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동묘(萬東廟)
만동묘(萬東廟)
  • 괴산타임즈
  • 승인 2021.02.10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영서 박사 / 전 공무원
주영서 박사.
주영서 박사.

중국 대륙에서 흥망성쇠 했던 역대 국가들은 우리나라와 때로는 우방으로 때로는 적대국으로 애증의 역사를 써 내려오고 있다.

대등했던 관계는 고구려의 멸망으로 종지부를 찍고 이후 약소국의 위치에 서게 된 우리나라의 왕조는 중국 대륙에 존재했던 국가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1300년대, 비슷한 시기에 왕조를 세운 조선(1392년 개국)과 명나라(1368년 개국)는 국가안정을 위해 선린우호 관계가 필요했다.

조선은 개국 초부터 명나라에 조공하는 의례를 「경국대전」 예전(禮典) 사대조(事大條)에 규정하고 사대교린을 국가정책으로 표방하였다.

사대교린 정책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고 조공제도를 관 무역의 창구로 활용하는 등 실리가 있었던 반면에 명을 멸망시킨 청과 굴욕적인 외교관계를 맺는 등 수난의 역사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청천면 화양동에는 명(明)과 관련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유적이 있다. 임진왜란 때 조선 파병을 재가한 신종(神宗)과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종(毅宗)을 제향하기 위해 세워진 만동묘(萬東廟)이다.

화양동에 만동묘가 세워지게 된 계기는 인조 때 민정중(閔鼎重, 1628~1692)이 청나라에서 구한 의종의 친필 ‘비례부동(非禮不動)’을 전해 받은 송시열 선생이 그 글씨를 화양동 암벽에 새기고, 제자 권상하에게 신종과 의종을 제향하는 묘우(廟宇)를 지으라는 유언을 남김으로써, 선생 사후인 1704년(숙종 30년)에 화양서원과 함께 만동묘가 세워지게 되었다.

묘(廟)의 관리를 위한 토지와 노비가 하사되었고, 헌종(憲宗, 재위 1834∼1849) 때는 관찰사가 직접 제를 올리기도 했으나, 제수전(祭需錢) 강제징수 등 횡포가 심화되어 대원군 때 철폐되었고 1874년(고종 11년)에 재건되어 일제 강점 초기까지 제사를 지내 오다가 일제에 의해 철거되었다.

1980년대 초부터 화양서원과 만동묘의 복원이 시작되었으나 기록에 남아있는 건물을 모두 복원하지는 못하고 있다.

만동묘의 복원을 사대주의와 연관 지어 바라보는 견해도 있다. 그렇지만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교훈을 되새겨 보게 하는 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진왜란 때 명은 위기에 처한 조선에 원병을 파견하였다.

조선이 왜에 점령되면 명의 영토가 전쟁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조선 땅에서 싸우려는 명의 저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도움을 받은 사실만은 부정할 수가 없다.

조선이 재조지은(再造之恩 : 거의 멸망하게 된 것을 구원하여 도와준 은혜)을 잊지 않는 의리의 상징인 동시에, 내 나라를 내 힘으로 지키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를 상징하는 유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당하고 훌륭한 과거도 역사이고, 숨기고 싶고 부끄러운 과거도 엄연한 역사이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역사의 교훈에 무게가 있다면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민족 대학살이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스라엘은 독일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학살 실상을 알리는 ‘유태인학살기념관’을 자국의 수도인 예루살렘은 물론 그 만행을 자행했던 독일의 수도 베를린과 파리, 뉴욕, 워싱턴 등지에 세웠다.

내 민족이 학살당한 것을 기념하는 시설을 세계 곳곳에 세우는 목적이 고통스럽고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역사를 쓰지 말자는 민족의 다짐이자 각오라는 것은 알려 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 충청북도 괴산군 관동로 193 괴산타임즈
  • 대표전화 : 043-834-7008 / 010-9559-6993
  • 팩스 : 043-834-7009
  • 기사제보/광고문의 : ssh6993@hanmail.net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원래
  • 법인명 : 괴산타임즈
  • 제호 : 괴산타임즈
  • 등록번호 : 충북 아 00148
  • 등록일 : 2014-12-29
  • 발행일 : 2014-12-29
  • 발행인 : 노원래
  • 편집인 : 노원래
  • 괴산타임즈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괴산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sh6993@hanmail.net
ND소프트