延中有弘(연풍에 김홍도가 있다) - 도화서 이야기(30)
이근우(중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이근우(중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따사로운 봄날 점잖은 선비가 말구종 아이를 앞세우고 길을 나섰다. 유우석(劉禹錫:772~842)은 일찍이 봄의 버들가지를 일러 “천 줄기 금실이요 만 줄기 명주실(千條金縷萬條絲)”이라 읊었다. 필단의연(筆團意連), 붓 선은 끊겼으되 속뜻이 절로 이어진다.
김홍도는 몇 개의 연녹색 점으로 버들잎을 후드득 찍어 제 가슴에 서린 봄을 한껏 펼쳐내었다.
천 가지 가락으로 생황을 부는 건, 울음 재주 좋은 꾀꼬리의 고운 음성이다. 아무튼 김홍도는 봄기운에 푹 젖었다.(오주석) 김홍도의 마상청앵(馬上聽鶯) 그림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상청앵, 선비 한 사람이 말 위에서 봄 꾀꼬리 한 쌍의 교성에 가는 길도 잊은 듯 넋을 잃고 멈춰 서 있다.
해음(諧音)이란 일반적으로 음이 같거나 비슷한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해음의 특징을 이용하여 자신의 바램을 언어에 기탁하기도 한다.
버들 류(柳) 자는 머물 류(留) 자와 발음이 같다. 마상청앵도 그림을 그리는 김홍도 옆에 동갑내기 화원 이인문이 있었다고 한다.
둘 사이에 봄기운이 오랜 시간 머물기를 바랬는지 김홍도의 붓끝 움직임에 천 줄기 금실의 버드나무 가지에 봄기운이 한동안 머무른 듯하다. 연풍에 봄이 왔는가? 구구소한도, 연풍의 봄기운이 연풍현감 김홍도의 마음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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