 그 일념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그리워하며 가고 싶어 한다.

연어나 송어는 산란기가 되면 떼를 지어 물살을 헤치고 자기가 태어난 곳을 향해 상류로 힘차게 헤엄쳐 올라가는 회귀 본능이 있다.

가는 길에 폭포수가 길을 막으면 점프해서 그 폭포수 물살을 타고 올라가고 행여나 맹수로부터 죽음의 위협이 있다 해도 계속 헤엄쳐 올라간다.

왜냐하면, 그곳에 자신의 고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향으로 가고자 하는 본능은 너무 강력하고 간절하여 누구도 막을 수 없다.

1980년 3월, 파리의 부르셀 병원에 한 세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존경받는 지성인이 폐수종으로 입원했다. 입원해 있는 한 달 내내 그야말로 발악을 했다.

그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자기의 병명이 무엇인지를 아내에게도 묻지 못했고 아내도 그의 병명을 말하지 못했다. 소리치며 괴로워하고 있는 남편 곁에서 한마디의 위로조차 하지 못하고 지켜보아야만 했던 불쌍한 여인과 그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은 글로써 현대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기며 한 세기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였다.

그는 죽음에 대한 고통과 공포에 시달리다가 입원한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참으로 외롭고 불쌍한 마지막 여행길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를 그렇게도 외쳤던 사르트르의 말로가 이렇게 비참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에 대해 각 언론이 떠들기 시작했다. 그때 어떤 독자가 한 신문사에 이런 기사를 투고했다.

“사르트르의 말로가 그렇게도 비참했던 이유는 그에게는 돌아갈 진정한 본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그에게는 돌아갈 영혼의 본향이 없었다.

인생의 여행 중에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을지라도 자신이 돌아갈 목적지인 본향에 대한 준비와 소망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토록 불안하고 괴로움 속에서 생을 마쳐야만 했다. 그의 삶의 끝은 방황이었고 미완성이었다.

내 본향을 찾아 완성된 삶으로 아름다운 인생의 여행을 마무리할 것인가? 목적지 없이 방황의 끝으로 인생의 여행을 마칠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본인의 책임이다.

우리 인생의 여행을 가장 아름답게 마치기 위해 분명한 목적지인 본향을 준비하고 보장받아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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